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민주국가에서 여소야대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여소야대 상황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와 정치가 한층 성숙해갈 기회”라고 말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인위적인 정계 개편을 하기보다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정국을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윤 당선인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한 당선 인사에서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국민의 이익과 오로지 국익만이 국정의 기준이 되게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앞에 보수와 진보의 대한민국은 따로 없을 것”이라며 국민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선 “삼권분립이라는 것도, 어느 당이 대통령(과) 행정부를 맡으면 다른 당이 의회 주도권을 잡는 것이 크게 이상할 게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각각 106석과 3석, 더불어민주당이 172석을 차지한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면에서도 인위적인 정계 개편을 하기보다 야당과 교집합을 찾아가며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충원 방문에서도 ‘국민 통합’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10시께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위대한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당선 첫 일성 역시 ‘협치’였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4시께 당선이 확실해진 뒤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새 정부를 준비하고 대통령직을 정식으로 맡게 되면 헌법정신과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했다.

여당이 된 국민의힘에 관여하지 않고 삼권분립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윤 당선인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저는 모든 공무를 집행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의 사무와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저를 도와주셔야 한다. 저는 여러분을 도와드리기 쉽지 않다”고 했다.

대선 과정에서 ‘남녀 간 젠더 갈등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남녀의 성별을 갈라치기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며 화합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남녀와 양성의 문제는 집합적인 평등의 문제라기보다 우리 법과 제도가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불공정 사례에 국가가 강력히 대응하고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과정에서는 오해도 있었고 공격도 받았지만 그런 건 없으니 오해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