中 "다카이치, 中 주권 도전"…日 "일방적 현상 변경 안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고이즈미 일본 방위상
독일 뮌헨안보회의 설전

美·日외교장관 “한·미·일 등 협력 확인”
다카이치 곧 ‘독도 시험대’
22일 장관급 불참시 관계 관리 메시지
사진=한경DB
중국 외교 사령탑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일 관계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급속히 얼어붙었다.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 중국 특별 세션에서 “일본 현직 총리가 뜻밖에 공개적으로 대만해협의 유사(有事)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를 구성한다고 말했다”며 “일본 총리가 전후 80년 만에 처음 공개적으로 이런 광언(狂言)을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국 국가 주권에 직접 도전한 것이고 대만이 이미 중국에 복귀했다는 전후 국제 질서에 직접 도전한 것이며, 일본이 중국에 한 정치적 약속을 직접 위배한 것”이라며 “중국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시즘을 청산한 독일과, 정치인들이 A급 전범을 참배하는 일본을 대조한 뒤 “일본 지도자가 대만 문제에서 잘못된 발언을 하는 것은 일본이 대만을 침략하고 식민화하려는 야심이 사라지지 않았고, 군국주의의 유령이 여전히 떠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역시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동북아시아의 엄중한 안보 환경을 언급하며 방위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우리나라(일본) 주변국은 불투명한 군비 증강을 지속하고 지역의 군사 균형은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며 “다카이치 정권은 우리나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양 진출을 가속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가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다음달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양국 외교 수장도 뮌헨에서 회담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양국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을 한층 더 강화하기로 했다. 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해 한·미·일,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등 우방국 간 협력 추진에도 뜻을 함께했다. 아울러 양측은 3월을 목표로 조율 중인 다카이치 총리의 미국 방문이 흔들림 없는 미·일 동맹을 보여줄 기회가 되도록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한편 정권 기반을 탄탄히 다진 다카이치 총리가 한·일 관계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독도에 대한 태도에서 그 방향성이 일단 확인될 전망이다. 오는 22일 시마네현이 주최하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에 어떤 직급의 관리를 파견할지가 주목되는데, 예년처럼 차관급인 내각부 정무관을 보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교도통신 등은 장관급인 아카마 지로 영토문제담당상이 행사에 초청받았으나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정부와 다카이치 정부 시대 한·일 관계에는 긍정적 요소도 많다. 한·일 정상이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정상회담 셔틀외교로 상호 신뢰를 구축했고, 중국과 대립 중인 일본은 유사 입장국인 한국과 연대가 필요하다. 다카이치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는 다음달 19일에 즈음해 한국도 방문해 이 대통령과 회담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구체적 방한 협의는 아직이라면서도 “(셔틀외교를 이어간다는) 방향성은 정해졌다”고 말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