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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실패할 기회' 남녀가 잘 나눠쓰고 있나요
직장인 토요책방
절반을 깨우는 시간
윤여순 지음
한국경제신문 / 336쪽│2만2000원
LG그룹 최초 여성 임원 윤여순
여성 인재 키우는 방안들 제시
"유경험자들만 쓰면 조직 정체"
절반을 깨우는 시간
윤여순 지음
한국경제신문 / 336쪽│2만2000원
LG그룹 최초 여성 임원 윤여순
여성 인재 키우는 방안들 제시
"유경험자들만 쓰면 조직 정체"
윤여순은 2000년 LG그룹 첫 여성 임원에 올랐습니다. LG인화원 상무·전무, LG아트센터 대표를 거쳐 퇴임한 후에는 기업 임원들을 코칭했습니다. 책은 그 과정에서 관찰한 여성의 경력 개발과 리더십 문제를 다룹니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 직원보다 그들을 이끄는 남성 관리자들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진다는 겁니다. 여성의 역량은 높아졌지만 고위직으로 갈수록 비중이 급격히 작아집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개인의 의욕 부족에서만 찾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남성 관리자들이 모두 의도적으로 차별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미 해본 사람’ ‘바로 이해하는 사람’을 선택할 뿐이라는 겁니다. 저자는 리더십이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중요한 프로젝트에 먼저 호출되는 사람, 실패한 뒤에도 다시 기회를 얻는 사람이 결국 리더로 성장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자는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특혜가 아니라, 명시적 초대”라고 강조합니다. 관리자가 여성에게도 직접 기회를 주고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뜻입니다.
책에는 여성 인재의 잠재력을 활용해 성과를 낸 기업의 사례도 등장합니다. 급성장한 금융 스타트업 T사는 ‘인재의 밀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기보다 한 가지 질문에 집중합니다. ‘이 사람이 우리 조직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는가.’
책은 여성 직원에게도 따끔한 조언을 건넵니다. 맡은 일을 잘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자는 출산과 육아 등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여성 롤모델을 의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후배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리더를 키우고, 중요한 업무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편한 대로만 뽑아서는 회사에 미래가 없다.’ 50대 남성이라는 한 기업 대표가 저자에게 이 같은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여전히 ‘이미 해본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당장의 성과만 놓고 보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번, 그 다음번, 10년 뒤에 일을 맡길 사람까지 생각한다면 답은 달라질지 모릅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