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내 라이엇게임즈의  LoL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입장을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 일부 팬들은 전날 밤 8시부터 대기해, 오픈 당시부터 400~500명이 입장 등록을 했다. /사진=박수빈 기자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내 라이엇게임즈의 LoL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입장을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 일부 팬들은 전날 밤 8시부터 대기해, 오픈 당시부터 400~500명이 입장 등록을 했다. /사진=박수빈 기자
60대 초반 나봉준 씨는 지난 23일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택시를 타고 새벽 4시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로 도착했다. 아들 대신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기념우표카드와 기념우표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새벽 4시에 도착한 나씨가 받은 번호표는 115번. 페이커·리그 오브 레전드(LoL)·e스포츠 팬들은 한정 판매하는 카드를 얻기 위해 전날 저녁 8시부터 줄을 섰다.

e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경기를 시청하고 선수의 활약을 응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수의 이름을 내건 기념상품을 구매하거나 게임을 직접 배우는 식이다. 한정판 상품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줄을 서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우승 기념 게임 아이템을 구매한 뒤 게임을 배우려고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하는 팬들도 있다. e스포츠가 경기 관람을 넘어 다양한 소비와 체험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고디바보다 페이커"…전날 8시부터 대기하기도

23일 60대 초반 나봉준 씨가 아들 대신 페이커 기념 우표 카드와 우표를 구매하고 결제 대기 줄에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23일 60대 초반 나봉준 씨가 아들 대신 페이커 기념 우표 카드와 우표를 구매하고 결제 대기 줄에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이날 낮 12시께 롯데월드몰의 LoL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나씨는 허리께에 패딩을 둘러매고 있었다. 새벽 추위를 견디기 위해 챙겨온 옷이었다. 나씨는 손가락을 접어 보더니 "9시간 기다렸네"라며 "택시타고 와서 3만5000원 냈어. 게임은 잘 모르지만, 아들이 좋아하고 부탁해서 대신 사러 왔지"라고 말했다. 이어 나씨는 "종종 아들이 부탁하면 대신 사러 와준다"며 "이거 게임은 한국이 계속 우승하고 대단한 거로 알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것에 최선을 다 하는 건 좋아보인다"고 덧붙였다.

팬들이 앞다퉈 새벽에 줄을 선 이유는 250개만 판매하는 페이커의 기념우표카드 때문이었다. 새벽 5시에 온 이성호 씨(30)는 "고디바보다 페이커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고디바엔 줄 안 서도 페이커 카드 얻으려고 일찍 왔다"고 했다.

같은 시간에 도착한 김영호 씨(19)는 구리에서 왔다. "늦으면 250번대 넘을 거 같아 걱정했다"며 "오늘 꼭 갖고 싶은 건 메탈!(페이커 기념우표카드)"이라고 했다. 이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게임하면서 e스포츠 경기도 보고 쭉 좋아했다. 페이커 선수가 최애"라고 설명했다.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내 라이엇게임즈의  LoL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서 팬들이 굿즈샵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내 라이엇게임즈의 LoL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서 팬들이 굿즈샵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팝업스토어는 굿즈샵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굿즈샵에 사람이 많아 샵밖으로 입장 대기줄이 생길 정도였다. 결제 대기줄에 선 팬들마다 한 손에 페이커 기념우표를 들고 있었다. 현장 직원은 "20대에서 40대까지 가장 많이 오신다"며 "가장 많이 구매하시는 건 아무래도 페이커 기념우표"라고 설명했다. 이날 페이커 기념우표를 판매하는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도 오전부터 대기줄이 형성됐다.

게임 몰라도 돈 쓴다…원데이 클래스도 인기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내 라이엇게임즈의  LoL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서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위한 헌정 뮤직비디오를 기반으로 꾸민 포토존이 형성돼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내 라이엇게임즈의 LoL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서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위한 헌정 뮤직비디오를 기반으로 꾸민 포토존이 형성돼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팬덤의 열기는 산업 성장과도 맞물려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이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872억1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1.8% 늘었다.

e스포츠 시청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네이버 치치직에 따르면 네이버 치지직에 따르면 올해 e스포츠 월드컵(EWC)의 최고 동시접속자 수는 68만명을 기록했다. EWC 예선 생중계에서는 전 종목 기준 누적 시청자 수 737만명, 누적 재생 수 1562만회를 기록했다.
T1 스킨은 사두었지만, 실전 활용을 어려워하는 게임 이용자 등을 대상으로 열린 T1 스킨 원데이 클래스를 수강생들이 듣고 있다. /사진=T1 e스포츠 아카테미
T1 스킨은 사두었지만, 실전 활용을 어려워하는 게임 이용자 등을 대상으로 열린 T1 스킨 원데이 클래스를 수강생들이 듣고 있다. /사진=T1 e스포츠 아카테미
e스포츠를 접하는 통로가 많아지면서 게임을 잘 알지 못하는 2030 팬들도 유입되고 있다. LoL하지 못하는 팬들을 위한 강의가 열릴 정도다. T1 e스포츠 아카데미는 LoL에서 사용할 수 있는 T1 스킨을 구매했지만, 게임을 하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지난 9월19일 'T1 스킨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다. LoL 스킨은 게임 속 캐릭터의 외형을 바꾸는 아이템으로, e스포츠 구단 스킨은 롤드컵 우승을 기념해 출시된다. 굿즈처럼 구단 스킨을 샀지만, 게임을 할 수 없어 난감한 팬들이 있는 것이다.

일회성 이벤트로 기획된 수업은 인기에 힘입어 3차 개강까지 진행됐다. 주요 수강생은 20대 48.2%, 30대 32.8% 2030이 다수를 차지했다. 아카데미 관계자는 "부부나 연인 등이 수강하는 경우도 있다"며 "남녀 비율은 비슷하나 여성 비율이 소폭 높다"고 설명했다.

팬덤의 '설렘'은 단순 '덕질' 소비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 지표를 움직이는 '덕질 경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K-컬처를 매개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총망라해 대중의 열광이 어떻게 '설레는 소비'로 치환되는지 그 이면의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날카롭게 포착하고자 합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