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증시, 운용사·연기금 CIO 10명에게 물어보니…

원자재 가격 고점…내년부터 공급망 해소돼 기업실적 개선
탄소중립 수혜 수소·풍력 매수 기회…엔터·게임 등도 관심
철강 등 경기민감주·단기 급등한 2차전지 리스크 관리 필요
국내 증시가 수개월째 ‘박스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운용사·연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내년 상반기에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 각국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정책 시행과 함께 공급 병목현상이 완화되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친환경, 콘텐츠 업종으로 서서히 눈을 돌리라고 조언했다. 반면 원자재 가격 급등을 등에 업고 실적이 크게 개선된 철강 등 경기민감주는 피해야 할 업종으로 꼽혔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실적이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과도…반도체 내년 2분기께 반등할 것"

“내년 상반기 다시 기회 올 것”
24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10개 운용사·연기금 CIO를 대상으로 증시 향방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내년 1분기, 늦어도 2분기께 반도체 업종의 반등과 함께 지수 상승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업계에선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내년 하반기께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환 BNK자산운용 부사장은 “내년 하반기까지 D램 가격은 약세를 지속하다가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며 “주가는 업황을 한 분기 정도 앞서 반영하기 때문에 여름부터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대장주가 반등을 시도하면 지수도 따라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주식시장을 짓누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송태우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주식본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 대란으로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위드 코로나와 함께 내년부터 글로벌 공급망이 서서히 정상화되면서 기업 이익도 견조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고 말했다.

다음달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내년 미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통화 긴축정책이 증시에 미칠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용덕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1본부장은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는 이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소화가 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콘텐츠 기업 글로벌 경쟁력 갖춰”
전문가들은 친환경과 콘텐츠 업종 비중을 늘리라고 제안했다. ‘상승이 기대되는 분야’를 묻는 항목(복수응답)에서 10명 중 6명이 친환경 분야를 꼽았다. B기관 CIO는 “글로벌 주요 국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대규모 친환경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본부장은 “오는 31일부터 열리는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세계 각국이 다양한 지원 정책과 제도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수소와 풍력 관련주는 지금이 매수하기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6명은 미디어·엔터테인먼트·게임 등 콘텐츠 업종을 추천했다. 박태형 신한자산운용 부사장은 “국내 콘텐츠 기업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체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인플레 수혜주’는 피하라”
전문가들은 향후 경기민감주가 실망스러운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가도 함께 올랐던 인플레이션 수혜 종목이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수그러들면 다시 실적이 부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차전지 업종도 최근 급등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직까지 흑자 구간에 들어서지 못한 기업이 많은 데다 향후 경쟁이 과도해지면 단가 인하 압박 가능성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테지만 단기적으로는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채권운용총괄은 “당분간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위드 코로나 이후 기업 활동 정상화에 대한 기대 등이 뒤얽히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성미/구은서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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