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아마존과 AT&T 등 거대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OTT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어서다. 월가에선 향후 OTT 업체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승자와 패자를 가르고 있다.

MGM 품은 아마존…OTT '합종연횡' 수혜주는
지난 26일 아마존은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MGM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영화 ‘007 시리즈’ 등 콘텐츠를 확보해 OTT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인수 금액은 채무를 포함해 84억5000만달러로, 아마존으로선 2017년 유기농 식품 전문 슈퍼마켓 홀푸드(인수금액 15조3248억원) 인수 이후 가장 큰 M&A다.

아마존이 이런 결정을 내린 건 그만큼 스트리밍 시장에 미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7일 AT&T 역시 같은 이유로 자회사인 워너미디어와 케이블채널 디스커버리를 합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세계 OTT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1100억달러 규모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의 대규모 M&A를 월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이슨 바지넷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MGM을 인수해 콘텐츠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라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는 다른 업체 대비 차별화된 콘텐츠를 보유함으로써 더 많은 회원을 유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스틴 포스트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 역시 “MGM은 4000편 이상의 영화를 갖고 있고 그중 181편이 아카데미상 수상작”이라며 “MGM을 인수하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월간 구독료를 인상할 수 있고 날로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스트리밍업계에서 상위 5위 지위를 확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아마존의 소식이 달갑지 않은 곳도 있다. 애플TV+를 출시한 애플이 대표적이다. 마크 즈구토비치 로젠블랫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TV+ 출범 이후 18개월이 다 돼가는데 성적이 좋지 못하다”며 “월트디즈니, 넷플릭스, 워너미디어-디스커버리와 같은 독점적 지위에 오르려면 미디어 사업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OTT 업체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면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을 찾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월가는 컴캐스트, 비아콤CBS가 다른 OTT 업체와 인수합병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컴캐스트 측은 M&A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비아콤CBS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 한 달간 월가에서만 7개 투자은행(IB)이 비아콤CBS의 목표주가를 올렸는데, 방대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인수 대상으로 매력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