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헌법 제1조는 ‘네덜란드에 있는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1947년까지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식민지이던 인도네시아 포함)였는데도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남아 있기 때문이죠.”
라빈 발데싱 네덜란드 차별·인종차별 대응 국가조정사무국(NCDR) 조정관(사진)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민자를 위한 교육과 일자리, 통합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건 국가의 책무”라며 “10~15년짜리 장기 계획을 세우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NCDR은 정부가 2021년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차별 방지 대책’을 통합해 출범시킨 정책 조정 기구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에 해당한다. 초대 국가조정관으로 취임해 5년째 기관을 이끌고 있는 발데싱은 1962년 남미 수리남에서 인도계 이민자로 태어나 네덜란드 행정 수도인 헤이그 부시장을 지낸 인물이다.
발데싱 조정관은 저출생 충격이 큰 한국 역시 이민자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해외에서 근로자를 들여와야 한다”며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자산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자에게 한국 사회에 통합하라고 요구만 하지 말고 교육과 취업 등을 적극 지원해 스스로 참여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조언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을 한 동네에 몰아넣고 방치하면 범죄 등 문제가 생기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발데싱 조정관은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서구에서도 단일 민족 같은 정체성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해야 이민자 가운데서도 대통령, 훌륭한 예술가 등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의 지속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별을 없애거나 사회 평등을 실현하는 것은 몇 년 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과 예산이 흔들리지 않도록 담당 조직 지위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