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공장 내 조립 라인에 노란색 로봇 팔이 줄지어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 공장 내 조립 라인에 노란색 로봇 팔이 줄지어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다시 늘고 있지만 채용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자동화가 확산하면서 단순 생산직 대신 엔지니어와 첨단 장비를 다루는 숙련 기술자 수요가 커진 결과다. 고임금 일자리가 늘어나지만 전문 교육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취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 고용은 지난해 12월 이후 7만2000명 늘었다. 수년간의 감소세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채용의 중심은 경영·사업운영 인력과 엔지니어, 숙련 기술자로 옮겨졌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015~2025년 조립공과 기계 조작원 등 제조업 생산직 일자리는 24만4000개 줄었다. 반면 관리직과 사업·재무 운영직은 35만8000개 증가했다. 로봇이 현장 작업을 대체하면서 생산을 관리하고 설비를 설계·운영하는 인력의 비중이 커지는 것이다.

비닐 스타를리 애리조나주립대(ASU) 제조시스템·네트워크스쿨 학장은 미국으로 돌아오는 제조업이 1970~1990년대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공장의 센서와 데이터를 분석해 장비 상태를 살피고 고장을 예측하는 일이 늘면서 기술에 익숙한 근로자가 필요해졌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분석가와 로봇 유지보수 기술자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코팅 유리 제조업체 스위프트코트가 대표적이다. 위성용 반사방지 코팅 기술을 개발하는 이 스타트업은 연말까지 2~3명을 더 뽑을 계획이지만 모든 신규 채용 직무에 공학 학위를 요구한다. 정규직 7명 중 4명은 물리학 박사나 공학 석·학사 학위 보유자다. 시료 취급과 검사를 맡는 기술자 3명도 관련 업무 경험을 갖췄다.

피터 퍼스 최고경영자(CEO)는 장비를 단순히 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예방하고 원인을 찾아낼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로봇이 시료를 싣고 내리는 새 생산라인에도 투자하고 있다. 기술자 5명을 뽑는 대신 기술자 1명과 임금이 더 높은 엔지니어 2명을 채용할 수 있는 구조다. 자동화가 반드시 인건비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산업별로도 차이가 뚜렷하다. 가구 같은 전통 제조업은 고용이 줄지만, 항공우주와 컴퓨터, 전기장비, 냉난방 시스템 등 지식 집약적 산업은 올해 채용을 늘리고 있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항공기 제조업 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학사 이상 학위를 갖고 있다. 링크트인 분석에서도 반도체 업체는 다른 제조업체보다 대졸자 채용 가능성이 높았다.

숙련 일자리 확대는 고임금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전 하우스먼 업존 고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첨단 제조업이 조립라인의 지루하고 고된 반복 작업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수전 헬퍼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이코노미스트는 좋은 일자리에 접근할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교 졸업 직후 공장에 들어가던 과거와 달리 별도의 기술 교육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인력 양성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업 단체 SME는 중학교에 드론 코딩 도구와 3D 프린터를 보내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ASU는 TSMC 애리조나 공장에 투입할 장비 기술자 약 170명을 교육하고 있으며 내년 교육 인원을 8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재닌 쿤츠 SME CEO는 기술 발전이 인력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며 숙련인력 부족이 제조업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