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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승부사' 이해진, 변곡점마다 지분 내려놨다
李의장, 엔비디아와 10억달러 유증 '빅딜' 이끌어
李의장 네이버 지분 3.8%로 줄어
빅테크와 경쟁 기반 갖추려 결단
한게임 합병·코스닥 상장 등
주요 순간마다 지분 희석 감수
"사업이 우선…지분 고려 안해"
李의장 네이버 지분 3.8%로 줄어
빅테크와 경쟁 기반 갖추려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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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순간마다 지분 희석 감수
"사업이 우선…지분 고려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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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삼성전자 본사 기획실에 한 계열사 직원이 불쑥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위계질서가 강하던 당시 삼성 조직문화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그는 대뜸 보고서를 내밀었다. 인터넷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조용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팀을 없앤다면 동료들과 함께 퇴사하겠습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검색엔진 사업에 사활을 건 것은 이때부터다. 이 의장이 이끌던 팀은 삼성SDS가 준비하던 사내벤처 제도 1호 기업 네이버로 1997년 12월 출범했다. 2년 뒤에는 네이버컴이라는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 “매년 태어나고 매년 살아남아”
대기업 울타리를 벗어난 뒤 마주한 현실은 냉혹했다. 당시 인터넷 포털시장은 야후, 다음, 라이코스 등 ‘3강’이 주도하고 있었다. 네이버는 후발주자에 불과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하며 회사를 키웠다. 마침내 2016년 7월 라인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했을 때 이 의장은 한국에 남았다. 강원 춘천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으로 기자들을 불러 1시간30분 동안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이 의장은 “우리 회사는 매년 태어나고 매년 살아남는데, 매해가 고통스럽다”며 “엄살이 아니고 정말 잠 못 자고 고민한다”고 말했다.네이버 직원 사이에서 이 의장은 ‘조용한 승부사’로 통한다. 출근해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베이지색이나 옅은 회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조용히 사무실을 오간다. 말수도 적고 직원들에게는 늘 존댓말을 쓴다. 한 임원은 “완벽한 내향인에 가깝다가도 사업 얘기만 나오면 눈빛이 달라진다”며 “중요한 순간에는 과감하게 추진하는 결단력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엔비디아와 ‘글로벌 인공지능(AI) 팩토리’ 구축 사업을 추진할 때도 이 의장의 표정은 여느 때와 달랐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네이버는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10억달러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30일 공시했다. 신주 발행 예정일은 다음달 27일이다.
올해 8월 기준 네이버 최대주주는 지분 9.49%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블랙록(7.31%)과 이 의장(4.03%)이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다음달 27일 엔비디아가 지분 4.54%를 확보하면 3대주주가 바뀐다. 이 의장의 지분율은 3.84%로 낮아질 전망이다.
대기업 총수의 지분율이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이 의장이 지분율 희석까지 감수한 과감한 결단에 놀랐다”며 “격화하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I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고성능 반도체와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업계 “李 의장 진정성 보여줘”
이 의장은 과거에도 사업 확장을 위해서라면 지분율 유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요 사업 변곡점을 거칠 때마다 지분율은 낮아졌다. 한게임과 합병해 NHN이 출범한 2000년 이 의장의 지분율은 12.13%였다. 코스닥시장 상장 시점인 2002년에는 7.82%로 떨어졌다. 2008년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당시 지분율은 5.1%까지 내려왔다. 2013년 NHN에서 분할해 네이버가 출범했을 때는 4%대로 떨어졌다.이 의장은 지난해 11월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식 교환을 통한 기업 결합을 발표하는 간담회에서도 “사업이 우선이지 제 지분은 중요하지 않다”며 “늘 지분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이번 엔비디아 투자를 기점으로 이 의장의 진정성을 다시 보는 분위기다. 이 의장은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장은 1남1녀를 두고 있다. 아들은 가수 겸 프로듀서로 활동 중이고, 직업이 공개되지 않은 딸도 네이버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