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더 조기에 더 빠른 속도로’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발작증세를 보이고 있다. 나스닥이 5일(현지시간) 3.3% 추락했고, 6일엔 일본 닛케이225와 한국 코스닥이 2~3%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곧바로 1200원 선을 돌파하는 등 한국이 특히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미 중앙은행(Fed)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적극 대응 의지를 분명히 밝힌 점이 긴축발작의 배경이다. Fed는 그제 공개된 회의록에서 신속한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을 넘어 올해 보유채권 매각을 통한 ‘양적긴축’ 돌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도 달러 유동성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 탓이다.

회의록에서 확인된 Fed의 ‘매파 본색’은 우리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는 악재다. 수출 덕분에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기업과 가계 빚이 급증해 금리인상의 충격 흡수가 쉽지 않다. 미국 경제지표들이 뚜렷한 개선세여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압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원화가치를 지키려고 불가피하게 조기 금리인상에 동참하면 기업과 가계의 연쇄 파산을 부를 수 있는 딜레마적 상황이다.

Fed가 여러 부작용에도 빠른 긴축을 결단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고, 이런 저간의 사정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태평성대인 듯 돈풀기를 통한 표몰이에 여념이 없다. 30조원 규모의 대규모 자영업 지원안에 여야가 손뼉을 마주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여당 후보는 한술 더 떠 설 이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고 “퍼주기라고 비난해도 농민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정부도 돈풀기 공범을 자처하는 모습이다. ‘2월 추경은 말이 안 된다’던 부총리는 “종합적으로 점검해 결정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어제는 소상공인·중소기업에 40조원 등 총 100조원을 투입하고, 부정청탁금지법상 10만원인 선물 상한가액을 한 달간 20만원으로 상향시키는 설 민생대책을 내놨다. 재난지원금과 무관한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재정여력이 있다면 전 국민에 지급해야 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금융시장은 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출렁인다. 그제 추경 얘기가 나오자 국채가격이 급락(금리 급등)하기도 했다. 이런 발작이 계속된다면 국민은 정부가 쥐여주는 푼돈보다 훨씬 큰 이자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