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내 취향은 누군가의 설계로 만들어졌다
밤늦도록 유튜브 영상을 넘기고, SNS에서 유행하는 디저트를 사려고 줄을 선다. 모두 자신의 취향에 따른 선택이라고 믿지만, 그 취향은 과연 온전히 내 것일까.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원할지까지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신간 <알고리즘 불복종>은 기술이 인간의 취향과 관계, 일과 휴식에 미치는 영향을 짚는다. 저자 주한나는 25년간 테크 업계에 몸담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3년간 생성형 인공지능(AI) 프로젝트를 수행한 데이터 과학자다.

그는 이용자의 관심을 붙잡아 수익을 창출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어떻게 일상의 주도권을 빼앗는지 설명한다. AI에 고민을 털어놓으며 인간관계에서 멀어지고, 업무를 AI에 맡기면서 직접 배우고 몰입할 기회마저 줄어드는 현실도 살핀다.

저자 역시 하루 100번 넘게 스마트폰을 확인하던 사람이었다. 지난해 회사를 떠난 뒤 뜨개질과 피아노, 외국어 공부에 몰두하며 일상을 바꾸는 1년을 보냈다. 그가 발견한 것은 느리고 비효율적인 경험의 가치다. 책은 기술을 거부하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술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지 묻고, 알고리즘에 반응하는 삶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삶으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