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초부유층 재산에 일회성으로 5% 세금을 부과하는 ‘억만장자세’ 법안이 주민투표에서 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둬 부유세 도입 논의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 3일 치러진 주민투표가 이날 약 60% 개표된 가운데 억만장자세 관련 ‘주민발의안 40호’ 찬성률은 45%에 그쳤다. 법안이 통과되려면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주민발의안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의 전체 재산에 5% 세금을 부과하고, 관련 세수를 의료서비스 재정에 투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FT는 “억만장자세가 일반 자산가에 대한 과세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투표 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민투표는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정치 대립이 가장 격심한 투표로 평가된다. 1년 전 의료노동조합은 연방정부의 수십억달러 규모 의료 예산 삭감에 대응하기 위해 이 법안을 제안했다. 당시 의료노조는 “연방 지원 축소로 병원이 문을 닫고 캘리포니아 주민 수백만 명이 의료보험을 상실할 수 있다”며 억만장자 과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부유세 반대 진영은 3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입해 저지에 나섰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을 비롯한 억만장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 캘리포니아가족계획연맹 산하 단체 등이 법안에 반대했다. 뉴섬 주지사는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혁신과 자산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최종 개표 결과가 부결로 확정되면 캘리포니아를 미국 전역의 부유세 도입을 위한 선례로 삼으려던 진보 진영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부유세 도입안 좌초에도 관련 논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잇달아 승리한 배경에 억만장자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