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CPI 예상보다 나빴지만, 랠리 무너지지 않은 이유
14일(미 동부시간) 아침 8시 30분, 드디어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됐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헤드라인 6.4%, 근원 수치가 5.6%로 발표됐습니다. 12월(6.5%, 5.7%)보다는 살짝 둔화했지만, 월가 예상(6.2%, 5.5%)보다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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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 대비로는 각각 0.5%와 0.4% 오른 것으로 나왔는데요. 이건 월가 예상과는 일치하지만, 12월(0.1%, 0.4%)에 비해선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졌습니다. 사실 12월 수치도 계절 조정 비중 수정으로 원래 -0.1%, 0.3%에서 높아진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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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 CPI의 증가는 에너지(전월 +2.0%)와 주거비(+0.7%)에 의해 주도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가 0.5% 상승 폭의 4분의 3을 차지했습니다. 식품 가격도 0.5% 올랐습니다. 근원 CPI를 보면 주거비뿐 아니라 교통(+0.9%) 교육 및 통신(+0.5%), 레크리에이션(+0.7%) 등 각종 서비스 물가가 모두 올랐습니다. 다만 메디케어 서비스가 0.7% 감소했습니다. 근원 상품 인플레이션도 예상보다 강한 0.1% 상승했습니다. 중고차 가격이 예상과 달리 1.9%나 내렸는데도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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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예상보다 높았지만, 그렇다고 몹시 나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블룸버그는 '많은 투자자가 나쁜 뉴스를 예상했고, 나쁜 뉴스가 나왔지만, 전반적으로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쁘지는 않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헷갈리는 수치가 나온 뒤 시장은 잠시 소화 기간을 거쳤습니다.

보합 선에서 오락가락하던 채권 시장의 금리는 오전 9시께부터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상승세는 지속했고 결국 오후 4시께 미 국채 2년물은 9.0bp나 오른 4.630%에 거래됐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최고입니다. 또 6개월물은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었습니다. 10년물의 경우 5.3bp 상승한 3.758%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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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미 중앙은행(Fed)에 대한 최종금리 예상도 살짝 높아져 5.2% 위로 올라갔습니다. 주목할만한 건 연말에도 기준금리가 5.1%를 유지할 것으로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올해 금리 인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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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마이너스 0.1~0.8% 수준의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오전 10시 모두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30분 뒤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했지요.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결국 다우는 0.46%, S&P500 지수는 0.03% 내렸고 나스닥은 홀로 0.57%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의 상승은 테슬라와 엔비디아 강세에 힘입었습니다. (엔비디아의 경우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주도적 위치에 있을 것이라며 목표가를 215달러→255달러로 높여 5.43% 올랐습니다. 테슬라는 조지 소로스가 작년 4분기 주식을 매입했다는 소식에 7.51% 폭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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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채권 시장은 더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과 더 높은 기준금리를 예상했지만, 증권 시장은 그렇게 나쁜 뉴스로 보지 않은 것입니다. 1월 CPI가 나오면 지난 3일 1월 고용 데이터가 발표된 뒤 벌어지기 시작한 증시와 채권 시장의 차이가 좁혀질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 이유는 CPI를 해석하는 시각차에 있습니다. 월가에선 1월 CPI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하락 추세를 보여줬다는 진영과 향후 인플레이션의 험난한 경로를 보여준다는 진영으로 크게 나뉘었습니다.

■ 인플레이션 하락 이상 없다

① 하락 추세 유지됐다

전년 대비 CPI의 하락 추세는 유지됐습니다. 둔화 속도는 느려졌지만요. 헤드라인 CPI 6.4%는 2022년 6월 9.1%의 정점에 비하면 크게 낮은 것이고,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습니다. JP모건은 "헤드라인 수치 감소폭은 작년 6월 이래 가장 적었고, 근원 수치의 월간 상승률은 지난 4개월 만에 가장 컸다"라면서도 "우리는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가 느려지고 있더라도 광범위한 추세는 둔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일직선으로 떨어지기보다는 어느 정도 울퉁불퉁한 시기를 거칠 것이라는 건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인플레이션의 방향은 계속해서 Fed의 목표를 향해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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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지난 몇 달 동안 제한적 진전을 보이면서 계속 상승하고 있고 주거비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다음 몇 개월간 인플레이션은 더 많은 진전을 다시 보이겠지만 여기서부터는 느리고 힘든 과정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이를 알고 있습니다. 지난주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2% 목표까지 낮추는 과정이 "아마도 험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② 주거비가 문제…곧 내려간다

