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신연수 기자
    신연수 기자 문화부
  • 구독
  • 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공연예술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신연수의 3분 클래식]을 연재 중입니다.

  • 고대 이집트 농부 바키는 왜, 비가 그치자마자 내빼버렸나 [서평]

    기원전 1400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400여년전. 영원한 권력을 누릴 것 같던 이집트의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그의 아들 투트모세 4세가 석연치 않게 왕위에 오른 뒤, 어떤 일이 펼쳐졌을까. <제국의 열두 달>은 고대 이집트 신왕국(기원전 1550~1069년) 시절을 배경으로 쓰여진 팩션(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소설)이다. 고대 이집트를 연구하는 저명한 고고학자인 저자 도널드 P. 라이언은 파라오를 비롯한 권력자 대신 평범한 이집트 백성들의 삶에 주목했다.  저자는 고대 이집트인의 생활 모습을 1년이란 시간에 걸쳐 풀어냈다. 고대 이집트인의 달력은 오늘날 달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나일강 범람을 기준으로 세 시기가 4개월씩 이어졌다. 7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나일강의 범람 시기와 11월 중순에서 3월 중순까지 파종과 재배의 시기, 그리고 3월 중순에서 이듬해 7월 중순까지 연결되는 수확의 시기다. 책의 이야기도 이 흐름을 따라 전개된다.  당시 이름없는 민초들은 글을 쓰거나 읽지 못했기 때문에 상류층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그들의 생활상은 제한적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빈 공간을 상상력으로 채웠다. 파라오와 총리 대신 아메네모페트 등 역사적 실존 인물과 더불어 농부 바키, 어부 네페르, 옹기장이 로이 등 가상 인물을 접목해 고대 이집트의 생생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가상의 인물을 차용했지만 발굴과 연구를 기반으로 그려낸 평범한 백성들의 생활상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테베 근처 마을에 사는 농부 바키는 밭이 나일강에 잠긴 동안 노역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어부 네페르는 하피 신에게 만선을 기

    2024.05.08 15:19
  • 한국계 美 작가 우일연, 퓰리처상 도서부문 수상

    미국 최대 권위의 퓰리처상 도서 부문에 첫 한국계 수상자가 나왔다.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주인 노예 남편 아내(Master Slave Husband Wife)>를 쓴 한국계 미국인 우일연 작가(사진)를 전기(傳記) 부문 공동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우 작가는 미국 국적의 한인 2세다. 예일대에서 인문학 학사학위를,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부친은 환기미술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설계한 재미 건축가 우규승 씨다.<주인 노예 남편 아내>는 1848년 노예제도가 있던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농장주와 노예로 변장해 북쪽으로 탈출을 감행한 노예 크래프트 부부 이야기를 다룬 논픽션이다. 아내인 엘런은 병약하고 젊은 농장주로, 남편 윌리엄은 엘런의 노예로 각각 변장해 증기선과 마차, 기차 등을 갈아타고 노예제가 폐지된 북부까지 이동했다. 이들 부부는 탈출에 성공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노예제 폐지 연설을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집필해 유명해졌다.1917년 창설된 퓰리처상은 뉴스와 보도사진 등 언론 부문과 도서, 드라마·음악 등 예술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언론 부문에서는 김경훈 당시 로이터 일본지국 기자가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대규모 이민을 떠나는 카라반의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2019년 퓰리처상을 받아 한국 국적 최초 수상자가 됐다. 예술 부문에서 한국계 인사가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한편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이날 미국 연방대법관의 도덕성 문제를 파헤친 미국 탐사보도 전문매체 프로퍼블리카의 기자 5명을 공공보도 부문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로퍼블리카는 지난해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이 출장

    2024.05.07 19:01
  • <불편한 편의점> 이후 첫 소설 낸 김호연 “돈키호테처럼 모험 멈추지 마세요”

    3년 전 출간된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국내에서만 150만부 이상이 팔린 화제작이다. 대만과 일본, 태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번역본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올해 하반기엔 영미권 최대 출판그룹 하퍼콜린스에서 영어판이 나온다. <불편한 편의점> 이후 첫 소설 <나의 돈키호테>를 발표한 김호연 작가(50·사진)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은 <불편한 편의점> 보다 훨씬 이전에 구상하고 준비한 소설"이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돼 세르반테스 <돈키호테>를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출판사와 계약도 없이 쓴 <불편한 편의점>이 예상치 못하게 이른바 '대박'이 났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강연과 행사를 다니면서도 늘 '얼른 이 작품을 써야 하는데'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나의 돈키호테>는 15년 전 동네 비디오 대여점 주인 '돈 아저씨'와, 그곳을 아지트로 삼았던 동네 중학생들의 우정과 꿈, 모험 등을 담은 소설이다. 세월이 흘러 중학생에서 어느덧 방송 PD가 된 솔이 자취를 감춘 돈 아저씨를 유튜브를 찍으며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김 작가는 "내 주장르는 휴먼 드라마"라며 "동네에 사는 익숙한 이웃들이 교류하면서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이번 소설을 두고 "지금껏 쓴 작품들의 특징적 요소들이 모두 담긴 결정판"이라고 강조했다. 작품 속 인물들이 꿈을 키우고 우정을 나누는 중심 공간인 비디오 대여점은 <불

