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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회장, 이마트 대표 돌아오며 '원톱' 굳혔다 [종합]
신세계그룹은 23일 이 같은 내용의 2027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정 회장은 주주총회 등 선임 절차를 거쳐 이마트 대표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정 회장과 함께 이마트 대표로 선임된 김홍극 신임 대표는 SSG닷컴까지 함께 맡는다. 김 대표는 신세계까사 대표에서 이마트와 SSG닷컴을 아우르며 온·오프라인 사업 전체를 총괄하게 됐다.
정 회장의 대표 복귀와 전문경영인 교체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직접 이끌고, 상품기획(MD)과 영업 경험을 갖춘 김 대표에게 온·오프라인 현장 사업을 맡기는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업의 수익성을 높이면서 신사업 투자도 추진해야 하는 시점에 의사결정 체계를 재정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3년 만에 이마트 대표로 돌아온 정 회장
정 회장은 2011년 이마트가 신세계에서 분할될 당시 대표를 맡았다가 2013년 3월 물러났다. 13년 만에 복귀하게 된 셈이다. 이번 내정은 정 회장이 지난 6월 책임경영 방침을 공식화한 지 약 4개월 만에 단행된 첫 정기인사로, 대표 복귀를 위한 후속 조치를 매듭지었다는 평가다.김 대표는 이마트 가전문화담당과 상품본부장 등을 거친 MD·영업 전문가다. 신세계TV쇼핑 대표 재임 당시 영업손실을 흑자로 전환하고 2022년부터 신세계까사의 수익성 개선을 이끈 성과가 이번 발탁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김 대표는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를 겸임하면서 온·오프라인 통합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이는 한채양 전 대표가 2023년 부임 당시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3사를 함께 맡아 역량을 집결했던 방식과 달리, 이마트의 상품·매장 경쟁력과 SSG닷컴의 온라인 유통망을 직접 연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변화다.
이마트는 올해 하반기 사업계획에서도 SSG닷컴의 식료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오프라인 상품과의 연계, 점포 내 배송 거점인 PP센터의 처리 역량 확대, 빠른배송 운영점 확충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겸임은 이 같은 협력을 동일한 경영진 아래에서 신속하게 실행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본업 이익 늘어도 연결 실적 후퇴…오너의 과제
정 회장의 대표 내정은 본업 회복과 자회사 부진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7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4% 증가했다. 반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353억원으로 전년보다 456억원 줄었다. 2분기만 보면 별도 영업이익은 256억원이었지만 연결 기준으로는 4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대형마트와 슈퍼 사업에서 이익을 늘려도 자회사 손실이 이를 상쇄하는 구조다.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신세계건설의 손실과 스타벅스, 온라인 사업의 실적 둔화 등을 지목했다.
이 상황에서 정 회장은 계열사별 투자 우선순위와 손실 축소 방안, 신규 사업에 투입할 자금을 직접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본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의 효율적 배분과 성과 창출이 정 회장 앞에 놓인 핵심 과제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대표 복귀 계획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대표로서 이사회와 주주의 평가를 받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룹 측은 스타벅스 마케팅 사태 이후 쇄신을 직접 챙기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대표 복귀가 구체화하면서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오너의 책임도 더욱 커지게 됐다.
컨트롤타워 재정비와 세대교체 가속화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의 주요 보직도 대폭 교체됐다. 인사와 감사를 총괄하는 경영지원총괄에는 최택원 SSG닷컴 대표가, 홍보와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대외협력본부장에는 박승학 조선호텔앤리조트 레저사업부장이 각각 선임됐다. 전상진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은 유임돼 전략실 운영과 그룹 재무 분야의 중심축을 계속 맡는다.당초 관심을 모았던 사장급 경영전략실장은 이번에도 선임하지 않아, 정 회장이 전략실을 직할 체제로 운영하는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신세계까사 신임 대표에는 CJ올리브영을 10년간 이끌었던 허민호 대표가 외부 영입됐다. 허 대표는 패션·코스메틱 부문으로 재편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코스메틱 부문 대표도 겸직한다. 패션 부문은 김덕주 현 대표가 계속 맡으며, 신세계야구단 대표에는 SSG랜더스 야구단 운영법인(SMPMC)의 기인주 대표가 내정되어 2028년 개장 예정인 청라 돔구장 준비를 주도한다.
이번 인사에서는 신규 임원 승진자가 역대 최대인 36명에 달해, 기존 최고경영자(CEO) 중심의 인식을 넘어 조직 전반의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그룹 측은 "책임경영을 선언한 정 회장이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파트너를 실력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선발했다"며 이번 인사를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 미래 성장 계획을 차질 없이 실행하기 위한 인적 쇄신으로 규정했다.
남매의 상반된 인사 방향, '쇄신과 안정'의 독립경영
이번 인사의 방향이 정 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인사 기조와 다르다는 점도 주목받는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대표로 직접 복귀하면서 주력사 수장과 그룹 컨트롤타워 주요 보직을 대거 교체하는 쇄신을 택한 반면, 정유경 회장은 주요 경영진을 유지하면서 일부 사업에만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안정을 택했다.이는 2024년 10월 계열분리가 공식화된 이후 각 계열사 대표급 인사를 두 남매 회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뒤 그룹이 이를 취합해 발표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독립경영 체제가 조직 운영 방식에서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구도는 유통 본업(이마트), 신사업·개발(신세계프라퍼티), 전략 수립(경영전략실 직할)을 정 회장이 직접 아우르는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향후 AI 데이터센터, 파라마운트·워너브라더스 합병법인 지분 투자, 화성 테마파크 등 대규모 신사업 투자 집행에서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이마트의 신임 공동대표 체제가 본업 모멘텀을 어떻게 지속시키고 자회사 리스크를 어떤 방식으로 해소해 나갈지가 그룹 전반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