이들 진영은 주거비가 1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의 약 절반(0.5% 중 0.23%포인트)을 차지한 것을 지목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CPI 수치는 약간 위안을 준다. 주거비가 1월 인플레이션 상승의 큰 요인이라는 건, 이게 앞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임대료는 작년 하반기부터 상승률이 꺾였는데, CPI에 반영되는 시차 때문에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죠. 곧 CPI에서도 꺾어지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 내림세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얘기입니다. 실제 1월 주거비 중 임대료는 0.74%,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는 0.67% 상승해 지난 12월(0.79%, 0.79%)보다 상승 폭이 감소했습니다. 22V리서치의 데니스 드부셰리 설립자는 "임대료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으므로 시간이 흐르면 OER이 훨씬 더 낮아질 것임을 알고 있다. 시장이 이 수치를 OK로 받아들이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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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선 식품 물가도 곧 내려갈 것으로 봅니다. 한 달간 8.5%(연간 70.1%)나 오른 계란 가격은 최근 도매 시장에서 내려가고 있습니다.

③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둔화

파월 의장은 그동안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에 주목해 왔습니다. 상품 물가는 공급망 정상화로 내려가고 있고, 주거비 하락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죠. 그런데 그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1월 0.36%(월스트리트저널 추산)를 기록해 12월 0.39%보다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스테노 리서치는 "증시가 CPI 수치에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은 것은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전달보다 둔화한 게 이유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④ 계절 조정 비중 조정 탓에 더 올랐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에 따르면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이 최근 계절 조정 비중을 수정한 탓에 1월 CPI는 과거 비중을 적용한 때보다 헤드라인 수치가 4bp(0.04%포인트), 근원 수치가 9bp(0.09%포인트) 더 높게 나왔습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1월 수치는 원래 계절 조정 때문에 풀이하기가 어렵고 이번에는 계산방법(비중 조정)을 바꾸는 바람에 더 그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⑤ Fed가 당장 더 긴축하지 않을 것

이번 CPI는 충격적이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Fed가 당장 이 수치로 인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갑자기 50bp를 올리진 않으리라고 예상됐습니다. 추가 긴축 가능성이 조금 더 커졌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죠. 게다가 다음 달 회의 전까지 2월 CPI와 2월 고용보고서가 더 나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오늘 CPI는 통화정책 위험을 크게 높이진 않는다. 노동시장 상황과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끈적끈적하게 유지되는 것을 고려할 때 최종금리에 대한 위험은 우리 기본 예상인 5.0~5.25%보다 약간 높은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다음 두 차례의 FOMC에서 각각 25bp의 금리 인상을 계속 예상하며 위험은 추가 인상 쪽으로 치우쳐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물가 하락 험난…추가 긴축 필요

① 인플레이션 둔화 험난하다

시장은 작년 10~12월 CPI가 매달 전월보다 뚝뚝 떨어지는 걸 반겨왔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10월 0.5%→11월 0.2%→12월 0.1%(수정 전 -0.1%)로 낮아지고 있었죠. 하지만 이번에 0.5%로 크게 올라갔습니다. 오바마 정부 때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냈던 하버드대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CPI 수치가 예상에 비해 놀라웠던 건 아니지만 한 달 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라고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이건 저점에서 다시 반등하는 것이다. 그것도 중고차와 메디케어 서비스가 (예상과 달리) 1월 마이너스로 나와서 그렇다. 이건 계속해서 그럴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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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근원 상품 물가 둔화세가 꺾였다

