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쪽)이 1일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개발 거점인 ‘어드밴스트 패키지 랩(APL)’에서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뒤쪽은 가리야 다카시 APL 랩장.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쪽)이 1일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개발 거점인 ‘어드밴스트 패키지 랩(APL)’에서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뒤쪽은 가리야 다카시 APL 랩장.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에 새롭게 구축한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개발(R&D) 거점을 1일 찾았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와 협력을 강화할 방안도 논의했다. 회사 측은 “삼성 반도체의 ‘초격차 경쟁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했다.

◇패키징 역량 강조한 이재용

이 회장은 이날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어드밴스트 패키지 랩(APL)’을 찾아 차세대 패키징 기술 연구 현황을 점검했다. 지난 9월 개소식을 연 APL은 삼성전자의 일본 패키징 연구 거점이다. 이 회장이 개소한 지 2개월밖에 안 된 해외 R&D 거점을 찾은 것은 그만큼 이곳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곳에서 연구진과 함께 일본 소부장업계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인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패키징은 다양한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하는 과정이다. 반도체를 열과 오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공정이다. 최근 반도체 여러 개를 하나의 칩으로 결합하는 첨단 패키징이 AI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할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패키징이 AI 시스템의 전력 효율과 발열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회장은 6월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첨단 패키징을 담당하는 충남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기술 경쟁력을 점검했다.

삼성전자가 일본에 APL을 설립한 것도 패키징의 중요성을 고려한 결과다. APL은 첨단 반도체 패키징에 필요한 소재와 공정 등 기술을 개발·검증하는 조직이다. 이곳을 유리기판 등 차세대 소재 기술부터 최첨단 패키징 공법인 ‘하이브리드 본딩’까지 개발하는 글로벌 R&D 허브로 키우겠다는 게 삼성의 목표다. 이를 위해 삼성은 2024년부터 400억엔(약 3500억원)을 투자해 2028년까지 APL의 연구 기반을 구축한다. 현지 연구 인력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 이미 100여 명의 현지인을 채용했다.

◇日 사업 확대 기회 노린다

이 회장이 APL을 방문한 것은 일본의 중요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탄탄한 최첨단 패키징 생태계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에는 패키징용 금도금 소재 전문 기업 우에무라, 칩을 자르는 장비 업체 디스코, HBM 접착 소재인 절연 필름(NCF) 강자 레조낙 등 기업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일본은 산학연 생태계를 잘 구축한 국가로 평가된다. 특히 APL이 있는 요코하마는 소부장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밀집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최근 일본에서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도쿄 오테마치의 미쓰이물산 본사 빌딩에 개인 사무실을 마련해 사업 확대의 기틀을 다졌다. 9월에는 한국을 방문한 일본 참의원 대표단과 서울 모처에서 만나 반도체 사업 전망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예정에 없던 자리에 이 회장이 깜짝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에서도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의 두 번째 해외 연구 거점을 도쿄로 낙점했다. 일본 산업과 소비자, 사회, 정책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안에 완공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일본과의 협업을 통해 패키징 노하우를 쌓으면 AI 반도체 패권을 더욱 공고하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