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신 삼일PwC 미들마켓 플랫폼 리더(파트너)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삼일PwC 제공
이도신 삼일PwC 미들마켓 플랫폼 리더(파트너)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삼일PwC 제공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대기업과 중견기업, 사모펀드(PEF)의 참여가 늘어나면 중소기업 인수합병(M&A) 기회도 한층 많아질 것입니다.”

이도신 삼일PwC 미들마켓 플랫폼 리더(파트너)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 M&A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오너들이 소규모 자문사에 의존하다 보니 잠재 인수 후보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삼일PwC는 지난 7월 회계법인 최초로 온라인 M&A 중개 플랫폼 ‘딜 액세스(Deal Access)’를 출시했다.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와 기능성 신선 보관업체, 여성복 기업, 전력 인프라 부품업체 등 10월 말 현재 130여개의 매물이 등록됐다. 매물 가치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신사업 담당 임원,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털(VC), 은행과 증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천 명이 가입했다. 삼일PwC에서 20여년간 중소·중견기업 자문 업무를 전담해온 이도신 파트너가 플랫폼 구축을 주도했다.

그는 “중소·중견기업은 회사를 매각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례가 많고, 전문 자문기관과 연결되는 데도 진입장벽을 느낀다”며 “기업들이 초기 검토 단계부터 M&A에 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딜액세스의 차별화된 기능은 잠재 인수자를 찾아주는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 서비스다. 삼일PwC가 축적한 M&A 거래 데이터에 AI 기술을 접목해 매물의 특성과 인수 후보군을 연결한다. 기업 오너가 직접 자사 매물의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기존 온라인 중개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실제 거래를 실행할 수 있는 전문 조직을 갖췄다는 것이다. 딜액세스는 국내 최대 중소·중견기업 M&A 경험을 보유한 약 700~800명의 삼일PwC 전문가 조직과 연계된다. 이 파트너는 “기존 중소기업 부티크 자문사와 공공기관 플랫폼은 '오프라인 실행 조직'이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플랫폼의 개방성을 높여 종합 M&A 포털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그는 "외부 자문사와 협력 기관이 보유한 매물까지 등록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엔 기업가치 1조~4조원 규모의 M&A 중개 플랫폼이 상장돼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이들처럼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 파트너는 유상수 전 삼일PwC 대표와 함께 2000년대 초반부터 중소·벤처기업 M&A 자문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했다. 현재 삼일PwC 유니콘지원센터장과 중소벤처기업 인수합병 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다.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 등 굵직한 M&A 자문도 담당했다.
이도신 삼일PwC 미들마켓 플랫폼 리더(파트너)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삼일PwC 제공
이도신 삼일PwC 미들마켓 플랫폼 리더(파트너)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삼일PwC 제공
그는 오랜 자문 경험을 통해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이 M&A 과정에서 매각 시점을 놓치는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사업이 잘되고 인수 후보가 많을 때는 매각 의사가 없다가 경영 상황이 나빠진 뒤에야 매수자를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매각 검토는 반드시 기업의 성장성이 꺾이기 전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M&A 시장에서 관심을 받으려면 향후 3년의 성장 전망이 밝아야 한다”며 “성장세가 유지되는 기업은 인수 후보들의 관심을 받지만, 실적이 정점에 도달했거나 하락세에 접어든 기업은 M&A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것도 거래 성사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그는 “많은 기업 오너분이 자사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실수를 범한다"며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객관적인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시장의 눈높이에 기대치를 맞추는 유연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자문사를 선정한 뒤에도 신뢰하지 못하는 관행 역시 문제로 꼽았다. 그는 “자문사를 선정하고도 주변의 여러가지 의견에 휘둘리면서 자문사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전문가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의사결정이 흔들리고 결국 딜의 효율성과 성공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믿을 수 있는 자문사를 선정했다면 온전히 믿고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매각을 추진하다가 막판에 결정을 번복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회사를 매각한 뒤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탓이다. 그는 “매각 의사를 밝혔다가도 회사를 떠난 뒤의 삶에 대한 고민 때문에 결정을 번복하는 오너가 많았다”고 했다. 특히 중소기업 M&A 실사 과정에서는 재무제표뿐 아니라 우발부채와 세금, 노동 관련 이슈, 소송, 환경 문제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는 "중소기업은 내부 관리 체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 거래 막판에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중견기업 M&A 시장이 점차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중견그룹이 축적한 자금을 활용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고 PEF 역시 펀드 소진을 위해 신규 투자를 적극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창업주의 고령화와 은퇴 시기 도래로 매각을 검토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고 국민성장펀드 등 시중에 풀린 돈이 많다는 것도 호재다. 다만 소액주주와 개인투자자 보호 관련 규제 강화 조치는 M&A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상법 개정, 중복상장 금지, 의무공개매수 제도 등은 중소·중견기업 M&A에 제약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소액주주 보호도 중요하지만, 거래마다 여러 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쳐야 하고 투자 회수 생태계가 경직되면 M&A를 추진하는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M&A를 고려할 때 유망 투자 분야로는 AI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방위산업, 조선, 헬스케어, 뷰티, 식품 등을 꼽았다. 그는 특히 "K뷰티와 K푸드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산업과 미래 산업의 공급망에 속한 기업이 중견기업과 PEF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단순 임가공에 의존해 사업 확장성이 제한적인 기업은 인수 후보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