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만 해도 동국제약의 연 매출은 2000억원대에 불과했다. 1970년부터 수십 년 넘게 ‘국민 연고’ 마데카솔을 판매해왔지만, 시장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동국제약이 눈에 띄게 성장하기 시작한 시점은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출시한 2015년부터다. 이듬해 연 매출 3000억원을 넘더니 2018년 4000억원, 2020년 5000억원을 돌파했다. 2022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빠르게 늘려 지난해 9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더마코스메틱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화장품 사업이 확실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소비자에 익숙한 브랜드, 사명으로
19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최근 사명을 아예 ‘센텔리안’으로 바꾸기로 했다. 동국제약의 약자 ‘DK’에 센텔리안을 붙인 ‘DK센텔리안’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내달 2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올린다.
회사 측은 “헬스앤뷰티(H&B)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과 함께 해외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와 비전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한 메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기업 정체성을 더욱 선명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센텔리안24의 대표 제품인 ‘마데카 크림’은 올해 7월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넘어섰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를 사명으로 바꾼 사례는 많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 제약사였던 태평양제약은 2012년 기존에 판매하던 병의원 전용 화장품을 한데 모아 ‘에스트라’라는 통합 브랜드로 재편했다. 이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지자 2015년 사명도 에스트라로 바꿨다. 제약을 넘어 안티에이징, 비만, 헤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에스트라를 흡수 합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에스트라를 포함한 더마 뷰티 부문 매출이 5년 내 1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케팅비 절감…해외 확장도 유리
의류업계에선 ‘젝시믹스’가 대표적인 예다. 브랜드 인큐베이팅업체인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애슬레저(일상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운동복) 브랜드 젝시믹스의 사업 규모가 커지자 지난해 사명을 젝시믹스로 바꾸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다.
글로벌 1위 스포츠 의류 기업 나이키의 사명도 ‘블루 리본 스포츠’(BRS)였다. 일본 중저가 운동화 브랜드 타이거를 수입해 BRS라는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다가 스우시(Swoosh·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 로고를 단 나이키 브랜드가 성공 신화를 쓰자 사명을 바꿨다. 빙그레, 오리온, 하이트진로 등 국내 식품 기업도 히트 브랜드의 이름을 사명에 활용한 케이스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로 사명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마케팅 비용 절감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기업이 앞으로 어디에 자본과 인력을 집중할지 외부에 명확한 신호를 보내는 ‘브랜드 정체성 재편’에 가깝다. 동국제약이 센텔리안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낯선 법인명보다 이미 소비자 반응이 검증된 브랜드를 기업명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지 파트너와 유통사, 투자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데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소비자의 뇌리에 남는 것은 브랜드”라며 “검증된 팬덤과 충성 고객이 기업의 성쇠를 결정하는 시대”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