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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 꿈틀대는 미생물로 산수화를 그리다
학고재 이이남 개인전
미생물 형태와 움직임 확대해
산수화로 표현한 동영상 제작
전시장 배경음도 미생물 소리
미생물 형태와 움직임 확대해
산수화로 표현한 동영상 제작
전시장 배경음도 미생물 소리
그는 국내 대표 미디어아티스트 중 하나다. 지난해 로마 콜로세움의 외벽을 화면 삼아 작품을 상영했고, 올해는 북중미 월드컵에 맞춰 멕시코 사포판의 성당 벽에 영상을 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리움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그가 높이 평가받는 건 누구나 아는 명화들을 실감나게 움직이도록 하는 실력 때문이다. 아는 그림에서 처음 보는 이야기가 펼쳐지니 미술을 잘 모르는 관객도 쉽게 발길을 떼지 못한다.
지금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그의 개인전에서는 옛 산수화가 움직인다. 그림을 움직이는 건 물 속 미생물이다. 작가는 “고향 전남 담양의 용소폭포에서 떠 온 물 한 방울을 현미경으로 봤다”며 “미생물이 지나간 자국을 크게 키우자 산줄기와 골짜기 같은 무늬가 나타났는데, 이 무늬로 산수화를 다시 그렸다”고 설명했다.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두 개의 세계’는 어항처럼 물을 반쯤 채운 수조 안에 화면을 세운 작품이다. 화면에는 1000년 가까이 된 중국 산수화 ‘조춘도’가 나온다. 물 위로 나온 윗부분은 원래 그림 그대로다. 물에 잠긴 아랫부분은 미생물 무늬로 뒤덮여 처음 보는 산이 된다. 같은 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세계가 된다는 의미다.
전시장에 흐르는 소리도 모두 미생물의 소리다. 작가는 “미생물은 당연히 소리를 안 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말했다. 전시 제목 ‘시어무형(視於無形) 청어무성(聽於無聲)’도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고, 소리 없는 것에서 듣는다’는 뜻이다. 전시는 24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