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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비명에 나선 고교생…목 찔리고도 끝까지 나섰다
17세 고교생 "비명에 몸 먼저 움직여"
피습 여고생 "119 불러달라"고 요청
용의자 흉기에 다치고도 "도와달라"
피해학생 아버지 "악플에 무너져"
피습 여고생 "119 불러달라"고 요청
용의자 흉기에 다치고도 "도와달라"
피해학생 아버지 "악플에 무너져"
10일 뉴스1에 따르면 고교생 A군(17)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털어놨다. A군은 사건 이후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범인의 얼굴도 반복적으로 떠오른다는 것이 A군의 설명이다.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몸이 굳는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증세도 나타나고 있다.
사건은 지난 5일 오전 0시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벌어졌다. 늦은 밤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고생 B양(17)은 당시 일면식도 없는 장모씨(24)가 휘두른 흉기에 공격당하고 있었다.
근처를 지나던 A군은 B양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처음엔 연인이 다투는 줄 알았지만 곧 "살려달라"는 외침이 들렸다고 했다. A군은 "비명소리에 그냥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떠올렸다.
길 건너편으로 달려간 A군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또래 여학생을 발견했다. B양은 A군을 보고 "119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A군이 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던 순간 장씨가 다시 흉기를 들고 다가왔다.
A군은 한 손에 휴대전화를 쥔 채 다른 손으로 흉기를 막으려다 손등을 크게 다쳤다. 이어 목 부위를 두 차례 찔렸다. 그는 범인을 밀쳐낸 뒤 가까스로 현장을 벗어났다. 의식이 희미해질 정도로 피를 흘리면서도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이 칼에 찔렸다.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외쳤다.
B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A군도 긴급 봉합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술 뒤 현재 광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군은 숨진 여학생 이야기가 나오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그 학생이 살았어야 했는데"라면서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고 말했다.
A군은 지금도 병실에서 인기척이 들리면 문 쪽부터 보게 된다고 했다.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평소에도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아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길에서 마주친 동물에게 물이나 간식을 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아이"라며 "사건 직후 아이는 살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였고 목까지 찔린 위험한 상태였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왜 그렇게 위험한 데를 갔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A군은 "아빠라도 그 상황이면 그러지 않았겠냐"고 답했다고 한다. 수술 뒤 상황을 전해 들은 A군은 침울해하다가 경찰이 되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영웅처럼 봐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다만 아이가 잘못한 행동을 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들이 한 행동은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진 일이었다. 제 아들이 위축되기보다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A군은 같은 상황이 다시 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무작정 뛰어들기보다는 먼저 신고하고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대응했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같은 상황이 오면 또 몸이 움직일 것 같다"고 했다.
B양을 살해하고 A군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된 장씨는 오는 14일 신상이 공개된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죽을 때 누군가를 데려가려 했다", "사는 게 재미없어 자살을 고민하다가 충동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장씨가 이른바 '묻지마 범죄' 형태의 계획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두고 디지털 포렌식과 사이코패스 검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광산구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A군에 대한 의사상자 신청뿐 아니라 '자랑스러운 광주학생상' 수여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보상금, 의료급여, 교육보호 등 지원 안내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