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이 수사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중수청 지휘 감독을 포기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다. 직무유기로 형사처벌받을 범죄”라고 22일 밝혔다. 전날 X(옛 트위터)에 구글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의 답변을 끌어와 수사기관장 국무회의 참석의 법적 타당성을 주장한 지 하루 만에 ‘탄핵 사유’ ‘직무유기’까지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을 또다시 드러냈다.

◇靑 “배석 안 할 땐 중립 지켰나”

이 대통령은 이날 X에 “공소청이든 기상청이든 소방청이든 모든 부·처·청은 대통령과 총리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는 것이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명시돼 있다”며 “국정에 관한 대통령의 지휘 감독은 권한인 동시에 책임”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을 어기며 중수청은 지휘 감독하지 말라는 것이냐” “지휘 감독을 밀실에서 비공개로 하라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전날 제미나이 답변을 인용한 자신의 X 게시글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는 데 대해선 “그 주장(배석 불가론)이 얼마나 초보적 논리와 팩트에 어긋나고 수준 낮은 것인지 느껴보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국무회의 참석 자체를 수사기관에 대한 정치적 통제나 수사 개입으로 연결하는 것은 국민주권정부의 국무회의 운영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재진을 향해 “검찰총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는 관행이 있던 시절 과연 검찰총장이 정치적으로 독립돼 있었고, ‘정치 검찰’이 아니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성 수석은 ‘대통령이 수사를 지휘한다’는 식의 언론 보도에 관해서는 “마치 대통령이 수사기관장에게 구체적인 개별 사건에 대해 지휘한다는 식으로 잘못된 인식을 확산하는 왜곡된 기사”라며 날을 세웠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중수청장에게 중대 범죄의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게 어떻게 ‘수사 지휘’냐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무회의 배석 여부가 수사의 중립성을 담보하는 자동적 장치가 아니다”며 “대통령의 강력한 개혁 의지,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려는 의지, 담당 기관장이 외압으로부터 수사기관을 독립시키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수사 공정성을 의심하지 말라는 취지다.

◇“배석 안 시킨 文도 직무유기?”

법조계에서는 이 대통령 SNS가 또 다른 갈등과 논란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수사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제기될 것이라는 우려를 두고 이 대통령이 “그러면 지휘 감독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받아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헌법학자는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안 하니 국무회의에 불러도 된다면 역대 정부는 왜 안 불렀겠나”라며 “국민이 조금이라도 수사의 객관성에 의심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무회의에 참석시키는 게 지휘 감독이고, 이걸 안 하면 직무유기라는 논리라면 검찰총장을 한 번도 배석시키지 않은 문재인 전 대통령도 처벌 대상이냐”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는 “중수청, 공소청은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장관이 1차 관리감독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참석시켜 직접 지휘 감독하겠다고 하는 건 법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수사기관장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킬 게 아니라 장관을 통해 하면 된다”며 “그게 지금까지 지켜온 대한민국의 원칙”이라고 비판했다.

한재영/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