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부동산 경매 건수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약 차주가 채무를 갚지 못해 강제경매로 내몰리는 사례가 늘면서 부실이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법원에서 치러진 경매는 26만3018건이다. 월평균 경매 건수를 고려하면 연간 35만 건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역대 최다인 2009년의 29만7038건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신규 경매 신청도 늘었다. 올해 1~9월 누적 신청은 9만3381건으로 전년 동기(9만12건)보다 3369건 증가했다. 사적 채무를 갚지 못해 진행되는 강제경매는 7.88% 증가했다. 경매 물건은 쏟아지지만 매각 실적은 부진하다. 낙찰가율은 감정가의 58.7% 수준이었다. 낙찰률은 21.1%로 10건 중 2건가량만 새 주인을 찾았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강제경매 증가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개인 간 채무 불이행 등 실물경제 저변의 부실과 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기존 관행과 절차에 얽매이지 말고 인허가와 착공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전국 낙찰가율 60% 붕괴…지방·非아파트 침체 여파 세종 43.7%로 '전국 최저' 수준…서울 노도강 아파트는 100% 넘어
부동산 경매 지표가 곤두박질치는 배경에는 비아파트와 지방 부동산의 구조적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연립·다세대주택, 공실률이 치솟은 지식산업센터, 지방 상가 등은 감정가의 절반 이하에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수도권 아파트에는 고가 낙찰이 잇따르는 반면 지방 부동산 침체와 한계 차주발(發) 부실 위험은 커지고 있다.
◇지방 경매 줄줄이 최저 기록 경신
20일 법원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국 부동산 경매 누적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58.7%로 60% 선이 무너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69.7%)과 부동산 침체가 극심하던 2012년(67.4%)에도 60%대 중후반을 유지한 낙찰가율은 지난해 63.7%로 떨어졌다.
지금 추세라면 연간 낙찰가율이 처음으로 50%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경매시장의 유효 수요를 보여주는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도 21.2%로, 역대 최저인 지난해(22.7%) 수치를 밑돌았다. 경매 물건 10건 중 8건가량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셈이다.
빌라·다세대 등 비아파트와 지방 부동산 부실이 누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9월 전국 업무·상업시설 낙찰률은 19.6%, 낙찰가율은 50.2%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에서조차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 낙찰됐다. 9월 전국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강남구 논현동 근린상가(감정가 510억원)는 감정가의 52.2%인 266억원에 주인을 찾았다.
경기 평택시 청북읍 공장(감정가 650억원)은 37.4%인 243억원에 낙찰됐다. 업무·상업시설 낙찰가율이 가장 낮은 세종(31.5%)에서는 감정가의 3분의 1 수준에도 매각이 쉽지 않았다. 토지 경매 낙찰률은 9월 15.9%로 8월(16.5%)보다 0.6%포인트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주거용 부동산도 아파트와 비아파트, 수도권과 지방 간 온도 차가 뚜렷하다. 수도권 빌라 낙찰률은 17.8%로 10건 중 8건가량이 유찰됐다. 지방에서는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부동산 낙찰가율이 40~50%에 머물렀다.
세종은 43.7%로 전국 최저 수준이었으며 제주(44.8%), 강원(45.0%), 충북(47.2%), 경남(48.3%), 충남(49.6%) 등도 낙찰가율이 50%를 밑돌았다.
◇한계 차주 증가 ‘빨간불’
수도권 아파트 경매 시장은 분위기가 딴판이다. 서울 아파트의 올해 누적 낙찰가율은 97.5%로 지난해 같은 기간(93.4%)보다 4.1%포인트 상승했다. 경매 진행 건수는 1920건으로 전년 동기(2562건)보다 줄었지만, 핵심 입지 급매물을 찾는 수요가 몰려 감정가에 육박하거나 웃도는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9월 기준 서울에서는 강북구(109.6%), 노원구(107.4%), 구로구(106.3%), 도봉구(103.1%) 등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고가 낙찰이 이어졌다.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현대아파트는 지난달 21명이 응찰해 감정가의 146.8%인 16억2999만9000원에 낙찰됐다.
경기에서도 안양시 동안구(115.7%), 수원시 영통구(114.0%), 광명시(113.1%), 용인시 수지구(111.9%), 성남시 분당구(109.7%) 등의 낙찰가율이 110%대까지 치솟았다. 이현정 즐거운경매 대표는 “아파트 경매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되지 않는 데다 물건이 많아 실수요자 유입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매는 통상 연체 발생 후 법원 매각까지 6개월~1년 걸리는 후행 지표여서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 부담과 대출 규제 강화로 신규 부실 물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9월까지 법원이 접수한 신규 경매 가운데 취약 차주가 채무를 갚지 못해 강제집행에 내몰리는 강제경매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응찰자의 잔금 대출 여력이 줄어들면서 ‘물건 증가→유찰 누적→낙찰가율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매 지표 악화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