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는 장외시장의 ‘3대 주식’으로 불린다. 최근 세 업체의 시가총액은 60조원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의 시총은 33조원으로 KB금융(22조원)과 우리금융지주(7조원)를 합한 것보다 크다. 크래프톤도 시총 20조원을 웃돌며 엔씨소프트를 뛰어넘었다.

공모주 초호황이 이들 주식의 가격을 밀어올렸다. 세 기업 모두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주가가 적정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크래프톤 1년간 6배 급등

'따상' 못 하면 어쩌려고…몸값 60조 '장외주 3대장' 과열주의보
28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최근 주당 24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초 40만원대에서 시작해 6배 가까이 급등했다. 시총은 20조5374억원으로 엔씨소프트(19조7147억원)를 넘어섰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매수 호가가 9만7000원을 기록했다. 호가 기준으로 연초(약 7만5000원) 대비 30% 가까이 상승했다. 실거래가 기준 시총은 33조199억원, 호가 기준으로는 39조5423억원이다. 은행 시총 1위인 KB금융(22조1120억원)보다 크다.

토스증권을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시총이 8조4035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6조1435억원이다. 또 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도 올해만 주가가 6~7배 올랐다. 시총이 6조5131억원에 달한다.

‘따상상’을 반영한 가격?

장외주식의 주가가 치솟은 것은 공모주 열풍 때문이다. 작년 공모주 대어였던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공모가 대비 3~4배 상승했다. 인기 공모주는 급등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장외주식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작년 9월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는 공모가가 2만4000원이었지만 장외가가 6만~7만원 선까지 올랐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공모가가 13만5000원이었지만, 장외에서 30만~40만원에 거래됐다. 장외 투자자도 대부분 수익을 올렸다. 이들 종목이 상장 직후 ‘따상상’(공모가의 두 배 가격 형성 후 이틀 연속 상한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등 장외 3대장의 기업가치도 ‘따상상’을 반영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선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3만원 내외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소 ‘따상’(공모가의 두 배 가격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해야 장외 투자자들이 본전을 찾는 가격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가는 기업가치 대비 20~30% 할인된 수준인데, 공모가보다 최소 3배 올라야 본전이라는 것은 과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학습효과가 불러온 ‘비극’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18일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그랬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가는 6만5000원, 장외가는 18만~20만원이었다. 하지만 첫날 160%(따상) 오른 뒤 하락세로 전환했다. 26일 13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장외가 대비 35% 낮다.

학습효과였다. 앞서 공모주들이 상장 직후 급등했지만 결국 하락하는 것을 보며 투자자들이 급하게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SK바이오팜은 장중 한때 26만95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10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8만91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주가는 5만1900원이다.

시장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 최근 코스피지수는 3000선에서 횡보 중이다. 주가가 급등하던 작년과는 다르다. 향후 장이 약세로 전환할 경우 공모주 열기가 식으면서 장외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모가를 ‘싼 가격’으로 여기는 인식도 우려 요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외가와 공모가를 비교하면서 공모가가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어떤 회사든 기업가치를 지탱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공모가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