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한 뷰티 회사에 다니던 박모씨(32)는 지난달 퇴사를 했다. 근무 여건이 나은 곳으로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다. 제품 사진 촬영과 디자인 업무를 했던 그는 크몽, 숨고 등 플랫폼에서 간간이 사진, 영상 편집하며 용돈벌이를 하는 중이다. 자발적 프리랜서로 ‘쉬어가는 시간’을 갖겠다는 것. 그는 “여행을 길게 다녀올 생각이라 지금은 소일거리를 하며 포트폴리오를 쌓는 중”이라고 말했다.

팬데믹을 계기로 '긱 이코노미'(임시직 경제)가 본격화되면서 프리랜서, N잡러 등 '긱 워커'도 늘고있다.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 '업워크'(Upwork)는 오는 2027년 미국 내 프리랜서 수가 전체 근로자의 50%가 넘는 86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긱워커는 220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8.5%로 집계됐으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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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워커' 스타트업 부상

이 가운데 긱 워커와 기업, 긱 워커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칭 스타트업도 활황을 띄는 분위기다. 매출과 이용자가 늘고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크몽, 숨고, 위시캣, 원티드긱스(Wanted Gigs) 등이 대표적이다.

HR(인적자원관리) 테크 기업 원티드랩은 2020년 4월 프리랜서 채용 플랫폼 원티드긱스를 별도로 런칭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적합한 일자리를 소개하고 매니저를 전담으로 배정한다. 프리랜서들의 각종 노무적 문제를 돕기도 한다.

늘어나는 프리랜서 시장을 겨냥한 원티드긱스는 출시 2년여 만에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원티드랩에 따르면 원티드긱스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약 7억 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2억 4000만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프리랜서 마켓 스타트업 크몽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월 6~7만명이 사용하던 크몽은 지난 4월 15만명 이상의 월 사용자를 확보했다.

크몽은 지난해 4월 312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경쟁사인 '숨고' 운영사 브레이브모바일도 비슷한 시기에 320억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해외에도 미국의 '업워드', 이스라엘 스타트업 '파이버', 독일 '날쉐어' 등 다양한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있다.

전문인력 수요 늘어'커리어형 프리랜서' 뜬다

전문인력이 긱 워커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유의미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한 비자발적 프리랜서가 아닌 주도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개발해 나가는 ‘커리어형 프리랜서’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전문성이 높은 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예전에는 주로 택배, 배달, 과외 등 일부 직종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엔 IT, 디자인, 설계 등 전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원티드긱스에서 매칭하는 채용의 85% 이상이 IT 직군이라고 한다. 2021년 크몽의 개발자, 디자이너, 영상 및 음악 전문가의 상위 10%는 연 평균 수입이 8500만~3억44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개발자, 디자이너 등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프리랜서 플랫폼도 세분화되는 추세다. 고스펙 전문가와 기업을 연결해 프로젝트별로 일하는 매칭 플랫폼 ‘탤런트뱅크’, 디자이너와 기업을 연결하는 ‘스터닝’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몸값 높은 전문가를 영입하는 부담을 덜고, 전문가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긱 워커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커리어’가 중요해지고 취미나 재능을 이용해 부수익을 얻는 ‘N잡러’가 보편화되면서 프리랜서에 대한 의미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