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평일에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이 개장하기 전 지하2층 입구에서 TFT 현장 입장 대기줄이 생기고 있다. 매장 개장 30분 전 현장 등록을 한 입장객의 번호는 224번이었다. /사진=박수빈 기자
12일 평일에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이 개장하기 전 지하2층 입구에서 TFT 현장 입장 대기줄이 생기고 있다. 매장 개장 30분 전 현장 등록을 한 입장객의 번호는 224번이었다. /사진=박수빈 기자
새벽 3시 오픈런, 9시간 현장 대기.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지하 2층 입구는 새벽부터 인파로 북적였다. 이들이 기다리는 건 명품도, 유명 캐릭터도 아니었다. 라이엇게임즈의 오토배틀러 게임 '전략적 팀전투(이하 TFT)'의 팝업이었다.

게임과 서브컬처 등 취향형 지식재산권(IP)이 백화점·복합쇼핑몰의 '집객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좋아하는 콘텐츠라면 시간과 거리를 마다하지 않는 코어 팬층의 특성 때문이다. 2030 소비자를 쇼핑몰로 불러들이는 것은 물론, 식음료 등 연관 소비, 체류시간 증대까지 기대할 수 있다.

명품·디즈니 있던 자리…게임 IP가 점령했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더서울 현대의 사운드 포레스트에서 게임 IP 최초로 라이엇게임즈의 TFT가 팝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더서울 현대의 사운드 포레스트에서 게임 IP 최초로 라이엇게임즈의 TFT가 팝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TFT는 게임 IP 최초로 더현대 5층 사운드 포레스트를 단독으로 차지했다. 사운드 포레스트는 더현대의 대표 공간으로 명품 브랜드나 디즈니 등 글로벌 IP의 대형 행사가 주로 열렸던 곳이다. 게임 IP가 백화점 핵심 공간을 차지할 정도로 업계에서 팬덤 집객력을 크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팬들의 '덕질 체력'이 두드러졌다. TFT 팝업 사전 예약은 첫날부터 전 회차가 마감됐고, e스포츠 선수들이 참여하는 토요일 행사는 예약 시작 10초 만에 신청이 끝났다. 예약하지 못한 팬들이 몰리면서 현장 대기 등록도 약 10분 만에 종료됐다. 12일 평일에도 매장 개장 30분 전 현장 등록을 한 입장객의 번호는 이미 224번이었다. 팝업이 시작된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매일 더현대서울 지하 2층 입구에 오픈런 대기줄이 생긴 이유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더서울 현대의 사운드 포레스트에서 게임 IP 최초로 라이엇게임즈의 TFT가 팝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e스포츠 선수가 오는 행사는 사전예약 티켓팅이 시작된지 10초만에 매진됐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더서울 현대의 사운드 포레스트에서 게임 IP 최초로 라이엇게임즈의 TFT가 팝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e스포츠 선수가 오는 행사는 사전예약 티켓팅이 시작된지 10초만에 매진됐다. /사진=박수빈 기자
사전·현장 입장 등록을 하지 못한 팬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이승재 씨(32)는 "사전예약을 하려 했는데 거의 바로 매진됐다"며 "주변 구경만이라도 하고 싶어서 왔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IP가 애니메이션 아케인도 그렇고, 세계관이나 인물 설정이 잘 돼 있어서 게임 자체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수가 아닌 '다수의 지갑'…명품관 넘보는 '덕질 소비'


백화점·복합쇼핑몰이 팬덤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가하는 배경은 팝업스토어 시장이 커진 것과 맞물린다. 팝업스토어 전문기업 스위트스팟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열린 팝업스토어는 2130개로 전년 동기(1470개)보다 44.9%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3371개가 열리며 전년 대비 96% 늘었다. 팝업이 일상적인 유통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팝업 자체보다 얼마나 강한 팬덤을 가진 콘텐츠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진 셈이다.
지난달 27일 오전 6시 50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도파민스테이션 앞에서 157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바일게임 '좀비고등학교'의 첫 공식 팝업에 현장 대기를 위해 오픈런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달 27일 오전 6시 50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도파민스테이션 앞에서 157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바일게임 '좀비고등학교'의 첫 공식 팝업에 현장 대기를 위해 오픈런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팬들의 '덕질 체력'을 부르는 취향 콘텐츠 효과는 용산 아이파크몰의 도파민 스테이션에서도 확인된다. 도파민 스테이션은 상설 매장부터 팝업까지 애니메이션 캐릭터 굿즈, 게임, 키보드 등 취향 콘텐츠로 구성된 공간이다. 모바일 게임 '좀비고' 팝업의 경우 새벽 1시부터 1020 소비자의 오픈런 대기가 생기기도 했다.

취향 IP의 인기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도파민 스테이션의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약 3만명에 이른다. 문을 연지 1년 만에 누적 방문객은 1000만명을 넘겼다. 10대부터 30대까지 '영어덜트'를 겨냥한 전략은 쇼핑몰 전체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아이파크몰의 올해 1∼7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아이파크몰 용산은 올해 매출을 8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더서울 현대의 사운드 포레스트에서 게임 IP 최초로 라이엇게임즈의 TFT가 팝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 예약은 약 10분 만에 마감됐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더서울 현대의 사운드 포레스트에서 게임 IP 최초로 라이엇게임즈의 TFT가 팝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 예약은 약 10분 만에 마감됐다. /사진=박수빈 기자
취향 콘텐츠 팬덤은 집객을 넘어 명품관에 버금가는 소비력을 갖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백화점·복합쇼핑몰이 취향 기반 팝업스토어에 집중하는 이유다. 성찬호 아이파크몰 마케팅팀 차장은 "명품 없이 그 정도 매출을 끌어올리는 건 이전에 없던 사례"라며 "명품은 소수의 사람이 많은 돈을 쓴다면, 취향 기반 팝업스토어는 다수의 사람이 많은 돈을 쓴다. 가격대가 비슷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성 차장은 "단순히 IP를 발굴하기보다 취향 기반의 마니아를 공략하는 팝업스토어가 점점 많아지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팬덤의 '설렘'은 단순 '덕질' 소비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 지표를 움직이는 '덕질 경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K-컬처를 매개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총망라해 대중의 열광이 어떻게 '설레는 소비'로 치환되는지 그 이면의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날카롭게 포착하고자 합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