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칠성음료
사진=롯데칠성음료
술을 덜 마시는 시대에도 소비자가 찾아다니는 술은 있다. 11년 만에 돌아온 롯데칠성음료의 ‘캪틴큐’가 그중 하나다. 편의점 앱에서 재고를 찾는 검색이 쏟아지고 한정판 예약 물량이 소진됐다. 과거의 이름과 병 모양에 새로운 원액, 1만원을 밑도는 가격을 결합한 전략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9~16일 세븐일레븐 앱에서 캪틴큐 검색량은 30만 건을 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재고 찾기 검색량의 15%다. 편의점에서 찾는 수많은 상품 가운데 술 한 종류에 검색 일곱 건 중 한 건꼴이 몰린 셈이다.

구매 수요도 확인됐다. 세븐일레븐이 준비한 ‘캪틴큐의 보물상자’ 1300세트는 소비자 사전 예약으로 모두 소진됐다. CU에서는 1200세트의 점주 발주가 상품 공지 당일 마감됐다. 소비자가 예약 물량을 사들인 데 이어 점주들도 판매를 기대하며 물량 확보에 나선 것이다.

캪틴큐는 1980년 출시돼 저렴한 가격으로 이름을 알린 양주 브랜드다. 2015년 단종된 뒤에도 독특한 이름과 마시면 이틀 뒤에 깨어난다는 숙취에 얽힌 일화가 온라인에서 회자됐다. 롯데칠성은 이렇게 남아 있던 인지도를 재출시의 발판으로 삼았다. 마셔본 세대에는 추억을, 이름만 들어본 세대에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브랜드였다는 점이 강점이다.

위스키가 소주 제친 마트…달라진 구매 기준

11년 만에 재출시된 캡틴큐. 사진=롯데칠성음료
11년 만에 재출시된 캡틴큐. 사진=롯데칠성음료
캪틴큐의 귀환은 최근 유통 채널의 주류 소비 변화와 맞물린다. 이마트에서 올해 1~9월 위스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1% 늘었다. 전체 주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3%로 소주(15.9%)를 처음 넘어섰다. 같은 기간 소주 매출도 2.0% 증가했다. 소주가 덜 팔려 생긴 역전이라기보다 위스키가 더 빠르게 성장한 결과다.

이는 마트에서 술을 고르는 기준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서 조금씩 나눠 마시거나 하이볼로 즐길 술을 찾는 수요가 커지면서 맛과 가격, 활용법이 구매를 결정하는 요소가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캪틴큐 역시 이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제품이다.

가격에서도 접점이 있다. 세븐일레븐의 올해 들어 이달 16일까지 위스키·양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했다. 이 가운데 2만원 이하 상품 매출은 25% 늘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도주를 경험하려는 수요가 전체 상품군보다 빠르게 커진 것이다. 360mL 한 병에 9900원인 캪틴큐는 새로운 술을 시도할 때 느끼는 가격 부담을 낮췄다.

익숙한 이름에 새 원액…한정판으로 첫 구매 유도

롯데칠성은 과거 제품을 그대로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녹색 병과 라벨 등 익숙한 외형을 이어가면서 내용물은 캐리비안 럼 원액을 사용한 제품으로 바꿨다.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한 뒤 PX 셰리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하는 방식도 적용했다. 옛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가 현재의 제품을 선택할 이유를 보탠 셈이다.

한정판은 첫 구매를 앞당기는 장치다. 총 1만2000세트로 기획된 보물상자는 캪틴큐 두 병과 전용 잔, 기념 주화로 구성됐다. 이 중 출시 연도를 상징하는 1980세트에는 순은 주화를 무작위로 넣었다. 술을 마시는 즐거움에 패키지를 모으고 열어보는 재미를 더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종된 브랜드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캪틴큐에는 수십 년 동안 쌓인 이름과 디자인, 소비자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여기에 원액과 가격, 판매 방식을 새로 설계하면서 과거의 인지도를 현재의 구매 관심으로 연결했다.

다만 한정판의 흥행만으로 장기적인 성공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은화와 패키지를 얻으려는 수요가 일반 제품의 반복 구매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세븐일레븐이 21일 정식 출시하는 낱병 제품의 판매가 다음 시험대다.

캪틴큐의 초기 반응은 침체한 시장에서도 구매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상품에는 수요가 모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추억이 관심을 끌고 가격과 한정판이 첫 구매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술 자체의 만족도가 다음 구매를 결정할 차례다.
"이틀 뒤 깨어난다던 그 술"…11년 만에 돌아오자 품절 대란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