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학원 선전선진기술연구원이 인공지능(AI)·로봇·의료기기 등 첨단기술 1000개 이상을 상품처럼 진열한 기술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2억위안(약 400억원)이 넘는 사업화 성과를 거뒀다. 신화통신
중국과학원 선전선진기술연구원이 인공지능(AI)·로봇·의료기기 등 첨단기술 1000개 이상을 상품처럼 진열한 기술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2억위안(약 400억원)이 넘는 사업화 성과를 거뒀다. 신화통신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특별한 슈퍼마켓. 진열대에는 과일이나 채소 대신 첨단기술을 소개하는 카드가 빼곡히 놓여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의료기기, 반도체 소재 등 각종 연구 성과를 상품처럼 진열한 것이다.

카드마다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기술의 특징과 활용 분야, 개발자 연락처까지 확인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기술을 발견한 기업은 연구진과 직접 연락해 공동 개발이나 사업화를 논의할 수 있다. 복잡한 논문과 특허 문서를 일일이 뒤질 필요 없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르듯 첨단기술을 찾는 방식이다.

중국이 연구실에 머물던 첨단기술을 기업의 생산 현장으로 옮기는 새로운 산업화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진과 기업이 공동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협력체계도 확산하고 있다.

첨단기술 1000개 진열한 슈퍼마켓

2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선전선진기술연구원(SIAT)은 지난해 2월 기술성과 슈퍼마켓을 개설했다. 연구원 산하 10개 연구부서가 개발한 첨단기술 1000개 이상을 분야별로 전시한다. 의료기기와 과학기기, AI와 로봇, 첨단 전자소재, 에너지 소재, 합성생물학 등이 주요 분야다. 새로운 연구 성과도 매달 진열대에 추가된다.

연구원의 기술 개발 속도도 빠르다. 최근 5년간 하루 평균 6.6건의 특허를 창출했다. 하지만 기술 개발만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사업화 연결망을 구축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슈퍼마켓 개설 이후 사업화된 연구 성과는 2억위안(약 4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구원의 평균 기술 사업화율은 29%를 웃돌았다. 슈퍼마켓을 통한 기술 수요·공급 매칭 성공률도 10% 이상 높아졌다. 이 모델은 주하이와 장먼, 닝더, 원저우, 우한 등 중국 다른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황샤오화 연구원 산업발전센터 상무부주임은 "기업은 이 플랫폼에서 관심 있는 기술을 찾고 연구진은 기업 현장의 실제 기술 수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질환 치료부터 탄소 재활용까지

실제 성과도 구체화하고 있다. 장쑤성 의료기기업체 아폰메디컬은 비침습적 심부 뇌 자극 기술을 찾던 중 지난해 슈퍼마켓을 통해 연구원과 연결됐다. 양측은 올해 초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공동 혁신조직을 설립했다. 현재 시간간섭 자극 기술을 활용해 뇌전증과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의 진단·치료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선전선진기술연구원이 인공지능(AI)·로봇·의료기기 등 첨단기술 1000개 이상을 상품처럼 진열한 기술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2억위안(약 400억원)이 넘는 사업화 성과를 거뒀다. 신화통신
중국과학원 선전선진기술연구원이 인공지능(AI)·로봇·의료기기 등 첨단기술 1000개 이상을 상품처럼 진열한 기술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2억위안(약 400억원)이 넘는 사업화 성과를 거뒀다. 신화통신
산업 폐가스를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선전선진기술연구원은 중국초상그룹과 협력해 이산화탄소를 유기탄소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재생에너지로 구동하는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전환한 뒤 발효 공정을 거쳐 향료와 단백질 사료, 화학제품 등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양측은 약 1억위안의 협력 자금을 투입해 공동 연구실을 설립했다. 연간 100t 규모의 실증설비를 가동하고 있으며 1000t 규모 설비의 설계 검증도 마쳤다.

협력 분야는 원자력과 에너지저장장치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광핵그룹과는 원자력발전소 운영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인간·기계 상호작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중메이에너지그룹 계열과는 장시간 에너지 저장에 활용할 고성능 양성자교환막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AI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연구원이 화룬완샹생활과 개발한 AI 부동산 관리 시스템은 건물 점검과 업무 배정, 현장 처리 등을 자동화한다. 현재 1000개 이상의 부동산 관리 사업장에 도입됐으며 전체 운영 효율을 35% 높였다.

중국 정부도 산학연 공동 개발 지원

중국 정부는 연구 성과의 산업화를 국가 기술혁신 정책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혁신의 심층 융합을 촉진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핵심은 기업이 주도하고 대학과 연구기관 등이 공동 참여하는 기술혁신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연구기관의 기초연구 성과와 기업의 실제 생산 수요를 연결해 첨단산업 육성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대학과 연구기관이 설립한 기술이전 전문조직은 1000개 이상이다. 기업과 공동 구축한 연구개발 및 기술 사업화 플랫폼도 1만9000개를 넘어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첨단기술 개발과 함께 이를 생산과 매출로 연결하는 데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