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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정기선號' 1년…경영은 모범생, 투자는 승부사
엔지니어링 기술·용어 '열공'
인프라·SMR 등 조단위 베팅
올 매출 85조 사상 최대 전망
인프라·SMR 등 조단위 베팅
올 매출 85조 사상 최대 전망
정 회장은 사업과 기술을 공부하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부지런한 모범생’으로 통한다. 미래 사업 투자와 관련해선 다르다. 인공지능(AI) 전력 인프라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로봇 등 신사업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승부사’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정 회장은 그룹 역대 최대 실적을 발판 삼아 HD현대의 미래 사업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의 이런 성향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상에서도 드러난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기자와 만나 HD현대가 테라파워의 주요 파트너가 된 배경에 정 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그는 “나트륨 SMR 제작은 선박 건조 방식과 매우 비슷하다”며 “정 회장과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은 4년 넘게 이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은 HD현대가 연간 선박 100척을 건조하는 역량을 설명하며 테라파워의 생산 확대 과정에서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했다.
정 회장 취임 1년의 성적표는 숫자로 확인된다. HD현대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42조113억원, 영업이익은 6조95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5%, 187.0% 증가했다.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올해 HD현대의 연간 매출은 85조122억원, 영업이익은 12조609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 실적(매출 71조2594억원, 영업이익 6조996억원)을 다시 경신하는 것이다.
호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신규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조722억원을 투자해 육상 발전엔진 생산기지와 SMR 주기기 제작 전용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선박용 엔진을 넘어 육상 발전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정 회장의 다음 과제는 중국 조선업계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이다. 그는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에 신규 조선소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계기로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 키윗 등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정 회장이 그리는 HD현대의 미래는 단순 조선 기업을 넘어선다. 선박을 건조하는 기술로 발전엔진과 원전 설비를 생산하고, 동시에 AI와 로봇으로 제조 현장을 혁신한다는 포부다. 정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과감한 투자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의 비전처럼 HD현대가 ‘퓨처빌더’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신정은/강해령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