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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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이 달라졌다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범여권은 전환 조건을 바꾸려면 양국 합의가 필요하다고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달라진 북한의 위협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에 전작권 전환 '속도전' 중단을 요구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1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나는 전작권 전환 찬성론자"라면서도 "이번 주에 북한에서 또 한 차례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 (전작권 전환) 조건이 변했고 우리가 우리의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는 "언제든지 전환 가능하다고 본다"는 우리 군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우리가 오랫동안 노력해 왔고, 조건 충족 (평가) 안에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사진=뉴스1
강신철 국방부 장관 /사진=뉴스1
전작권 전환을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정부는 이 같은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 반발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한미 관계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해 우려하고, (이를 미국 측에)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조건'이라는 것도 양 정부가 합의한 내용"이라며 "이것을 바꾸는 것 또한 합의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범여권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전작권 환수는 한·미 양국의 합의 사항인데 브런슨 사령관은 안보 환경이 바뀌었다며 새로운 기준까지 거론하고 있다"며 "기존의 합의를 이행하기는커녕 조건을 바꿔가며 전환을 가로막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사령관이 무슨 권한으로 양국이 합의한 사안의 이행에 찬물을 끼얹느냐"고 따졌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브런슨의 입은 막고 우리 정부가 입을 열라"며 "지금부터 각을 세우지 않으면 그들의 주도권에 말려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브런슨 사령관에게 합의 없는 내용을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다니는 데에 유감 표명과 경고를 하고, 조속히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날짜를 협의해 정식으로 마련된 석상에서 논의할 것을 촉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1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1
국민의힘은 반대로 정부를 향해 전작권 속도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과 북핵·미사일 대응 능력, 한반도 안보 환경을 양국이 공동으로 검증해 결정할 국가안보의 중대사"라며 "북한의 위협과 전장 환경이 달라졌는데도 기존 기준만 고집하는 것은 정권의 시간표에 맞춰 안보의 눈금을 조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작권을 임기 내 치적으로 포장하려는 무모한 속도전을 즉각 중단하고, 민주당과 국방부는 한미동맹을 훼손한 망언에 대해 사과하라"며 "북한의 위협에는 현실을 외면하고 동맹의 경고에는 적개심부터 드러내는 뒤틀린 안보관으로 대한민국을 지킬 수는 없다"고 날을 세웠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미국 측은 이재명 정권이 미국과의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전작권 전환을 선언할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우려한다"며 "전작권 전환을 위한 기존에 합의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이재명 정권이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전작권 전환을 독단적으로 발표하는 것을 막으려는 흐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작권 전환 같은 중요 문제에서 비공개로 긴밀히 논의하는 게 아니라 이런 공개적 입장 개진으로 서로 대놓고 각을 세워야 할 정도로 이재명 정권하에서 한미관계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민주당 정권은 막대한 국익이 걸린 전작권 문제를 국내 정치용 불쏘시개처럼 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 /사진=뉴스1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 /사진=뉴스1
청와대는 한미 간 원칙적 합의를 바탕으로 전작권 전환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서 "기존에 한미 양국이 합의한 원칙, 우리 정부가 가고자 하는 의지, 목표에 따라 조율되면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한미는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에 대해 원칙적 합의가 됐다"며 "시기를 가급적 정해진 목표에 맞추기 위해 계속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