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강동·분당 등 전세 가격 하락 지속
위례, 전세 만기 겹쳐 '2년차 효과' 실종
◆헬리오시티 ‘전세 폭탄’ 징후
부동산114에 따르면 헬리오시티 입주 영향을 받는 서울 동남권 지역과 위례·분당신도시 전세가격이 한 달 가까이 맥을 못 추고 있다. 헬리오시티 인근 위례신도시 전세가는 지난주 조사에서 -0.58%의 낙폭을 기록했다. 신도시 가운데 가장 많이 떨어졌다. 4주 연속 내렸다. 2월 첫 주 이후론 하락과 보합을 반복하며 한 차례도 반등하지 못했다. 분당도 0.10% 떨어지면서 하락률 2위를 나타냈다.
단지별로 보면 송파에선 ‘잠실엘스’ 전용면적 84㎡의 전세 호가가 7억5000만원까지 내려갔다. 한 달 전보다 5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이다. 연초만 해도 8억 후반~9억원대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현재 전세 매물 호가는 대부분 8억원 초반대다. ‘가락미륭’과 ‘잠실한솔’ 역시 2000만원 안팎 내렸다.
강동에선 6억원 후반대까지 급등했던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의 전세 거래가격이 5억8000만~6억원 선으로 내려앉았고 ‘강동롯데캐슬퍼스트’ 전용 84㎡ 역시 호가가 1000만원 정도 낮아졌다. 분당에선 ‘효자촌동아’ 대형 면적과 ‘매화공무원2단지’ 소형 면적 등의 호가가 1000만~2000만원가량 조정을 받았다.
일대 전셋값이 일제히 내린 배경엔 송파헬리오시티가 있다. 1만 가구에 육박하는 매머드급 단지다. 아파트는 오는 연말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이미 지난 2월부터 세입자를 구하는 매물이 일선 중개업소에 나왔다. 일반적으론 입주를 3개월가량 앞둔 시점부터 전세 물건이 시장에 나온다. 하지만 헬리오시티의 가구수가 워낙 많은 게 문제다. 전세가격 하락을 우려한 소유주들이 미리 세입자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초순만 해도 이 단지 전용 84㎡의 전세 호가는 8억 중반~9억원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8억원 선이 깨진 데 이어 7억원짜리 급전세 매물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헬리오시티 대규모 입주를 전후로 인근 지역 전세가격 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면서 “일대에선 2008년 잠실엘스와 리센츠 등 1만 가구가 대거 입주한 이후 2014년까지 2년마다 주변 전세가격이 크게 흔들렸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헬리오시티 물량 부담에다 지역 내 전세 물량까지 엎친 데 덮쳤다. 2016년 입주가 몰릴 당시 쏟아졌던 전세 매물이 2년 만기를 맞아 속속 시장에 다시 나오면서 입주장 못지않은 전셋값 하락이 속출하고 있다.
그 결과 ‘신도시 입주 2년차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통상 입주시점에는 전세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게 형성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량이 몰리는 탓이다. 그러나 2년 만기가 되는 시점부터 전셋값이 급등한다. 수급 균형이 이뤄지면서 전세가격이 주변 시세 수준으로 정상화되는 것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2년 만기 시점에 공교롭게 헬리오시티가 입주하면서 2년차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입주 2년차를 맞은 ‘위례센트럴푸르지오’의 전용 94㎡ 전세 물건은 호가를 1000만~3000만원 정도 낮춘 5억2000만~5억5000만원에 시장에 나오고 있다. ‘위례아이파크2차’ 전용 90㎡도 당초 6억원에서 5억5000만원까지 몸값을 낮췄다. 인근에서 ‘위례지웰푸르지오’가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영향도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설명했다.
위례에 입주한 2만여 가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500여 가구는 올해로 입주 2년차가 된다. 이달 이후로만 연말까지 5500여 가구가 2년을 꽉 채우고 내년도 4000가구가 줄줄이 2년 만기 시점을 맞는다. 이들 단지가 입주할 때 계약했던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지속적인 전셋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에서 체감하는 시장 분위기다.
전세 만기 시점이 헬리오시티 입주 시기와 겹치는 ‘위례호반베르디움’의 경우 이미 전셋값이 큰 폭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전용 98㎡의 호가는 연초만 해도 6억원 안팎이었지만 지금은 5억5000만원 아래로만 전세물건이 나온다. 창곡동 J공인 관계자는 “위례에서 5억원 정도의 자금이면 신축 전셋집을 골라서 들어갈 수 있다”면서 “아예 연말쯤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려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