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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와 닮았네…대만서 벌어진 '뜻밖의 사태' [김대영의 노무스쿨]
마이크론 대만 사업장 '노사 갈등'
'영업이익 N%' 보상 체계 등 쟁점
라이 대만 총통도 "노사 화합" 당부
성과급 등 10억달러 추가 비용 발생
현지 노조 파업 찬성률 99.1% 기록
집회·조정회의 등 노조 일정 산적
'영업이익 N%' 보상 체계 등 쟁점
라이 대만 총통도 "노사 화합" 당부
성과급 등 10억달러 추가 비용 발생
현지 노조 파업 찬성률 99.1% 기록
집회·조정회의 등 노조 일정 산적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이 같이 말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영업이익 중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면서 총파업을 예고했던 때다. 파업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나온 이 발언은 노조에 '타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 국가 지도자까지 나서는 상황이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대만 사업장에서 재현되고 있다.
총통도 마이크론 노사 화합 주문…파업 찬성 99%
16일 대만 총통실에 따르면 라이칭더 총통은 전날 오전 타이중에서 열린 마이크론 첨단 패키징·테스트 제2공장 가동식에 참석해 노사 간 소통과 신뢰를 강조했다. 노사가 물고기와 물처럼 서로 돕는 자세로 성실하게 협상해 최대한의 공감대를 모으길 바란다는 당부가 이어졌다.라이 총통은 "노사가 화합해야만 상생할 수 있다"며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어야 기업도 더 안정적으로,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 갈등이 이어지는 마이크론의 신규 공장 가동식에서 기업과 직원의 동반 성장을 주문한 것이다. 다만 성과급 배분 비율에 관한 비판이나 파업 철회 요구가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 수위와는 차이가 있다.
마이크론 대만 타오위안 사업장 노조는 지난 7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99.1% 찬성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투표 대상 조합원 2258명 중 2012명이 참여해 1994명이 찬성했다. 파업권을 확보한 노조는 필요하면 문자메시지를 통해 일정을 알리는 기습 파업도 선택지 중 하나로 꼽았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과 연동해 상시 제도화할지 여부다. 노조는 마이크론 영업이익 가운데 15%를 전 세계 직원에게 배분하는 상시적 성과 보상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특별 보상으로 작년 8월29일 이전 입사자에게 100만대만달러를 지급하고 이후 입사자에겐 근속 기간에 따라 비례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 같은 일회성 보상이 '장기적이고 투명하며 검증 가능한' 이익배분 제도를 요구했던 취지와 다르다고 반발했다.
삼성전자 닮은 '영업익 15%' 요구…생산 차질 우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메모리 3사'로 묶이는 만큼 마이크론 노조가 비교 대상으로 언급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초기업노조도 앞서 영업이익 중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금액 상한 폐지를 요구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노사 합의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했다. 이 성과급은 DS부문 영업이익 10.5%를 재원으로 삼는다.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며 별도 상한을 두지 않는 방식이다.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한다. 작년에 지급 상한을 없앴고 지난달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선 지급 비중을 현금 50%, 주식 50%로 조정하기로 했다. 회사가 번 이익 중 직원 몫을 일정 비율로 정하는 보상 체계가 대만 노조 요구로도 번진 셈이다.
한국 정부가 삼성전자 노사 협상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이유는 파업의 충격이 회사 울타리를 넘어설 수 있어서였다. AI발 메모리 호황으로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도체 생산이 멈출 경우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당시 최대 100조원대 손실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삼성전자 노사 간 조정이 결렬되자 양측을 설득해 같은 날 오후 교섭 재개를 이끌었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 장관의 중재가 더해지면서 같은 날 밤 잠정 합의가 이뤄졌고 노조는 총파업을 철회했다.
대만도 현재로선 생산 안정이 중요한 상황이다. 대만은 마이크론의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생산거점으로 꼽힌다. 타오위안·타이중 두 노조는 현지 직원 80% 이상을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 총통은 마이크론 현지 신규 공장이 HBM 첨단 패키징·테스트 역량을 강화해 늘어나는 AI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호황을 투자와 실적으로 이어가려면 노사 간 합의로 생산 차질을 막아야 하는 처지다. 마이크론도 직원들의 우려를 인식하고 노조와 대화·조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회사는 앞서 "구성원의 의견을 계속 듣고 선의로 조정 절차에 임하겠다"고 했다.
보상 확대에 따른 비용은 또 다른 변수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30일 실적발표에서 성과급과 신규 생산시설 초기 가동 비용 등으로 2027회계연도 1분기(9~11월)에만 약 10억달러에 이르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은 후속 협상이 분수령이다. 타오위안 노조는 오는 19일 타이베이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지난달 알려졌던 일정을 보면 타이중 노조와 사측은 오는 22일 두 번째 조정회의를 열 예정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