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을 보유한 차주가 1000만 명에 달하고 이들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평균 50% 안팎인 것으로 집계됐다. DSR은 각 차주의 연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즉 주담대나 전세대출을 받은 차주가 소득의 절반을 대출 원리금 갚는 데 쓰고 있다는 얘기다. 물가 상승에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소득만으로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적자 가구도 증가하고 있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주담대나 전세대출을 보유한 전체 차주(999만3000명)의 평균 DSR은 48.8%였다. 60대의 DSR이 51.2%로 가장 높았으며 40대(50.8%)와 30대 이하(48.1%), 50대(46.0%) 순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컸다. 차주 수는 30대가 322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총 원리금 상환액 기준으로는 40대가 61조50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1인당 평균 원리금 상환액도 40대가 연 2339만원(월 194만9000원)으로 부담이 가장 컸다. 50대도 월 181만1600원으로 만만치 않았다. 30대와 60대는 각각 150만원, 146만원을 매달 원리금 갚는 데 쓰고 있었다.

지난해 집중적으로 이뤄진 ‘갭투자’의 부작용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전국 임대보증금 승계 거래 중 담보인정비율(LTV)이 70%를 넘는 사례가 전체의 63%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거래에서 발생한 부채의 유형은 주담대(38%) 못지않게 임대보증금(35%) 비율도 컸다.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시중금리 상승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적자 가구도 늘고 있다. 통계청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지출액에 못 미치는 적자 가구 비중은 25.3%로 2분기(22.8%)에 비해 2.5%포인트 상승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DSR 40%’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이유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각에서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DSR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저소득층이나 서민에게 더 큰 빚 부담만 지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금보다 금리가 더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때를 대비해 정부의 정책 카드를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