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체제의 확장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참여를 요청한 것을 두고 중국 언론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일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호주, 러시아, 인도를 주요 G7 정상회의에 초청한 것은 "정치적 쇼"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매체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한 소식을 전하며 "문 대통령의 결정은 한국이 강대국의 대열에 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외교·정치적으로 세계적 영향력이 크지 않다"며 "한국이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호주 역시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러시아와 인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거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어 "G11 또는 G12를 구성하자는 합의가 도출돼도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최대 무역국, 제조국, 신흥시장인 중국의 참여 없이는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G7 확대 제안은 정치적 쇼"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글로벌타임스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G7을 확대하는 의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더 많은 동맹국과 파트너를 끌어들이려는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분명히 미국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도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희망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6월로 예정된 G7 정상회의를 9월로 연기하고 비회원국인 한국과 호주, 러시아, 인도를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 초청 4개국 가운데 문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며,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중국 내부에서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미·중 신(新) 냉전 상황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두 나라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G7 확대를 통한 미국의 중국 고립전략과 한국의 G7 편입 기회를 두고 중국 측에서 노골적인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