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블루 웨이브’ 여파에 국내 반도체 기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거나 생산 능력 확충에 나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보조금 및 세액공제 정책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업계 안팎에선 인공지능(AI)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의 ‘AI 굴기’ 견제는 미국 내 초당적 과제인 만큼 AI 투자가 크게 꺾일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 때문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업계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투자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美선거에 희비 갈렸다…삼전닉스 떨고 '이 업종'은 웃었다

◇보조금 절차 변수…“중장기 AI 수요 여전”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간선거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먼저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보조금이다. 삼성전자가 텍사스 테일러에 조성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은 미 반도체법(칩스법)에 따라 연방정부에서 최대 47억4500만달러, 텍사스주에서 최대 2억5000만달러의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받는다. SK하이닉스가 지난 8월 착공한 인디애나 팹(반도체 생산공장)은 최대 4억580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는다.

다만 앞으로 환경 규제 준수 인증 등 보조금 지급 절차가 늘어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KOTRA는 최근 ‘2026 미국 중간선거 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민주당 양원은 기존 협약 이행 및 지원금 집행, 연구개발(R&D) 사업 등 재원 운용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현지의 규제 우려에도 불구하고 AI 반도체 수요가 당장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일시적으로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제동이 걸리겠지만 중국의 위협이 느껴지면 미국의 AI 투자는 후퇴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체결한 장기공급계약(LTA) 일부는 영향을 받아도 큰 타격을 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신규 데이터센터 투자는 ‘옥석 가리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전력과 용수 등 AI 인프라 비용을 기업에 청구하겠다고 예고했다. 공장 등 다른 대규모 시설 대비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은 데이터센터 특성상 고용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이 낮은 데이터센터 사업은 추진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빅테크는 빠르게 대책을 내놓고 있다. 메타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피하기 위해 기존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아시아 등 미국 외 지역에 데이터센터 거점을 구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중간선거 직후 직원들에게 “사막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가’ 정책은 유지 전망

‘블루 웨이브’가 국내 자동차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15% 관세는 대통령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다. 의회 의석수와 관계없는 행정부 소관이다. 대신 전기차 보급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종료된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관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행사다.

민주당이 친환경 사업에 긍정적인 만큼 배터리·태양광업계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때 받는 세액공제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 지원 등을 조기에 축소하려는 공화당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 인허가 지연은 부담이지만 빅테크가 전력 부족과 정전에 대비해 전기를 저장하는 ESS와 서버용 비상 배터리를 늘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의 기본 방향도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조선업 재건과 국방력 강화는 초당적 과제여서다.

노유정/양길성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