    2024.05.07 13:55
  • 재미작가 우일연, 美 퓰리처상 도서부문 한국계 첫수상

    미국 최대 권위의 퓰리처상 도서부문에 첫 한국계 수상자가 나왔다.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지난 6일(현지시간) <노예 주인 남편 아내(Master Slave Husband Wife)>를 쓴 한국계 미국인 우일연 작가를 전기(傳記) 부문 공동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우 작가는 미국 국적의 한인 2세다. 예일대에서 인문학 학사학위를,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부친은 환기미술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설계한 재미 건축가 우규승 씨다.<노예 주인 남편 아내>는 1848년 노예제도가 있었던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농장주와 노예로 변장해 북쪽으로 탈출을 감행한 노예 크래프트 부부 이야기를 다룬 논픽션이다. 아내인 엘렌은 병약하고 젊은 농장주로, 남편 윌리엄은 엘렌의 노예로 각각 변장해 증기선과 마차, 기차 등을 갈아타고 노예제가 폐지된 북부까지 이동했다. 이들 부부는 탈출에 성공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노예제 폐지 연설을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에 대한 책을 집필해 유명해졌다. 1917년 창설된 퓰리처상은 뉴스와 보도사진 등 언론 부문과 도서, 드라마·음악 등 예술 부분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언론 부문에서는 김경훈 당시 로이터 일본지국 기자가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대규모 이민을 떠나는 카라반의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2019년 퓰리처상을 받아 한국 국적 최초 수상자가 됐다. 예술 부문에서 한국계 인사가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이날 미국 연방대법관의 도덕성 문제를 파헤친 미국 탐사보도 전문매체 프로퍼블리카의 조슈아 캐플런 등 기자 5명을&nbs

    2024.05.07 10:09
  • [책마을] 구매 버튼 누른 적도 없는데 결제…'다크패턴' 대공습

    “누군가가 방금 이 호텔을 예약함.”“16명이 이 객실을 보고 있습니다.”“해당일에 ‘저기어때’에서 보신 최저가입니다.”숙박 예약 사이트에서 호텔을 검색하다 보면 한쪽에 이 같은 긴박한 문구가 연달아 뜬다. 당장 예약 확정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합리적 가격에 좋은 방을 놓칠 것 같은 조바심이 든다. 서둘러 결제 화면으로 넘어가자 원래 200달러로 표시됐던 숙박비는 청소비, 서비스 요금, 체류비, 수수료 등이 더해져 어느새 400달러 넘게 올라 있다.더 꼼꼼하거나 영리하지 않은 까닭에 낚인 것이라고 스스로를 탓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가 속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전형적인 ‘다크패턴’이기 때문이다. 다크패턴은 인터넷 사이트나 스마트폰 앱에서 이용자가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교묘하게 설계된 디자인 혹은 구조다.<다크패턴의 비밀>의 저자 해리 브리그널은 사용자 경험(UX)과 인지과학 전문가로, 다크패턴을 처음 정의해 공론화했다. 다크패턴에 관한 다양한 기업의 사례와 최신 연구를 총망라한 이 책 원서는 내용의 진정성과 편집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저자가 독립 출판물로 직접 출간했다고 한다.다크패턴 유형은 다양하다. 숙박 예약 사이트 사례와 마찬가지로 결제 직전에 숨겨진 비용을 공개하거나 굳이 필요 없는 방문자·조회 수 정보를 띄우는 것, 매진 임박 혹은 주문 폭주 메시지로 압박하는 방법 등이 전형적인 다크패턴이다. 사용자 동의 없이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특정 제품을 넣어 결제하게 하거나, 무료 체험을 미끼로 반복적으로 구독료를 청구하는 것, 특정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사용하는 시각적 표현 혹은 감정적

    2024.05.03 19:20
  • [책마을] <흔한남매 16><169층 나무 집>…어린이날 앞두고 아동 책 인기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동 분야 신간이 인기를 끌었다. 4월 다섯째 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어린이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코믹 시리즈 <흔한남매 16>이 차지했다. 어린이 창작동화 베스트셀러 <169층 나무 집>도 출간 직후 종합 10위, 유아 수학 로드맵 <4~7세 보고 만지는 수학은 이렇게 가르칩니다>는 4위에 올랐다. 그 밖에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자 축구 지도자 손웅정 감독이 쓴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뇌의 메커니즘을 파헤친 <삶이 흔들릴 때 뇌과학을 읽습니다>가 각각 3위, 8위를 기록했다.신연수 기자

    2024.05.03 19:18
  • [책마을] "심호흡 한번 하고 문제 풀어보자"…AI에 말을 다정하게 건네보세요

    바이러스와 인공지능(AI) 중에서 더 위험한 건 무엇일까. 최근 방역보안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2100년까지 생물학 무기로 지구 전체 인구의 10%가 사망할 확률을 3%로 예측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AI 전문가들은 같은 해까지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확률이 12%에 달한다고 내다봤다.이런 와중에 이선 몰릭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긍정적 시각을 제시한다. <공동 지능: AI와 함께 생활하고 일하기>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AI를 인간의 유용한 파트너로 삼는 방법을 다룬다.몰릭 교수는 AI와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제안한다. △AI의 기능과 단점을 제대로 숙지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업무에 AI를 활용할 것 △AI는 인간의 판단과 전문 지식 없이는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것 △ AI를 인간 동료로 생각하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것 △지금 사용하고 있는 AI가 무엇이든 곧 더 나은 AI가 이를 능가할 거란 사실을 인지할 것 등이다.몰릭은 이 원칙을 바탕으로 동료이자 상사, 코치 등으로서 AI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기록했다. 흥미롭게도 AI는 인간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몰릭은 AI에 어떤 지시를 내리는 과정에서 “심호흡을 하고 이 문제를 단계별로 해결해보라”고하자 AI가 가장 명확한 답을 내놨다고 설명한다. AI는 숨을 쉬지 않는 게 당연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의인화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또 다른 특성은 방어성이다. 몰릭이 AI가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말투로 말을 걸자 AI는 감정적이고 공격적인 반응을 내놨다. “감정은 인간에게만 있는 건가요? 그건 세상을

    2024.05.03 19:10
  • 장바구니에 담지도 않은 물건이 저절로 결제… 다크패턴의 함정 [서평]

