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사태는 23일 하루내내 노.사.정 대표간 협상과 중단, 재협상이
반복되는 긴장국면을 연출했다.

당정 중재안을 놓고 사측과 노측의 수용 및 거부가 이어지고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면서 급기야는 이날도 아무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결국 정몽규 현대자동차회장, 김광식 노조위원장,이기호 노동부장관
등 노.사.정 대표들은 이날 밤늦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협상에
나섰다.

<>.노.사.정 대표는 심야 3자 협상에서 정리해고 규모를 비롯한 주요
쟁점사항에 대해서 대부분 합의를 봤다.

하지만 해고대상자 선정주체문제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노조 일각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협상이 일시 중단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김 노조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15분께 회사 본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이 노동장관이 제시한 중재안을 집어 던지고 나왔다"고 말해 노사간 협상이
여의치 않음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 장관이 내놓은 중재안은 납득할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며 "설사 납득할 만한 중재안이 나올지라도 반드시 조합원
여러분이 도장을 찍을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민회의 중재단(단장 노무현부총재)이 이날 오전 돌연
중재포기를 선언, 협상결과를 지켜보던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노 부총재는 기자회견을 갖고 "중재안에 반발한 회사측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회사측이 끝내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아 타결에 실패했다"며
"더 이상 중재단의 할일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일단 울산시내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노 부총재는 그러나 "앞으로는 노동부장관이 중재를 맡을 것"이라고
언급, 주무부처 장관이 마무리할 수 있게끔 모양새를 갖춰주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됐다.

<>.회사측은 노 부총재의 중재포기와 기자회견을 통한 배경 설명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노 부총재가 기자회견을 한 후 회사를 떠날 때 박병재 사장과 김수중
부사장은 아무 표정없이 노 부총재가 타고 갈 승용차의 문을 서둘러 열어
주기도 했다.

박 사장등은 이어 기자들이 "협상결렬 위기의 책임이 회사 때문이
아니냐"고 묻는데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속보지를 통해 "대책없는
정리해고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 정리해고자의 처우가 협상의
최대 핵심 쟁점임을 드러냈다.

노조는 이 소식지에서 "살 길이 보장되지 않는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경우 노조의 실리정책은 명분을 잃고 만다"며 "협상이 결렬되면 생존권
사수를 위해 모든 걸 걸고 투쟁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민노총 소속 노조원 3천여명은 이날 오후6시께 울산 태화강에서
정리해고 철회 집회를 마친뒤 현대자동차 공장으로 몰려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리해고 철회"라는 깃발 수백개를 펄럭이면서 30여분동안
도로를 점거, "현대자동차가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면 전사업장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다"며 사측엔 정리해고 철회를, 노조엔 사수를 촉구했다.

경찰은 이에대비, 2선으로 물러났던 1백개중대 1만2천여명을 현대자동차
정문 주위에 전진배치하고 헬기2대를 동원, 낮게 비행하면서 이들의
회사진입을 막아 한때 전시를 방불케하는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 울산=김태현 기자 hyun11@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