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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계엄밖에 없었다"…항소심서 내란 혐의 부인
27일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 신문을 받았다. 계엄의 목적은 국가기관 장악이 아니라 야당의 행태를 국민에게 알리는 데 있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변호인단이 계엄 선포에 이른 배경을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이젠 정말 야당 행태에 대해 정치적으로 할 말 하면서 가야겠다, 이런 생각이었다"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계엄 직후 하락했던 지지율이 네 번째 대국민 담화 이후 회복됐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제게 상당히 공감해줬던 만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됐으면 방해를 덜 받고 국정운영을 할 수 있지 않았겠나 싶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계엄 해제 이후 국정 운영이 더 어려워지리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도 선포할 실익이 있었는지 물었다. 윤 전 대통령은 "제 개인은 더 공격받고 어려울 수 있지만, 십자포화에 맞서 이제는 나도 좀 싸워나가야겠다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야당이 직업 공무원과 감사원장까지 탄핵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정부가 어떻게 비치겠느냐는 취지로 항변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나를 십자포화로 말려라, 그런 각오를 했다"며 "나라 위기라는 비상사태에서 할 수 있는 게 계엄밖에 없는데"라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친위 쿠데타로 헌법 질서를 파괴했다는 특검의 주장이 윤 전 대통령이 밝혀온 신념과 배치된다는 취지의 질문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유 사회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자유 사회의 방식으로 대응해야지, 공산주의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자유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기 독재를 위한 계엄이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은 힘든 자리였고, 5년 이상 하면 제 명에 못 살지 싶었다"며 "험한 말로 '미쳤다고 장기로 앉아서 이 짓을 하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영장 없는 체포·압수수색을 허용한 포고령에 대해서는 국회로 모일 인파에 심리적 부담을 줘 혼란을 막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이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인식했는지 묻자 윤 전 대통령은 "국회로 들어오는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그 내용을 지우지 않은 것"이라며 "계엄이 금방 해제될 것인데 큰 의미가 있나, 당연히 효력이 없는 게 아닌가"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포고령을 근거로 국회에 대한 '2차 통제'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집행 가능성이 없었다고 볼 수 있는지 되물었다. 윤 전 대통령은 "발령 당시에는 경찰이 투입된다는 생각도 못 했고, 경찰에 외곽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할 때는 포고령을 까맣게 잊은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가관과 신념을 묻는 변호인단 질문에 답하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총장으로 지휘했던 수사도 옹호했다.
문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던 당시 심경에 대해서는 "(문 전 대통령이) 차담을 하며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얘기하셔서 고맙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사가 선출된 정부를 흔드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비리를 단호히 제거해 정부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사법처리가 오히려 정부를 돕고 국민에게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신뢰를 준다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채널A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했던 일도 언급했다. 윤 전 대통령은 "권력이 사유화된 게 아니냐, 그런 생각을 갖고 더는 (총장직에) 못 있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부친과 나눴던 국가 권력과 개인 자유에 관한 대화, 헌법 체계와 질서가 성경 말씀에서 나왔다는 발언의 의미,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읽은 경험 등도 물었다.
사법시험에 여덟 번 만에 합격할 때까지 도전을 이어간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재판부가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항소 이유와 거리가 있으니 질문과 답변을 간단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은 신문 말미에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자신에게 했다는 말도 소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 사건 수사 이후 고초를 겪을 때 아내가 '사건 던져놓고 총장 직위를 만끽하면 되지 왜 정치권력과 붙어 그러냐, 당신 바보 아니에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계엄 이후에도 김 여사에게 "'거대 야당이 어쩌든 대통령 직위를 좀 즐기고 하지, 미쳤다고 그거 해서 이렇게 고생하게 하냐'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근데 나는 해야 할 일을 안 하곤 (못 배긴다)"며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당시에도 "'이것을 어떻게 덮냐, 역사의 죄인이 어떻게 되나'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살아왔으니 대통령 자리까지 갔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날 김용현 전 장관의 피고인 신문도 마쳤다. 오는 29일 공판에서는 특검 측 최후변론을 들을 예정이다.
앞서 1심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국회에 대한 군 투입이 내란죄의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