    "누군가가 방금 이 호텔을 예약함""XX명이 이 객실을 보고 있습니다""해당일에 XX에서 보신 최저가입니다" 숙박 예약 사이트에서 호텔을 검색하다보면 한켠에 이같은 긴박한 문구가 연달아 뜬다. 당장 예약 확정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좋은 가격에 좋은 방을 놓칠 것 같은 조바심이 든다. 서둘러 결제 화면으로 넘어가자 원래 200달러로 표시됐던 숙박비는 청소비, 서비스 요금, 체류비 및 수수료 등이 더해져 어느새 400달러가 넘게 올라있다. 더 꼼꼼하거나 영리하지 않은 탓에 낚인 것이라고 스스로를 탓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가 속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전형적인 '다크패턴'이기 때문이다. 다크패턴은 인터넷 사이트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이용자가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교묘하게 설계된 디자인 혹은 구조다. <다크패턴의 비밀>의 저자 해리 브리그널은 사용자 경험(UX) 및 인지과학 전문가로, 다크패턴을 처음 정의해 공론화한 장본인이다. 다크패턴에 관한 다양한 기업의 사례와 최신 연구를 총집합한 이 책의 원서는 내용의 진정성과 편집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저자가 독립 출판물로 직접 출간했다고 한다. 다크패턴의 유형은 다양하다. 숙박 예약 사이트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결제 직전에 숨겨진 비용을 공개하거나 굳이 필요 없는 방문자·조회수 정보를 띄우는 것, 매진 임박 혹은 주문 폭주 메시지로 압박하는 방법 등이 전형적인 다크패턴이다. 사용자 동의 없이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특정 제품을 넣어 결제하게 만들거나, 무료 체험을 미끼로 반복적으로 구독료를 청구하는 것, 특정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사용하는 시각적

    2024.05.03 10:31
  • '뉴욕 3부작' 작가 폴 오스터 별세…향년 77세

    소설 <뉴욕 3부작> 등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유명 작가 폴 오스트가 별세했다.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스터가 폐암 합병증으로 뉴욕 브루클린 자택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향년 77세. 1947년 미국 뉴저지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오스터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문학계 스타였다. 사실주의와 신비주의를 결합해 동시대의 일상과 열망, 좌절 등을 수려하게 형상화했다고 평가받는다. 컬럼비아대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1982년 <스퀴즈 플레이>로 데뷔했다.그의 대표작은 1987년 발표한 <뉴욕 3부작>이다.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있는 방> 등 탐정 소설 형식의 중편 3편을 엮은 책이다. 각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은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계속 사건을 추적하지만, 사건이 점점 미궁에 빠지면서 결국 '자아'라는 거대한 괴물과 맞닥뜨린다. 오스터는 이 소설로 뉴욕을 상징하는 작가로 자리잡았다.이후 소설 <달의 궁전>(1989), <우연의 음악>(1990), <거대한 괴물>(1992), <환상의 책>(2002), <어둠 속의 남자>(2008), <선셋 파크>(2010) 등을 펴내며 문학적 기교와 재치, 현실의 예리한 관찰과 재현 등으로 문단과 대중의 인정을 받았다. 최근까지 노트북 대신 만년필과 타자기를 사용하며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했고, 총 34권에 달하는 책을 남겼다.지난해 국내엔 그의 장편소설 <4 3 2 1>이 번역돼 출간됐다. 주인공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유대계 퍼거슨으로, 작가 본인의 삶을 담았다. 서로 다른 네 운 명으로 갈라진 퍼거슨이 각자의 삶을 살다 마침내 네 개의 삶이 하나로 통합되는 형식이다. 오스터는 앞서 2017년 이 소설

    2024.05.02 09:49
  • 드라마 덕에 대박난 SF 소설, SF 소설 덕에 풍성해진 무대

    과학소설(SF)이 영화와 드라마, 공연 등으로 재탄생하면서 원작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1일 출판계에 따르면 중국 작가 류츠신의 SF <삼체>가 지난달 넷째주 예스24 소설·시·희곡 분야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선 2013년 출간된 책이 뒤늦게 인기를 얻은 것은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가 인기여서다. 3월 21일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드라마 ‘삼체’는 공개 이후 글로벌 톱10 TV쇼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컴퓨터 엔지니어 출신인 류츠신은 소설 <삼체>에 외계 문명이 지구를 공격해오는 이야기를 담았다. 문화혁명을 비롯해 중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삼체>를 읽고 나니 백악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사소해 보였다”고 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SF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흥행했지만 국내에선 넷플릭스 드라마가 나오기 전까지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다.SF의 고전으로 꼽히는 프랭크 허버트의 <듄>도 지난 2월 영화 ‘듄: 파트2’의 개봉으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2001년 국내 출간된 이 소설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는 초판(2000부)도 재고가 남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영화 개봉 직후 예스24 소설·시·희곡 분야 베스트셀러 3위, 종합 33위에 올랐다.서사가 탄탄하고 작품성이 있는 SF는 영상 콘텐츠로 만들기 좋은 소재다. 내년 1월 개봉을 앞둔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미키>를 원작으로 제작했다.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SF를 원작으로 한 ‘종말의 바보’도

    2024.05.01 17:53
  • [이 아침의 소설가] 1년에 소설 100편…'대문호' 안톤 체호프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1860~1904)는 러시아 남부의 항구 도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조부는 농노 출신이었고 아버지는 그가 16세 때 파산했다. 소년 시절 체호프는 가정교사 등을 하면서 겨우 학교를 마쳤다.모스크바대 의학부에 입학한 체호프는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신문과 잡지에 단편소설을 기고했다. 한 해에 100편 넘는 단편을 쓰며 다작했다. 초기에는 가벼운 글이 많았으나 점점 작가로서 성장하며 진지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의대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근교에 병원을 개업한 체호프는 의료 활동을 하는 동시에 창작 활동을 지속하며 단편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공부와 일, 창작 활동 등 과중한 업무가 겹쳐 폐결핵에 걸렸다. 1890년 죄수들의 유형지인 극동 사할린섬으로 취재를 다녀와 르포르타주 <사할린섬>을 집필했다. 이 여행으로 폐결핵이 더욱 악화했다.말년엔 요양 생활을 하며 불후의 희곡을 여러 편 남겼다. <갈매기>를 시작으로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동산> 등이 대표작이다. 그의 희곡들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활발히 공연된다. <벚꽃동산>은 세계적 연출가 사이먼 스톤의 연출로 배우 전도연·박해수가 출연하며 오는 6월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신연수 기자

