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패스트 패션(SPA) 브랜드 자라를 소유한 인디텍스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가는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아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약 131조원)를 넘어섰다.

중‧저가 전략을 내세운 기업이 LVMH, 나이키, 디올 등 프리미엄 의류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인디텍스는 오프라인 매장 수를 늘리고 효율화하는 데 2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등 과감한 투자 계획도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인디텍스는 7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2~4월) 매출액이 전년(67억4000만유로)보다 13% 증가한 76억1000만유로(약 10조60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1억7000만유로(약 1조6000억원)로, 전년(7억6600만유로) 대비 54%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9억7500만유로)를 큰 폭으로 뛰어넘었다.

이날 스페인 증시에서 인디텍스 주가는 전일보다 1.81유로(5.69%) 오른 33.63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 폭은 2017년 8월 이후 약 6년 만에 최대다. 인디텍스 주가는 이미 올해 들어 30% 넘게 올랐다.
최근 1년 인디텍스 주가 흐름. 자료=인베스팅닷컴
최근 1년 인디텍스 주가 흐름. 자료=인베스팅닷컴
시가총액은 약 1070억유로(약 149조7155억원)에 달한다. FT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를 인용해 인디텍스가 LVMH, 나이키, 디올에 이어 전 세계 의류업체 중 네 번째로 시총이 크다고 전했다.

매장 효율화 작업이 수익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자라는 올해부터 옷에 부착된 태그를 떼고 새로운 보안 기술을 도입해 고객들이 계산대에 머무르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밖에 디지털화된 피팅룸이나 온라인 쇼핑 공간 등을 매장 내에 마련해 고객 편의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이에 더해 수익성이 낮은 매장은 과감하게 문을 닫는 대신, 런던, 파리 등 주요 도시의 매장은 94개 늘리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도 유효했다. 그 결과 인디텍스의 총마진율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60.5%까지 올랐고, 현금 보유량은 100억유로 이상으로 불어났다.

2분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제퍼리스의 제임스 그리지닉 주식 담당 애널리스트는 “5월부터 이달 4일에 이르는 기간 인디텍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며 “이익 규모가 코로나19 이전 정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타 오르테가 인디텍스 최고경영자(CEO). 사진=인디텍스 홈페이지
마르타 오르테가 인디텍스 최고경영자(CEO). 사진=인디텍스 홈페이지
인디텍스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료와 함께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관련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해 중 전체 매장 공간을 3% 넓히기 위해 16억유로를 쏟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매장에서의 판매 효율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디텍스가 특히 집중하고 있는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은 이 회사가 러시아에서 철수한 이후 두 번째로 많은 매출을 내고 있는 시장이지만, 매장 수가 1200개를 넘는 스페인 등 유럽 국가에 비해선 아직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인디텍스는 2025년까지 미국 주요 도시에 약 30개 매장을 새로 열거나 보수할 예정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RBC캐피탈마켓은 인디텍스의 목표주가를 34달러에서 37달러로 올려 잡았다. 이 회사의 올해 연 매출이 전년 대비 최소 10% 늘고, 순이익은 20% 넘게 증가할 것이란 예측에서다. RBC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분별력을 갖추면서 소수의 대형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여 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인디텍스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해 시장 확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인디텍스는 1960년대 가족 기업으로 시작했다. 자라와 자라 홈을 포함해 마시모두티, 버쉬카, 풀앤베어, 스트라디바리우스, 오이쇼 등 7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으며, 전 세계 직원 수는 16만5000명이다. 최고경영자(CEO)인 마르타 오르테가는 창업주인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딸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