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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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부모를 비롯한 친족과의 법적·정서적 관계를 끊거나 간병 및 장례 등 가족의 돌봄 역할을 전문 업체에 넘기는 이른바 '가족 정리(家族じまい·가조쿠지마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3일 일본 요미우리TV 보도에 따르면 고령자 생애 지원 전문 사단법인 LMN에 접수된 가족 정리 관련 상담 건수는 2022년 1분기(1~3월) 55건에서 올해 1분기 320건으로 4년 새 약 6배 증가했다. 전체 상담 내용 가운데 80%는 가족과의 절연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용자 연령층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60~70대 고령 자녀가 노부모의 과도한 간섭이나 간병 부담을 호소하며 접수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20~30대 청년층 비중이 전체의 40%까지 확대됐다.

현지에서는 유년 시절 학대나 방임, 폭언 등을 겪은 자녀 세대가 노후 간병 부담만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려는 부모 세대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관련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의 가정 폭력 등에 대한 사과 없이 부양 의무만 떠맡기려는 부모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결과다.

이에 따라 일정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대행업체를 통해 부모와의 접점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해당 대행 서비스의 초기 등록 비용은 55만 엔(약 470만 원)이며, 부모의 병원 입원, 일상 간병, 사망 후 장례 절차 등을 맡길 때마다 회당(4시간 기준) 1만1000엔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용 빈도는 월평균 1~1.5회에서 많게는 월 10회에 이른다.

엔도 히데키 LMN 대표는 "적지 않은 비용에도 대행을 맡기는 이유는 지속적인 연락과 불안감에서 벗어나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방치 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행동에 대한 우려와 함께 관계가 파탄 났더라도 최소한의 사후 처리는 해야 한다는 복잡한 심경이 얽혀 있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TV는 초고령화와 개인주의적 가치관 확산이 맞물리면서 혈연이라는 이유로 희생을 감내하기보다 관계를 정리하거나 사회적 서비스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본 사회의 새로운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