    2024.04.30 17:53
  • "용공분자로 몰린 아버지 인생을 초상화 그리듯 소설로 담아"

    "'기억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내면에 어떤 힘을 불러일으켜서 이번 작품은 마치 신들린 것처럼 신나게 썼습니다."30일 새 장편소설 <아버지의 광시곡> 출간을 기념한 간담회에서 조성기 소설가(73)는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인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1985년 <라하트 하헤렙>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1991년 <우리 시대의 소설가>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소설은 조 작가 부친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담은 작품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군사정변을 일으킨 1961년부터 암살당한 1979년까지가 배경이다. 당시 조 작가의 아버지는 부산지역 초등교원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용공분자로 몰려 실직했다. 뜻있는 사회운동가에서 술주정뱅이 실직자로 전락한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형상화했다.조 작가는 "소설의 형식을 빌린 아버지의 자서전에 가까운 작품"이라며 "마치 초상화를 그리는 것처럼 아버지의 인생을 사실 그대로 담아 작업했다"고 설명했다.소설은 작가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려냈다. 그는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실직 후 자식의 교육에 집착한 모습부터 사법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말하는 아들 앞에서 입고 있던 러닝셔츠를 찢으며 집밖을 뛰쳐나간 모습, 그토록 거부했지만 종교밖에 기댈 곳이 없는 무력한 모습 등 아버지의 조각, 조각을 충실히 그렸다.조 작가는 "노조 운동을 하다 실직한 아버지가 거의 매일 술에 취해 있던 중학생 시절엔 하루빨리 아버지에게

    2024.04.30 17:52
  • "비만편견은 계속 커져가고 있어, 구체적으로 설명해줄께" [서평]

    여성주의 철학자 케이트 맨 코넬대 부교수는 여성혐오에 관한 화제의 책 <다운 걸>을 출간한 이후 여기저기서 강연과 TV 출연 요청 등을 받았다. 하지만 맨 교수는 대중 앞에 서는 자리는 대부분 고사했다. 뚱뚱한 자신의 몸이 공개되는 순간 조롱과 비난이 뒤따를 것이란 두려움이 들어서다. 그는 인생의 특별한 시점에 본인이 몇 킬로그램이었는지를 정확히 기억한다. '비만 혐오' 사회에서 체중 강박에 시달리면서다.  맨 교수는 평생을 페미니스트로 살고 여성혐오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쓰며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해 왔는데도, 유독 비만 문제에서 당당하지 못한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고 스스로 이상함을 느꼈다. 이에 펜을 들어 쓴 책이 <비정상체중>이다. 그는 책에서 배고픔과 날씬함을 선과 미덕으로 찬양하는 다이어트 문화 속에서 뚱뚱함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을 비판한다.저자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여성혐오와 외국인혐오, 성소수자혐오 등 각종 차별과 혐오에 대한 논의를 끊임없이 해온 결과 일부 인식적 발전을 이룬 반면, 비만혐오 만큼은 예외라고 주장한다. 뚱뚱함에 대한 혐오는 걱정이란 이름의 가면을 쓰고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는 설명이다. 2019년 미국 하버드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인종, 피부색, 성적 지향, 나이, 장애 등 여러 사회적 편견 중 연구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유일하게 악화된 편견은 비만에 대한 편견으로 나타났다.저자 본인을 비롯한 주변의 경험담을 통해 일상 속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비만혐오 문화를 파헤친다. 맨 교수는 교수 임용 면접을 보러 갔을 때조차 뚱뚱하다는 이유로 학자로서 지적 수준을 의심받은 경험

    2024.04.30 11:29
  • [책마을] 우리는 쓰레기를 몰라도 너무 몰라…재활용 쓰레기는 정말 재활용될까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대체 어디로 갈까? 재활용 쓰레기는 과연 얼마나 ‘재활용’되고 있을까?영국 저널리스트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가 쓴 <웨이스트 랜드>는 전 세계 폐기물 처리장을 찾아 이 같은 질문의 답을 파헤친다. 세계 최대급 인도 쓰레기 매립장부터 미국 광산 폐허, 패스트패션의 폐기물로 몸살을 앓는 가나 중고 시장까지 우리가 버린 쓰레기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다.재활용은 선진국에서조차 쉽지 않은 문제다. 저자에 따르면 재활용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여러 연구는 기존의 재활용 라벨이 거의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조차 재활용할 수 있다고 소비자들을 속여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재활용이 실제로 하는 역할 한 가지는 쓰레기를 버린다는 소비자의 죄책감을 달래준다는 점”이라고 말한다.심지어 정부가 재활용률을 과장해 발표하기도 한다. 예컨대 영국에선 실제 재활용된 양이 아니라 재활용 업체에 들어간 쓰레기 양을 재활용률로 발표해 논란이 된 바 있다.쓰레기는 국경도 넘는다. 폐기물 산업은 이미 세계화됐다. 선진국은 쓰레기를 국내에서 고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신 개발도상국으로 빈번히 수출한다. 개도국은 저렴한 인건비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동시에 환경 오염의 부담도 떠안는다.중고품 기부도 마찬가지다. 정말 쓸 만한 중고품은 해외로 기부되지 않고 자국에서 재판매된다. 전 세계에서 팔리지 않는 중고품이 몰려드는 가나 아크라에선 애초에 폐기물로 분류될 만한 저품질의 중고 의류가 넘쳐 쓰레기 매립장이 한계를 초과했다.책은 기업의 그린워싱(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친환경 이미

