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숙려 빠진 교육부의 '정책 숙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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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려는 누가 하나요?”



교육부가 교육정책 혼선을 막기 위해 ‘국민참여 숙려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육계는 오히려 혼란에 빠졌다. 대학 관계자들은 “교육 현안은 학부모·학생·교사·대학 등 입장에 따라 의견이 선명하게 갈린다”며 “누가 어떻게 숙려해서 교육정책을 세우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30일 올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국민참여 숙려제를 도입한다고 말했다. 국민적 관심이 높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교육 현안에 대해서는 정책 수립 전 숙려기간을 두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홈페이지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통해 학생·학부모의 의견도 듣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수능 절대평가 도입,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방안 등을 놓고 혼선을 빚어온 교육부가 사전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 숙려기간과 방법, 누가 참여할지 등에 대한 질문에 ‘논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뜨거운 감자’인 대입 개편안이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도 불명확한 답변이 이어지고 있다. 개편안은 예정대로 올 8월에 발표할 예정이지만 2~3월에 숙려 대상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대상 여부를 답하기 힘들다는 모호한 입장이다. 수능 개편안으로는 이미 서술·논술형 수능 도입, 수시·정시 통합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큰 대입제도 개편안은 숙려 대상에 포함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대입제도 개편안은 이미 숙려하고 있지 않으냐”는 되물음이 돌아왔다.

정책을 내놓기 전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무늬만 숙려’가 되지 않으려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동등한 발언권을 얻어야 한다. 쓴소리를 들을 준비가 충분히 됐는지도 의문이다. 대입제도 개편안의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조차 특정 성향에 쏠려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정밀한 시행 방법도 정하지 않고 공론화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면 자칫 포퓰리즘으로 흐른다. ‘국민참여 숙려제 발표에 숙려가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구은서 지식사회부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