시장은 상품 가격의 하락을 이미 주어진 것으로 간주해 왔습니다. 파월 의장도 상품 가격은 디스인플레이션 상태라고 말했죠. 하지만 3개월 연속 하락하던 근원 상품 가격은 1월에 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중고차가 예상과 달리 1.9%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그렇습니다. 중고차 경매가를 보여주는 만하임 중고차 지수는 지난 12월에 이어 1월에도 상승했지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예상했던 것처럼 상품 디플레이션이 중고차 이외 지역으로 확대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중고차 가격(-1.9%)과 항공료(-2.2%)가 예상보다 많이 하락해 월간 근원 CPI에 -11bp 기여했다"라며 "연초 중고차 경매 가격과 제트 연료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이런 약세가 앞으로 몇 달 안에 부분적으로 역전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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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근원 서비스 물가 둔화 이유

근원 서비스 가격은 12월의 0.6% 증가보다 약간 낮은 0.5% 증가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처방약(+2.1%), 양로원(+1.4%), 자동차 수리(+1.3%), 탁아소(+0.7%), 외식(+0.6%) 등 노동력(임금)에 의존한 서비스료는 대부분 다 올랐는데 의료(의사) 서비스가 -0.1% 내린 게 영향이 컸습니다.

파월 의장이 지목한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 둔화도 의료 서비스 하락 영향이 컸습니다. 언리미티드펀드의 밥 엘리엇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약간 이상한 의료 서비스 영향을 제외한다면 주거비를 뺀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도 12월보다 더 높다"라고 밝혔습니다. KPMG의 다이언 스웽크 이코노미스트는 "근원 서비스 물가는 기본적으로 임금과 연관이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노동시장이 뜨거운 상황에서 근원 서비스 물가가 쉽게 내려가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④ "Fed는 더 긴축해야 할 것"