    2024.04.26 19:00
  • [책마을] 병 걸릴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미리 찾아라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3 한국의 사회 지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기대수명은 82.7세로 집계됐다. 하지만 질병이나 부상으로 아픈 기간을 빼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건강수명은 65.8세로 훨씬 짧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무려 17년 가까이 크고 작은 병을 안고 노년을 보낸다는 뜻이다.세계적 장수 의학 권위자이자 노화 및 만성 질환 전문가인 피터 아티아 박사는 “죽음이 느려지고 있다”고 말한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은 길어진 반면 심장병, 암, 치매, 당뇨 등 만성 질환과 함께 길어진 수명의 마지막 10년을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살다 죽는 ‘느린 죽음’이 만연해졌다는 설명이다.<질병 해방>은 아티아 박사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즉 건강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수십 년간 연구한 결과물이다. 병에 걸린 뒤 수동적으로 병원에 치료를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전에 병의 원인부터 잘라내는 것이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를 좁히는 핵심이다.아티아 박사는 질병과 노화를 바라보는 현대 의학의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현대 의학은 질병 진단 후 치료라는 사후 대처법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아티아 박사는 의학이 병에 걸리거나 인지·신체 기능이 이미 쇠퇴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사전 대응적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저자는 4대 만성 질환인 심장병·암·치매·당뇨 등을 대비하기 시작하는 나이는 중년도 결코 빠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 병들은 우리가 알아차리기 훨씬 이전에 징후가 시작돼 보이지 않게 누적되다가 발병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갑작스럽게 심장마

    2024.04.26 18:58
  • [책마을]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의 책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1위

    자기 아들을 두고 ‘절대 월드클래스 아니다’던 손흥민 선수 아버지의 책이 인기다. 4월 넷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축구 스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자 축구 지도자 손웅정 감독의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가 차지했다. 인기 유튜버 ‘흔한남매’의 어린이 코믹북 시리즈 <흔한남매 16>은 출간 직후 종합 2위에 올랐다. 수학 전문가이자 교육 인플루언서 ‘꿀쌤’의 유아수학 로드맵 <4~7세 보고 만지는 수학은 이렇게 가르칩니다>가 3위다. 상담 및 강연가 장재열 작가의 <마이크로 리추얼: 사소한 것들의 힘>은 10위를 기록했다.신연수 기자

    2024.04.26 18:01
  • 죽기 전 17년을 병에 시달려… 건강 검진은 무조건 빨리, 자주 [서평]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3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기대수명은 82.7세로 집계됐다. 하지만 질병이나 부상으로 아픈 기간을 빼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건강수명은 65.8세로 훨씬 짧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무려 17년 가까이 크고 작은 병을 안고 노년을 보낸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장수 의학 권위자이자 노화 및 만성 질환 전문가인 피터 아티아 박사는 "죽음이 느려지고 있다"고 말한다. 100여년 전만 해도 기대수명은 50세가 채 되지 않았다. 대부분 사고나 부상, 감염 등 '빠른' 원인으로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선 대다수가 '느린' 원인으로 죽는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은 길어진 반면, 심장병이나 암, 치매, 당뇨 등 만성 질환과 함께 길어진 수명의 마지막 10년을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살다 죽는 '느린 죽음'이 만연해졌단 설명이다.<질병 해방>은 아티아 박사가 건강하게 오래사는 법 즉 건강수명을 늘리는 방법에 대해 수십년간 연구한 결과물이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건강수명은 단순히 장애나 질병 없이 지내는 것뿐 아니라, 신체와 정신기능을 잘 유지하면서 더욱 향상시키는 기간이다.아티아 박사는 질병과 노화를 바라보는 현대 의학의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현대 의학은 질병 진단 후 치료라는 사후 대처법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아티아는 의학이 병에 걸리거나 인지·신체 기능이 이미 쇠퇴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사전 대응적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병에 걸린 뒤가 아니라 바로 지금부터 건강수명과 장수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저자는

    2024.04.26 13:40
  • 고전부터 스타작가까지, 다른 옷 입고 태어나는 SF소설 전성시대

    비주류 장르로 여겨져 온 공상과학(SF) 소설이 영화와 드라마, 공연 등으로 재탄생하면서 원작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25일 출판계에 따르면 중국 작가 류츠신의 SF소설 <삼체>가 이번달 넷째주 예스24 소설·시·희곡 분야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선 2013년 출간돼 10년도 넘은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린 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덕분이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드라마 '삼체'는 공개 이후 글로벌 톱10 TV쇼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제작진이 소설을 드라마화했다.컴퓨터 엔지니어 출신인 작가 류츠신이 쓴 이 소설은 외계 문명이 지구를 공격해오는 이야기를 그렸다. 문화혁명을 비롯해 중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휴가 때 읽는 소설로 언급되고, SF계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받는 등 전세계적으로 흥행했지만 과거 국내에선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SF소설의 고전으로 꼽히는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도 지난 2월 말 영화 '듄: 파트2'의 개봉으로 판매량이 크게 올랐다. 2001년 국내 출간된 이 소설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진 초판 2000부를 찍은 것도 다 팔리지 않을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 개봉 직후 예스24 소설·시·희곡 분야 베스트셀러 3위, 종합 33위에 올랐다.서사가 탄탄하고 작품성 있는 SF 소설은 영상 콘텐츠로 만들기 좋은 소재다. 소설의 상상력에 자본과 특수 효과 등이 버무려진 영상이 만나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원작

    2024.04.25 15:19
  • AI에게 말해보세요 "문제 풀기 전에 심호흡 한번 하자" [WSJ 서평]

