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올 겨울 양국 간 항공편이 전년 동기 대비 5400여편 줄어드는 등 관광과 제조업 전반에 경제적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캐릭터 기업 산리오도 중국 내 반발 여론에 헬로키티와 일본 드라마의 협업을 전면 중단했다.  /신화통신
중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올 겨울 양국 간 항공편이 전년 동기 대비 5400여편 줄어드는 등 관광과 제조업 전반에 경제적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캐릭터 기업 산리오도 중국 내 반발 여론에 헬로키티와 일본 드라마의 협업을 전면 중단했다. /신화통신
중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양국의 경제·산업 교류 전반에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이 대폭 줄어드는가 하면 일본의 대표 캐릭터 헬로키티를 보유한 산리오는 중국 내 반발 여론에 일본 드라마와의 협업을 전면 중단했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군사개입 가능성 발언으로 촉발된 갈등이 관광과 문화 콘텐츠 산업은 물론 기업들의 경영 활동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항공정보업체 OAG에 따르면 이달 25일부터 내년 3월 27일까지 중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은 총 1만2613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33편(30.1%) 감소한다. 공급 좌석도 355만4167석에서 287만1270석으로 약 68만석(19.2%) 줄어든다. 직전 여름 운항 기간과 비교하면 항공편은 5208편, 공급 좌석은 100만석 이상 감소한다.

감편은 중국 항공사에 집중됐다. 중국국제항공은 지난해 동기보다 909편을 줄였고 중국동방항공과 중국남방항공도 각각 1185편과 511편을 감축했다. 반면 일본 항공사들의 운항편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전일본공수(ANA)는 기존 1848편을 유지했다.

중국과 일본 간 항공편 취소가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일본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중국 항공사들도 일본행 항공권에 대한 무료 환불 조치를 시행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규슈와 일본 서남부 섬에서 대함 공격·이동식 미사일 배치 훈련을 실시하면서 군사적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존 그랜트 OAG 수석분석가는 중국과 일본의 항공편 축소가 지정학적 갈등이 항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항공편 축소는 관광업뿐 아니라 제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 리쓰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의 사토 요이치로 교수는 주요 노선의 항공료가 상승하면서 일본산 제조장비를 사용하는 중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하는 일본 기술자와 엔지니어들의 출장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 갈등은 일본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도 번졌다. 헬로키티와 마이멜로디 등을 보유한 일본 캐릭터 기업 산리오는 최근 일본 첩보 드라마 비반트와 협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산리오 중국법인은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이번 협업에 대한 우려에 사과하며 관련 상품 협업과 후속 사업, 홍보 활동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일본 본사도 같은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논란의 발단은 드라마에서 중국 정보기관이 일본 요원들을 붙잡아 고문하는 장면이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해당 장면이 중국의 이미지를 왜곡하고 일본의 전쟁 책임을 희석한다고 비판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헬로키티가 일본 우익과 손잡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논평을 내놨다.

산리오는 앞서 헬로키티와 마이멜로디가 드라마 속 첩보원 복장을 한 인형 등을 선보였다. 올 7월 판매와 예약을 시작했지만고유명 중국 내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협업을 접었다. 다만 드라마 제작사인 일본 TBS는 작품이 허구이며 특정 국가를 폄하하거나 국민감정을 해칠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산리오의 주요 성장 시장이다. 산리오의 올 상반기 중국 매출은 7억8100만위안(약 15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에 의존하는 일본 기업으로서는 정치·외교 갈등에 따른 여론 변화가 사업상 위험 요인으로 떠오른 셈이다.

베이징에 있는 한 글로벌 기업 관계자는 "항공편 감축은 여행 수요와 기업의 이동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산리오의 협업 중단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콘텐츠의 사업 위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