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美 DHL 물류창고에 로봇 투입

1500만달러 규모 공급 계약
"독보적 기술력, 상업화로 이어져"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1조원을 들여 인수한 글로벌 로봇 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물류 현장에서 ‘로봇 시대’를 연다. 글로벌 물류회사 DHL에 로봇 스트레치(사진)를 처음 공급해 하역 과정 및 박스 이동을 자동화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지난 26일 1500만달러(약 180억원) 규모의 스트레치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DHL은 올봄부터 3년간 북미 창고에 로봇을 배치하기로 했다. DHL 측은 “스트레치 공급 계약은 공급망 자동화 및 디지털화 전략의 일환”이라며 “각각 다르게 설계된 어떤 창고에도 적용 가능해 까다로운 작업을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창고 자동화 시스템은 고정 인프라를 설치해야 해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스트레치는 기존 창고를 그대로 두면서 하역을 자동화할 수 있어 활용도가 크다는 설명이다.물류 기업 요청으로 지난해 3월 제작된 스트레치는 트럭에서 박스를 시간당 최대 800개 내릴 수 있으며, 최대 50파운드(약 23㎏) 무게의 박스도 옮긴다. 스트레치는 별도 프로그래밍 없이 상자 종류와 크기를 식별해 지정된 위치에 쌓아둘 수 있다. 무질서하게 쌓여 있거나 떨어진 박스도 자동으로 이동시킨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와 오미크론 확산으로 물류 자동화 수요가 커지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이 다른 기업에서도 쓰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에 스트레치를 적용할 수 있는 물류센터 및 창고는 15만 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번 계약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독보적인 로봇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업화에 한 발 다가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과거 구글이나 소프트뱅크에 인수될 때만 해도 혁신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됐으나 뚜렷한 성과물을 내놓지 못해 회사는 적자를 지속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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