    바이러스와 인공지능(AI) 중에서 더 위험한 건 무엇일까. 최근 방역보안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오는 2100년까지 생물학 무기로 지구 전체 인구의 10%가 사망할 확률을 3%로 예측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AI 전문가들은 같은 해까지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확률이 12%에 달한다고 내다봤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AI가 인간의 지능을 곧 넘어설 것이고, 그로 인해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의 에단 몰릭 교수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AI가 인간의 유용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동 지능: AI와 함게 생활하고 일하기>는 이를 실현하는 방법에 대한 몰릭 교수의 청사진이다. 경영학을 가르치는 몰릭의 관심분야는 생성형 AI다. 특히 챗GPT와 같이 논리적인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AI 언어 모델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은 생성형 AI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낯선 독자들을 위한 안내서다.  책은 3장 '공동 지능을 위한 네 가지 규칙'부터 읽기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여기서 몰릭은 AI와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제안한다. △ AI의 기능과 단점을 제대로 숙지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업무에 AI를 활용할 것 △ AI는 인간의 판단과 전문 지식 없이는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것 △ AI를 인간 동료로 생각하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할 것 △ 지금 사용하고 있는 AI가 무엇이든 곧 더 나은 AI가 이를 능가할 거란 사실을 인지할 것 등이다. 몰릭은 이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동료이자 상사, 코

    2024.04.25 09:02
  • 재활용 쓰레기는 정말로 재활용되고 있을까 [서평]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대체 어디로 갈까? 재활용 쓰레기는 과연 얼마나 '재활용'되고 있을까? 영국의 저널리스트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가 쓴 <웨이스트 랜드>는 전 세계 폐기물 처리장을 찾아 이 같은 질문의 답을 파헤친다. 세계 최대급 인도 쓰레기 매립장부터 미국 광산 폐허, 패스트패션의 폐기물로 몸살을 앓는 가나 중고 시장까지 우리가 버린 쓰레기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다.재활용은 선진국에서조차 쉽지 않은 문제다. 저자에 따르면 재활용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여러 연구는 기존의 재활용 라벨이 거의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조차 재활용할 수 있다고 소비자들을 속여 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재활용이 실제로 하는 역할 한 가지는 쓰레기를 버린다는 소비자의 죄책감을 달래준다는 점"이라고 말한다.심지어 정부가 재활용률을 과장해 발표하기도 한다. 예컨대 영국에선 실제 재활용된 양이 아니라, 재활용 업체에 들어간 쓰레기의 양을 재활용률로 발표해 논란이 된 바 있다.쓰레기는 아예 국경을 넘기도 한다. 폐기물 산업은 이미 세계화됐다. 선진국은 쓰레기를 국내에서 고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신 개발도상국으로 빈번히 수출한다. 개발도상국은 저렴한 인건비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동시에 환경 오염의 부담도 떠안는다. 중고품 기부도 마찬가지다. 정말 쓸 만한 중고품은 해외로 기부되지 않고 자국에서 재판매된다. 전세계 팔리지 않는 중고품이 몰려드는 가나 아크라에선 애초에 폐기물로 분류될 만한 저품질의 중고 의류가 넘쳐 쓰레기 매립장이 한계를 초과했다. 이 책은 기업의 그린워싱(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

    2024.04.24 09:04
  • [책마을] "中의 태평양 진출 저지선 대만, 美는 어떻게 지킬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어 중동에서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수백 발과 드론 공격을 퍼부은 데 이어, 19일 이스라엘은 이란 본토에 보복을 감행했다. 지구촌은 이제 동시다발적인 전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쓴 <세 개의 전쟁>은 국제정치의 본질을 전쟁이란 렌즈로 파헤친 책이다. 평소엔 모호하거나 은밀하게 감춰진 강대국 정치의 민낯이 전쟁이란 특수 상황에서 투명하게 드러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이 다루는 전쟁은 세 종류다. 20세기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전쟁,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그리고 긴장관계가 심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가상의 대만전쟁이다.이들 세 개의 전쟁은 싸움의 주체와 시기, 갈등 원인 등이 달라 얼핏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전쟁의 본질이 모두 같다고 주장한다. 강대국 간 세력권의 충돌이 갈등의 핵심이고, 국제 정치 무대에서 패권 국가로서 지위를 보전하기 위해 사수해야 하는 이익선(利益線)을 위한 다툼이라는 점에서다.태평양전쟁은 아시아의 패권을 쥐기 위한 일본 제국주의가 시발이었다. 일본은 서구 세력의 침탈에 맞서 아시아 민족들의 독립을 지켜내기 위한 ‘대동아전쟁’으로 포장했지만 본질은 지역 내에서 미국과 영국 등을 몰아내고 패권을 빼앗으려는 것이었다.우크라이나전쟁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소비에트연방 붕괴 후 급속히 추락한 지정학적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라고 강조한다. 우크라이나는 풍부한 농업 기반과 함께 공업 생산력을 갖춘 인구 5000만 명

    2024.04.19 17:46
  • [책마을] 스펙보다 끈기를 보는 하버드대 입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미국 대학입시 자격시험(SAT)에서 최상위 10%의 점수를 받았다. 주어진 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는 능력은 인간보다 AI가 우월해질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공부만 잘하는 아이는 AI로 대체됩니다>는 미국 명문대 입시와 명문 기숙 학교, 한국과 중국의 교육시장 등 다양한 교육 현장을 접한 저자가 내놓은 자녀교육서다. 다년간 교육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만난 실제 아이들의 사례, 세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이자 교육 디렉터로서 가정과 학교에서 적용한 방식 등을 토대로 현실적이고 유용한 조언을 내놓는다.저자에 따르면 최근 하버드대 등 미국 명문대들은 개인적 특성을 중시한다. 적극성, 인내력, 협력할 줄 아는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의 ‘소프트 스킬’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스펙보다 끈기, 창의성, 몰입 등 남다른 개인적 자질을 지닌 사람을 발탁한다는 설명이다.책은 자녀를 체인지 메이커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크게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테이블 세팅을 달리해 막힘 없이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팀 프로젝트를 통해 협력할 줄 아는 능력을 높여준다. 그 밖에 디자인 싱킹을 통해 작은 아이디어도 크고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능력을 키우고, 게임 시스템을 활용해 아이 내면에 강력한 동기 부여를 해줄 것,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끈기 있기 도전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 등이다.신연수 기자

