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산둥성 태산의 가파른 돌계단 3100여개를 오르는 세계로봇태산대회를 개최한다. CMG
중국이 산둥성 태산의 가파른 돌계단 3100여개를 오르는 세계로봇태산대회를 개최한다. CMG
중국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과 사족보행 로봇들이 가파른 돌계단 3100여개를 오르는 이색 경기에 나선다. 중국의 명산인 태산을 로봇의 운동 능력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검증하는 시험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실험실의 평탄한 바닥에서 벗어나 실제 산악 지형에서 로봇의 균형 유지와 장애물 극복 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인간도 힘든데 로봇이?"

1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중앙방송총국(CMG)이 주최하는 제1회 세계로봇태산대회가 2일 산둥성 타이안시 태산에서 열린다. 지난달 말 이미 예선과 시험 주행이 시작됐다. 경기는 휴머노이드 로봇 속도 경쟁과 다족보행 로봇 속도 경쟁, 다족보행 로봇 화물 운반, 전 지형 정찰 등 4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경기 구간은 태산의 홍문에서 중천문까지 이어지는 3.8㎞ 등산로다. 3100개가 넘는 돌계단과 급경사, 급커브가 이어지는 험난한 코스다. 로봇은 높이가 제각각인 계단을 오르면서 주변 지형을 인식하고 무게중심을 실시간으로 조절해야 한다. 주최 측은 태산의 자연 지형을 극한의 실증 시험장으로 활용해 로봇의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대회에는 산둥성 로봇업체 요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 타이산이 참가한다. 요보틱스 E1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된 이 로봇은 키 140㎝에 무게 39㎏이다. 회사 측은 업계 최초로 태산 등반에 도전하는 로봇이라고 소개했다.

워커 타이산은 모듈형 구조를 채택해 계단과 경사로는 물론 좁은 통로와 진흙길에도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보행 균형 알고리즘과 전신 관절 협응 제어 기술을 적용해 복잡한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목표다.

로봇의 산악 등반은 단순히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과는 다른 기술을 요구한다. 라이다와 카메라로 계단의 높이와 위치를 파악하고 발을 디딜 지점을 실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 경사가 달라질 때마다 관절을 조절해 무게중심을 유지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장시간 오르막길을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모터의 발열과 배터리 소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中 태산서 펼쳐지는 이색 등산대회

로봇업체들은 대회를 앞두고 태산 기슭에 조성된 전용 훈련장에서 막바지 성능 점검을 벌이고 있다. 타이잉과기그룹이 구축한 이 시설은 실제 등산로의 3.8㎞ 구간과 3100여개 계단을 재현했다. 총 11개 시험 코스에는 미끄러운 좁은 계단과 급경사, S자형 계단 등이 설치됐다. 안전을 위한 로봇 매달기 장치도 갖췄다.

왕더바오 타이잉과기그룹 수석부사장은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이 실제 산악 환경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도록 훈련장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태산 등산로는 오랜 세월 마모된 돌계단과 불규칙한 높이, 자갈길 등으로 훈련장보다 더 까다로운 환경을 갖추고 있다.
중국이 산둥성 태산의 가파른 돌계단 3100여개를 오르는 세계로봇태산대회를 개최한다. 신화통신
중국이 산둥성 태산의 가파른 돌계단 3100여개를 오르는 세계로봇태산대회를 개최한다. 신화통신
관련 부품업체들도 기술 검증에 참여했다. 상하이의 로봇 열관리 전문기업 원칭지능제어는 공랭식과 수랭식 냉각 기술을 활용해 장시간 고강도 작업에서 발생하는 부품의 열을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중국 로봇업계는 이번 대회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산불 예방 순찰과 산사태 등 지질재해 감시, 산악지역 긴급 구호물자 운송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산업 전문가 중샹윈은 "태산에서 축적하는 데이터는 로봇의 환경 인식과 보행 전략,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안시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로봇기업과 대학, 연구소 간 협력을 확대하고 관련 기업의 투자도 유치할 계획이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