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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탓에 여행 일정 꼬였는데…결항 배상 규정에 ‘구멍’
2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국내 항공사 11곳과 외국 항공사 11곳 등 총 22곳의 여객운송약관을 조사한 결과, 21곳에서 항공사 귀책에 따른 결항 시 배상 규정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이 개인 사정으로 항공권을 취소하면 위약금을 내야 하지만 항공사 사정으로 항공편이 취소돼 숙박이나 렌터카 예약을 변경하더라도 추가 비용을 보상받기는 어려운 구조다.
반면 유럽연합(EU)과 캐나다는 항공사 책임으로 항공편이 결항할 경우 운항 거리와 도착 지연 시간 등에 따라 일정 금액을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EU는 250~600유로, 캐나다는 125~1000캐나다달러의 보상 기준을 두고 있다.
일부 외국 항공사는 국제협약보다 불리한 배상 기준을 약관에 적용하고 있었다. 외항사 2곳은 승객이 사망하거나 다쳤을 때 적용하는 배상책임 기준을 몬트리올 협약상 기준인 15만1880SDR(약 3억1464만원)보다 약 4800만원 낮은 12만8821SDR로 정했다. SDR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정한 특별인출권으로, 국제항공운송의 배상책임을 산정하는 데 쓰이는 단위다.
항공사가 배상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불가항력' 사유도 광범위하게 규정돼 있었다. 조사 대상 22곳 중 12곳은 '예측하지 못한 사실', '노동력 부족', '기장 서명 후 발생한 기술적 문제' 등을 면책 사유에 포함했다. 인력 확보나 항공기 정비 등 항공사가 관리해야 할 문제까지 배상책임을 피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항공 관련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여객운송서비스 피해구제 신청은 3201건으로 전년(2532건)보다 26.4% 증가했다. 2021년(485건)과 비교하면 4년 만에 6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전체 신청 중 운송 불이행·지연에 따른 피해는 565건으로 17.7%를 차지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항공사의 경영·운영상 문제까지 불가항력으로 인정하는 약관을 개선하고, 결항이나 탑승 거부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지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