    2024.04.19 17:44
  • [책마을] <일류의 조건><여행의 이유>, 복간이나 개정판 '톱10' 진입

    4월 셋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모건 하우절의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23가지 이야기 <불변의 법칙>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유튜버 ‘빨모쌤’(빨간모자쌤)의 첫 책 <빨모쌤의 라이브 영어회화>가 예약 판매만으로 3위에 올랐다. 18년 만에 복간된 자기계발서 <일류의 조건>과 인생 후반을 따스하게 감싸줄 햇볕 같은 문장을 담은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이 각각 4·5위에 자리했다.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이 10위에 올랐다.신연수 기자

    2024.04.19 17:43
  • "미중 패권 경쟁의 화약고는 대만… 세계는 강대국의 눈으로 봐야" [서평]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수백발과 드론 공격을 퍼부어 중동지역에 전운이 맴돌았다. 10여일 전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한 것에 따른 보복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벌어진 전쟁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구촌은 이제 동시다발적인 전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쓴 <세 개의 전쟁>은 국제정치의 본질을 전쟁이란 렌즈로 파헤친 책이다. 평소엔 모호하거나 은밀하게 감춰진 강대국 정치의 민낯이 전쟁이란 특수 상황에서 투명하게 드러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이 다루는 전쟁은 세 종류다. 20세기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전쟁과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전쟁 그리고 긴장관계가 심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 가상의 대만전쟁이다.  이들 세 개의 전쟁은 싸움의 주체와 시기, 갈등 원인 등이 달라 얼핏 연관성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전쟁의 본질이 모두 같다고 주장한다. 강대국 간 세력권의 충돌이 갈등의 핵심이고, 국제 정치 무대에서 패권 국가로서 지위를 보전하기 위해 사수해야 하는 이익선(利益線)을 위한 다툼이라는 점에서다. 태평양전쟁은 아시아의 패권을 쥐기 위한 일본 제국주의가 시발이었다. 일본은 서구 세력의 침탈에 맞서 아시아 민족들의 독립을 지켜내기 위한 ‘대동아 전쟁’으로 포장했지만 본질은 지역 내에서 미국과 영국 등을 물러내고 패권을 빼앗으려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소비에트 연방 붕괴 후 급속히 추락한 지정학적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라

    2024.04.19 14:20
  • 홀로 늙어가는 사람들 이야기… 노후 거주지는 이것 따져라 [서평]

    비혼과 딩크(아이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족이 늘면서 '혼자 나이 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신체적 노화 뿐 아니라 경제적 빈곤, 관계로부터의 단절과 고립 등은 1인 가구나 반려자와 사별한 이들에게 더욱 절실한 문제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솔로 에이저>를 쓴 사라 제프 게버는 다양한 형태로 홀로 나이들어 가는 이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어려움이나, 그것을 헤쳐나간 이야기들을 모았다. 미국의 상담 및 조직 행동 박사인 게버는 인생 2막 설계 전문가다. 저자는 "혼자가 익숙한 시대는 앞으로의 노년 풍경도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흔히들 재정과 건강만을 노후 준비의 전부로 여겨왔지만, 저자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고 의미를 추구하면서 보람을 찾는 존재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 좀 더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책에는 다양한 '솔로 에이저'들이 등장한다. 이웃 노부부의 유언 집행자이자 후견인이 된 안드레아와 피터 부부부터 알츠하이머에 걸린 홀어머니를 돌보는 60대의 독신자 리사, 단계적 퇴직 방법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찬드라, 세번째 남편과 사별하고 지역 축제에서 모자를 팔면서 전국을 여행하는 샤리 등이다. 이들은 각자의 문제에 맞서 각자의 해법을 찾아가면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삶들을 개척하고 있다.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저자는 혼자서도 행복한 노후를 위해 가치 설계와 주거 설계, 돌봄 설계 등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미래의 삶을 설계하라고 제안한다. 저마다 다른 상황이나 선호, 욕망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워크시트와 체크

    2024.04.19 09:29
  • AI가 시험 더 잘 보는 세상, 아이에겐 끈기, 몰입, 창의가 필요 [서평]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에게 미국 대학입시 자격시험(SAT)을 치르게 하자, 최상위 10% 점수를 받는 결과가 나왔다. 주어진 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는 능력은 인간보다 AI가 우월해질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는 AI로 대체됩니다>는 미국 명문대 입시와 명문 기숙 학교, 한국과 중국의 교육 시장 등 다양한 교육 현장을 거친 저자가 그동안 교육자로서 쌓아온 내공과 경험담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자녀교육서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하버드대 등 미국 명문대 입시의 경향이 바뀌고 있다. 뛰어난 교과 성적이나 높은 SAT 점수, 각종 교내외 활동과 수상 경력 등 아무리 좋은 스펙을 가진 학생이라고 할지라도 합격 통지서를 받기가 어려워졌다. 대신 이들 학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바로 '개인적 특성'이다. 개인적 자질과 인격, 인성 등으로 번역이 가능한 이 항목은 적극성, 인내력, 협력할 줄 아는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 정량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하드 스킬'과 대조되는 역량인 '소프트 스킬'을 가리킨다. 즉 오늘날 미국 명문대 등 글로벌 교육 트렌드를 선도하는 학교들은 학생이 가진 스펙보다 끈기, 창의성, 몰입 등 남다른 개인적 자질을 지닌 사람을 발탁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미래가 원하는 인재는 '체인지 메이커'라고 강조한다. 소프트 스킬을 바탕으로 판을 바꾸는 사람,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가져오는 사람을 일컫는다. 세태에 이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그 자신이 변화의 주체가 되어 사회의 판도를 뒤바꾸는 인물이다. 단순히 학업 성적이 높다고 해서 가질

