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나가야 할 판"…1만2000가구 대단지에 무슨 일이 [이송렬의 부동산한입]
한 주간 쏟아진 부동산 소식 가운데 놓치기 아까운 이슈를 다시 꺼내 살펴봅니다. 정책과 통계에 담긴 의미부터 실수요자에게 미칠 영향까지 한입 크기로 정리합니다. [편집자주]

서울 주택시장의 부담이 매매와 전세, 청약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첫 전세계약 만기와 집주인의 실거주 시점이 맞물리면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의 절반 이상은 과거 최고가와 같거나 높은 가격에 이뤄졌고, 청약자는 분양가 부담을 피해 전용면적 60㎡ 이하로 이동했습니다.

이번주 부동산한입은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시작된 전세시장 불안과 서울 집값의 전고점 회복, '국민평형'에서 소형으로 이동한 청약 수요를 살펴봅니다.

6억이던 전용 59㎡ 전세가 13억으로…올파포 '매물 실종'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오는 11월부터 첫 전세계약 만기가 돌아옵니다. 1만2032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2024년 11월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대규모 입주장에서 체결된 2년 전세계약이 순차적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입주 2년 차에는 기존 세입자의 퇴거와 계약 갱신, 신규 계약이 맞물리면서 거래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실제 계약할 수 있는 전세 매물은 10건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전용 59㎡는 매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는 게 현장의 설명입니다.

매물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입니다. 전체 물량 가운데 일반분양분은 4786가구로, 2년의 실거주 의무가 적용됩니다. 2024년 주택법 개정으로 최초 입주 가능일부터 3년 안에 입주하면 되도록 실거주 시점이 유예됐지만, 전세로 잔금을 치른 집주인은 늦어도 2027년 11월까지 직접 들어가야 합니다.
"2년 만에 나가야 할 판"…1만2000가구 대단지에 무슨 일이 [이송렬의 부동산한입]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세입자는 원칙적으로 2028년 11월까지 거주할 수 있지만 집주인의 입주 시한은 이보다 1년 빠릅니다. '2+2년'인 임대차 기간과 3년의 실거주 유예기간이 충돌하면서 시장에는 1년 단기 전세와 퇴거 시점을 정한 특약까지 등장했습니다.

조합원 물량도 전세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향후 주택을 팔 때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거주기간을 채우려는 집주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실거주 중인 집주인도 대출 규제로 갈아타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존 주택에 머무르는 분위기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입주 당시 6억원 안팎이던 v 전세는 지난달 5일 13억원에 계약됐습니다. 보증금이 7억원으로 116.7% 오른 것입니다. 8억~9억원대였던 전용 84㎡도 지난달 17일 16억50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기존 세입자가 같은 단지에 남으려면 수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합니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세입자는 인근 구축 아파트나 경기 하남 등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자녀의 학교 문제로 단지를 떠나기 어려운 가구는 월세 전환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전세난이 강동·송파와 하남 임대차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울 거래 절반 이상이 전고점 회복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는 가격 회복 범위가 외곽으로 넓어졌습니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서울의 비교 가능한 거래 1만930건 가운데 5977건이 전고점과 같거나 높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비중은 54.7%입니다.

전고점은 2025년 12월31일까지 동일 단지·동일 전용면적에서 거래된 최고가격입니다. 과거와 올해 해당 분기에 모두 거래가 있어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거래만 분석했습니다. 서울 전체 아파트의 절반이 신고가를 기록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은 1분기 38.2%에서 2분기 43.0%, 3분기 54.7%로 높아졌습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2곳에서 3분기 비중이 1분기보다 상승했습니다.

동대문구는 45.7%에서 81.9%, 성북구는 32.1%에서 68.5%, 서대문구는 44.4%에서 73.5%로 올랐습니다. 은평구도 26.1%에서 50.0%로 상승했습니다. 반면 강남구는 55.0%에서 43.0%, 서초구는 67.6%에서 62.6%, 용산구는 71.3%에서 66.9%로 낮아졌습니다.

고가 주택시장이 주춤한 사이 상대적으로 가격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매수세가 이동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다만 3분기 거래는 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추가 신고나 계약 취소 등에 따라 집계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서울 청약 10건 중 8건은 소형

분양가 상승은 청약자의 면적 선택도 바꿨습니다.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수도권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654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71만원보다 483만원, 22.2% 올랐습니다.

서울에서는 전체 청약 신청 14만5736건 가운데 11만6305건이 전용 60㎡ 이하에 접수됐습니다. 비중은 79.8%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6%보다 19.2%포인트 높아졌습니다.

반면 전용 60㎡ 초과~85㎡ 이하인 '국민평형'의 청약 비중은 35.5%에서 11.5%로 낮아졌습니다. 접수 건수도 9만8088건에서 1만6799건으로 줄었습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 사진=연합뉴스
가격 차이가 청약 수요 이동에 영향을 줬습니다. 서울 전용 60㎡ 초과~85㎡ 이하의 3.3㎡당 분양가는 지난해 4648만원에서 올해 5761만원으로 23.9% 올랐습니다. 전용 60㎡ 이하는 5839만원에서 5818만원으로 0.4% 낮아졌습니다. 소형의 3.3㎡당 가격이 더 높아도 실제 부담하는 총분양가는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반대편에서는 자금력을 갖춘 수요가 대형 면적으로 몰렸습니다. 서울 전용 85㎡ 초과 분양가는 3.3㎡당 3987만원에서 6946만원으로 74.2% 올랐지만, 청약 비중은 3.9%에서 8.7%로 상승했습니다. 실수요자는 소형으로, 고자산가는 희소성 있는 대형으로 이동하면서 청약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