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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직 늘었지만 신입 채용은 급감…'유명 AI 개발사'에서 벌어진 일 [테크로그]
앤트로픽, 주니어 직원 비중 감소
기술직 신규 채용서도 주니어 '뚝'
국내 AI 고노출 업종 청년 일자리↓
"AI 도입 혜택 공유 장치 필수적"
기술직 신규 채용서도 주니어 '뚝'
국내 AI 고노출 업종 청년 일자리↓
"AI 도입 혜택 공유 장치 필수적"
앤트로픽, 주니어 직원 급감…채용도 줄여
신입·저연차 직원이 경험을 쌓던 업무가 가장 먼저 AI로 대체되는 변화가 AI 개발사 내부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초 이후 기술 부서 직원 중 주니어(초급 기술직) 비중이 21%에서 14%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기술직 신규 채용에서 주니어가 차지한 비중은 27%에서 9%로 줄었다. 전체 기술직 채용은 계속 늘었지만 채용인원 구성이 달라졌다.실제 채용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올해 1월 핵심 기술 부서를 중심으로 주니어 수요 감소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고 지난 4월엔 엔지니어링·연구팀이 낮은 직급 기술직 채용에 힘을 빼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머신러닝 관리자 약 3분의 1,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관리자 약 5분의 1은 AI 때문에 채용을 줄였다고 답했다.
AI가 투입되는 규모는 빠르게 확대됐다. 지난 8월 직원들이 사용하는 대화형 AI 에이전트 가동시간 합계는 주 40시간 근무를 가정한 직원 근로시간의 6배에 달했다. 비기술직 직원의 코딩용 에이전트 이용 횟수도 지난해 8월 월 2회에서 올해 5월 90회로 뛰었다. 엔지니어당 커밋(코드 변경 기록) 빈도는 6개월 전과 비교해 5배가 됐다.
다만 보고서는 "코드량 증가가 곧 품질이나 사업 성과 향상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비기술직도 AI 출력물을 모두 확인하려면 근무시간 중 절반 이상이 필요할 만큼 결과물이 쌓이고 있다. 사람의 검토 과정이 AI를 활용한 업무 과정에서 '병목'이 된 것이다.
사람을 뽑는 기준도 바뀌었다. 기술직 면접 평가에선 지원자의 자율성·판단력에 관한 언급이 늘어난 반면 전문 분야 지식에 관한 논의 비중은 감소했다. 비기술직 면접에선 고객과 회사의 사명을 중시하는 태도가 더 강조됐다. AI가 구체적인 업무 실행을 맡을수록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고 결과를 검토할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CHRO들 "초급직 채용 중단"…AI 혜택 공유 주문도
기업들이 AI를 이유로 초급직 채용을 줄이고 있는 추세는 외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지난 7월 공개한 조사를 보면 인사책임자(CHRO) 110명 중 22%는 '조직 내 최소 한 명의 사업 책임자가 AI 자동화 때문에 초급직 채용을 중단했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4분기에 이뤄졌다. 가트너는 "초급직이 맡던 덜 복잡한 업무가 자동화하면서 사회 초년생의 기존 역량과 기업에 남은 업무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고 분석했다.영국 랭커스터대 워크파운데이션이 여론조사업체 서베이션에 의뢰해 기업 고위 의사결정자 1001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43%가 'AI 또는 자동화 투자가 초급직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지난 8월 발표된 이 조사에선 같은 응답이 직원 250명 이상 대기업에서 60%로 절반을 넘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36%는 지난 12개월간 16~24세 청년에게 제공하는 초급직 일자리를 줄였다고 했다.
고용 통계에서도 경력 없는 청년들의 고충이 드러난다. 미국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ADP리서치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선 현지 AI 고노출 직종에 종사하는 22~25세 고용은 전달 기준 1년 전 같은 달보다 4.4% 감소했다. AI 노출도가 가장 낮은 직종의 같은 연령대 감소율은 2%였다. 이는 수백만명대 급여 자료를 바탕으로 한 관찰 결과다.
국내에선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이 지난 8월 공개한 연구를 통해 이와 유사한 흐름이 포착됐다. 2022년 6월부터 지난 6월까지 15~29세 일자리가 28만5000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 이 가운데 26만8000개인 94%가 AI 고노출 업종에 집중됐다.
다만 이를 전부 AI에 빼앗긴 일자리로 볼 수는 없다. 한은은 과잉채용 정상화·경력직 중심 채용 등도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여기에 기존 채용·업무 방식을 AI가 한층 더 빠르게 변화시킨 결과란 분석이다.
앤트로픽은 AI로 변화하게 될 직무를 추적하는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하고 '내부 재배치'를 우선하고 있다. 올해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매달 다른 부서로 옮길 가능성은 지난해보다 50% 높아진 상황. 제품에 들어가는 문구를 쓰던 한 디자인팀은 AI가 콘텐츠를 만들도록 한 뒤 모델 평가·지시문 작성으로 업무를 바꿨다. 하지만 기존 직원의 이동을 돕는 대책만으로는 채용 문턱 밖에 놓인 청년을 보호할 수는 없다는 것이 보고서가 꼽은 한계다.
앤트로픽은 "인력 재배치를 우선할 경우 AI를 도입한 기업은 AI 활용을 인건비 절감을 위한 인간 노동자 대체에 집중시키는 대신 AI로 새로운 제품, 신규 시장을 위한 업무를 만들어낼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며 "AI의 영향을 받는 직원과 고용주 사이에 어떤 새로운 합의가 이뤄지든 도입의 혜택을 공유하는 장치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