제이슨 퍼먼 교수는 "시장이 지금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안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왑 시장이나 인플레이션 연동 국채(TIPS) 시장을 보면 올해 말 약 2%의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는데 나는 이런 1월 CPI를 갖고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3% 이하로 떨어질지 상상할 수 없다. Fed의 추가 긴축과 적절한 규모의 경기 침체 없이는 3%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견해는 시장의 최종금리 예상이 올라가고, 연말 Fed 피벗(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진 것에서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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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도 "강력한 CPI 보고서는 최근 Fed 인사들이 시장이 예상해온 것보다 더 긴 인플레이션 싸움에 대비하기 위해 스스로 단련해온 이유를 보여준다"라며 "Fed는 3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고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Fed 위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아주 매파적이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매파적이었습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은행(연은) 총재는 1월 CPI에 대해 "예상했던 대로"라며 "인플레이션이 정상화되고 있으나,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훨씬 더 오랜 관성과 지속성을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지속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아래로 내려오고 있지만 빠르게 내려오진 않는다"라면서 기준금리가 5%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5%를 얼마나 넘을지는 우리가 보는 데이터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우리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품 가격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지속해서 2%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2% 목표를 훨씬 상회하고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올해 투표권자입니다. 그녀의 연설을 자세히 옮기겠습니다. 로건 총재는 "상품 가격이 주로 공급망 개선으로 인해 최근 몇 달 동안 하락했다"라며 "공급망이 두 번 회복될 수 없으므로 그런 물가 하락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로건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약간 진전은 보고 있지만, 서비스 인플레이션에서 둔화를 보는 게 필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녀는 "상품과 주택 물가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더라도 에너지와 주택을 제외한 서비스 물가가 최근과 같은 연간 약 4% 속도로 계속 오른다면 인플레이션은 3%에 가깝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Fed는 2% 물가를 목표로 합니다. 로건 총재는 "광범위하고 지속적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결국은 사라질 공급망 혼란 같은 특수 상황의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과열된 경제, 특히 경직된 노동시장에 따른 증상이며 더 나은 균형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로건 총재는 "우리는 데이터에 반응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강력한 고용 보고서나 더 높은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계속 보게된다면 시장 가격에 책정된 것보다 더 많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Fed 위원들의 발언에 대해 피치트리 캐피털의 코너 센 설립자는 "Fed는 기준금리 인상 폭을 75bp에서 50bp, 25bp로 단계적으로 낮추면서 연착륙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4월까지 고용과 물가 데이터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매파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CPI 예상보다 나빴지만, 랠리 무너지지 않은 이유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월가에서는 Fed가 계속 긴축을 할 것이고, 긴축 효과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금 랠리는 베어마켓 랠리라는 생각이 많습니다. 게다가 금리가 올라가고(채권 가격 하락), 주가는 오르면서 주식 가격은 채권에 비해 너무 비싸졌습니다. 삭소뱅크는 "주가가 역사적 밸류에이션 범위의 상단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시 밸류에이션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 이익 추정치 감소가 계속될 경우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이는 Fed가 오랫동안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맹세하는 배경을 고려할 때 특히 중요하다"라고 자적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CPI 예상보다 나빴지만, 랠리 무너지지 않은 이유
하지만 그런데도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고요. 기술적 분석으로는 저항선을 대부분 넘었기 때문에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Fed와 싸우지 말라"(don‘t fight the Fed)라는 증시 격언에 빗대어 "시장 분위기와 싸우지 말라"(don't fight the tape)라는 말도 나옵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의 경기 침체 예상은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고, 시장 내러티브는 경착륙에서 연착륙으로 바뀌었다. 인플레이션도 떨어지고 있다. 이는 남아 있던 현금이 추격 매수에 나서게 만들고 수익률을 좇게 할 것이다. 랠리를 놓치는 사치를 부릴 이유가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위험이 있고 하반기에 매도세가 생길 수 있지만, 지금보다 더 높은 주가 수준에서 나올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CPI 예상보다 나빴지만, 랠리 무너지지 않은 이유
웰스파고는 "베어마켓은 끝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주식 시장은 최근 몇 주간 10% 넘게 반등했으며 ▲회사채 스프레드는 안정된 수준까지 줄어들었고 ▲Fed는 긴축 사이클의 끝으로 다가가고 있고 ▲경제나 기업 실적은 망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강세장이 시작됐다는 것도 아닙니다. 웰스파고는 "이번 반등은 금리가 하락하고 Fed가 긴축 끝으로 향하고 투자자들의 가벼운 주식 비중을 고려할 때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험자산 선호로 달려가라는 건 아니다. 그것보다는 지금 낮아진 꼬리 위험이 시장 가격에 재산정되고 있는 정도라고 말하는 게 공정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베어마켓은 끝났지만 불마켓도 아니고 그냥 마켓(just a market)"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그냥 시장에서는 "단기 급락은 없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봤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해외에서 답을 찾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양적 완화(QE)로 인해 미국 주식이 급등했지만, 지금 Fed는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도 인민은행이 완화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핌코는 "신흥시장은 자산군으로서 더 강력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의 높은 실질금리는 추가적인 Fed 금리 인상과 미국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인한 파급 위험을 완충한다. 중국의 경제 재개는 순풍을 몰고 왔고 인플레이션과 재정 압박의 정점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이런 월가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이 설문은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실시됐고, 운용자산 7630억 달러를 관리하는 262명의 펀드매니저가 참여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세계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투자자의 비율은 순 24%로 조사됐습니다. 작년 11월에 순 77%로 최고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낮아진 것입니다. 연착륙 기대가 커진 것이죠. 또 경제 성장에 대한 비관론도 1년 만에 가장 낮았고 펀드매니저의 순 83%는 향후 12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이 더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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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꼬리 위험으로는 큰 인플레이션을 꼽았는데, 12월보다 더 많은 40%가 이걸 지적했습니다. 또 순 68%는 중국의 경제 재개가 인플레이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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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펀드매니저의 66%는 지금 랠리를 여전히 베어마켓 랠리라고 답했습니다. 새로운 강세장이 시작됐다고 답한 이는 22%에 그쳤습니다.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낙관론 속에 증시가 랠리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아직 이런 상승이 지속할 것으로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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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주식 포지셔닝은 여전히 가볍습니다. 순 31%가 주식에 대해 비중축소 의견을 갖고 있는데 이는 최근 기록인 지난 9월의 순 52%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역사적 평균보다 높은 비율입니다.

다만 이들의 신흥국 주식에 대한 노출은 많이 늘어났습니다. 3개월 동안의 비중 증가 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붐비는 거래로는 중국 주식 매수, 투자등급 채권 매수, 미국 달러 매수를 들었습니다. 지난 7개월간 연속 1위로 꼽혔던 미 달러 매수가 3위로 떨어지고, 중국 주식 매수가 1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