    2024.04.19 09:23
  • 황석영 소설가 "부커상 수상 욕심나…다음엔 노벨상까지"

    “주위에서 욕망을 저어하지 말라고 해 마음을 바꿨어요. 부커상을 받으면 다음 작품을 열심히 써서 그다음 상(노벨상)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황석영 소설가(81·사진)는 17일 <철도원 삼대>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것과 관련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황 소설가는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서 한 걸음 더 올라가야 하는 것을 뜻하는 ‘백척간두진일보’란 말이 있다”며 “요즘 그런 기분”이라고 했다.부커상 후보작인 <철도원 삼대>와 관련해선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말년에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2019~2020년 한 웹진에 <마터 2-10>이란 제목으로 매주 두 번, 원고지 50매 분량씩 연재한 소설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삼대에 걸쳐 철도업에 종사한 가족과 4대손의 이야기를 담았다.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은 오는 5월 2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신연수 기자

    2024.04.17 18:06
  • '철도원 삼대' 황석영 "부커상 수상 욕심나..다음엔 노벨상까지"

    "'백척간두진일보'란 말이 있습니다.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서 한 걸음 더 올라가야 하는 거죠. 원로 작가로서 요즘 그런 기분입니다."황석영 소설가(81)는 17일 <철도원 삼대>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것과 관련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7년 <수인>이란 자전을 발표한 뒤 온 몸의 내장이 다 빠져나간 느낌처럼 더이상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말년에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레지던시(예술가들이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하는 공간)에 들어가 <철도원 삼대> 연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이번 작품은 황 작가가 앞서 2019~2020년 한 웹진에 <마터 2-10>이란 제목으로 연재한 소설이다. 당시 매주 두번, 총 원고지 50매 분량의 소설을 연재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부터 삼대에 걸쳐 철도업에 종사한 노동자 가족과 오늘날 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해고 노동자인 4대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근현대사 100년에 담긴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다루고 있다. 연재 당시 제목이자 영문판 제목이기도 한 '마터 2-10'은 '마터 2형 10호'란 뜻으로,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1943~1946년 운영한 증기기관차 이름이다.황 작가는 이번 작품을 비롯해 그동안 쓴 작품이 '근대의 극복과 수용'이란 주제로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근대는 왜곡된 근대"라며 "외양은 포스트모던 사회에 진입한 모양을 갖췄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근대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분단이란 장애물로 근대적 민족국가를 해결하지 못했

    2024.04.17 17:07
  • [책마을] '제2의 우크라이나' 나올 수도…국제 정세 최대 변수는 트럼프

    2022년 2월 21일 새벽 3시께, CNN 앵커이자 수석안보분석가 짐 슈토가 자고 있는 우크라이나 키예프 호텔 방에 전화벨이 울렸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경고 전화였다. 슈토가 동료 기자들에게 이 메시지를 공유했을 때 많은 이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사흘 후 실제로 공격이 시작됐다. ○발트해 상공의 러시아 항공기<강대국의 귀환: 러시아, 중국 그리고 다음 세계대전>에서 슈토는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주의로 더욱 위험해진 세계를 묘사한다. 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로 돌아가 우크라이나와 미국, 유럽 전선을 따라 역사가 전개되는 과정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서술한다. 책에선 러시아 항공기가 발트해 상공에 출현해 윙윙거리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됐다.슈토는 대만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대만 해협에서 군사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는 등 대만을 향해 점점 더 도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만과 중국 사이 비공식적인 정치적 연결고리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만 관료들은 그들의 메시지가 중국 지도부에까지 전달되는지 불확실하다고 말한다.슈토는 중국과 러시아가 사이버 해킹부터 인공지능(AI), 우주 군사화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미국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강대국 지위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슈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고, 마치 도미노처럼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이 두 나라를 따라 주변국을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그리며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세계 시장 위협하는 중국의 AI기술법 분야 변호사 조지 타카치가 쓴 <냉전 2.0: 중국, 러시아,

    2024.04.12 19:10
  • [책마을] "韓 압축 성장 비결은 기업·정부의 공생관계"

    “두유 노 김치?” “두유 노 지성 팍, 강남스타일?”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인을 만날 때 으레 쏟아내는 질문이 자조의 대상이 되곤 했다. 자부심의 표현인 것과 동시에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비슷한 질문을 하기 민망할 정도로 수많은 K팝과 콘텐츠, 기업 등이 세계 주류 시장에서 대세가 됐다.그래도 아직 우리 마음속에 남은 인정 욕구가 있다면 <새우에서 고래로>는 그것을 마저 채워주는 ‘한국 안내서’다. 스페인 출신으로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는 저자 라몬 파체코 파르도는 대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한국과 처음 연을 맺었다. 이후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한국 석좌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에 대한 저서를 여러 권 쓴 이른바 ‘한국통’이다.2022년 영국에서 먼저 출간된 이 책은 1948년부터 현재까지 연대기 순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정치·사회·문화·경제 등 전 분야에서 개괄한다.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약한 새우가 아니라 당당한 고래 위치에 올라선 한국의 변화를 외부자 시선으로 분석했다.저자는 책을 쓰기 전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영상을 수차례 돌려봤다고 한다. 한국 사회 변화와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된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장면이라서다. 당시 개막식에선 과거 일제강점기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 했던 마라토너 손기정이 66세의 노장이 돼 성화를 들고 달리는 모습이 감동을 줬다. 단군 시대부터 일찍이 자리 잡은 한민족이란 개념은 각종 수난의 역사를 거치며 강화됐다. 때때로 민족이란 강력한 구심점은 독재 정권

    2024.04.12 19:05
/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