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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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신주쿠구 야라이초 가구라자카역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있는 ‘특별양호노인홈 가구라자카’. 지난 13일 건물 1층은 학교를 마친 아이와 학부모로 북적였다.

9층짜리 건물에는 거동이 불편한 중증 고령자를 돌보는 특별양호노인홈과 치매 고령자를 위한 그룹홈, 보호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1층 카페는 지역 주민과 비영리조직(NPO), 사회복지협의회 등이 행사와 모임을 열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처음부터 지역 주민이 요양시설 건립을 반긴 건 아니다. 신주쿠구가 2008년 야라이초에 시설 건립을 추진하자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 교통 문제 등을 이유로 반발하며 구의회에 진정서를 냈다. 앞서 인근 고급 주택가인 이치가야 사도하라초에서는 주민 반대로 노인 요양시설 건립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야라이초 시설은 계획대로 2011년 문을 열었다. 주민 모임과 지역 행사가 열리는 교류 공간으로 적극 확대한 게 주민 호응을 끌어냈다.

보육·장애인시설을 결합해 주민 수용성을 높인 사례도 있다. 도쿄 에도가와구의 복지시설 ‘고토엔’은 1층에 보육원, 2층에 양호노인홈, 3층에 특별양호노인홈을 배치했다. 고령자와 어린이들은 매일 아침 함께 체조한다. 입소자는 어린이의 식사와 낮잠을 챙긴다. 장애인과 직원들로 구성된 안전지킴이대는 주변 초등학교를 순찰한다. 고령자와 어린이,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하는 방식이다.

폐교와 국공유지를 활용하는 것도 일본 도심형 요양시설의 특징이다. 비싼 땅값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일본 사례는 요양시설을 외곽으로 밀어내거나 주민을 설득하는 것만으로 갈등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보육·장애인 복지·지역 활동을 결합해 ‘동네의 부담’으로 여겨지던 공간을 ‘동네가 함께 사용하는 자산’으로 바꿨다. 요양시설이 지역사회와 어우러질수록 주민과의 심리적 거리가 좁혀진다는 것이 일본 도심에서 이뤄지는 실험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