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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집값 오르는데 "급락 가능성"…근거 살펴보니 [시장톡]
시장 반응은 '어리둥절'…데이터·실거래 모두 상승
"금리 올라도 풍부한 유동성·공급 부족에 하방 제한적"
"금리 올라도 풍부한 유동성·공급 부족에 하방 제한적"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한마디입니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12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내놓은 발언입니다.
이 사장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존 발언에 대해 질문을 받자 "앞으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점을 고려해서 드린 말씀"이라며 "급락할 가능성이 좀 많다. 지금 저희가 공급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집값 급락 전망의 근거로는 높아지는 금리 부담과 공급을 꼽았습니다. 이 사장은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경쟁적으로 집을 사야겠지만 안정이 되면 지금 바로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부연했습니다.
특히 규제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난 서울 외곽과 경기도 남부권은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5일) 수원 영통구는 전주보다 0.62% 올랐고, 서대문구(0.36%), 강북구(0.35%), 금천구(0.34%), 관악구(0.33%) 도봉구(0.32%), 노원구(0.31%), 성북구(0.30%) 등도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등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하락 흐름을 이어갔지만, 전주와 비교하면 하락 폭이 오히려 줄었습니다.
최근 나타난 시장 흐름에서도 급락 조짐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 3분기(7~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를 분석한 결과, 거래의 절반 이상이 과거 신고가와 같거나 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일 단지·동일 전용면적에서 비교 가능한 아파트 거래 1만930건 중 5977건(54.7%)이 전고점 이상으로 거래됐습니다.
올해 들어 매매가 누적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화성시 동탄구(19.34%)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동탄의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올해 초 16억원에서 거래를 시작해 지난 6월에는 22억2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으며 신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불과 6개월 만에 6억원 이상 오른 것입니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 정책으로 인해 '약세'인 지역에서조차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의 '트리지움'(3696세대·2007년 입주)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17일 30억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지난해 10월 29억6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한 뒤 한동안 잠잠하던 이 단지에서 새로운 기록이 나온 것입니다.
문제는 금리가 주택 구매력에 직결되는 핵심 변수이지만, 집값의 향방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이 사장이 예시로 든 것처럼 2021년에는 집값이 정점을 찍었다가 8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집값이 하락세로 들어선 적도 있지만, 금리 인상기에도 가격 상승이 지속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2007년 글로벌 호황기입니다. 특히 2006년은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가 23.46% 오르며,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한 해입니다. 당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3%대에서 연 5%대까지 꾸준히 인상했고 주담대 금리도 연 6~8%에 달했지만, 수출 호조로 인한 가계 소득 증가가 이자 부담을 웃돌았습니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목동, 분당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은 집값 상승률이 연 20~30%에 달해 이자 비용을 압도했습니다. 거시 경제 호황과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강력한 기대감이 '고금리'라는 악재를 쉽게 눌러버린 것입니다.
올해 역시 '금리 인상기에도 가격 상승이 지속된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장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을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도 강남권의 조정 국면이 일부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어도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전·월세 물량 부족으로 인해 하락하더라도 하방이 지지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금리는 집값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금리 상승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자명하다"면서도 "지금은 고용과 소득이라는 펀더멘털에 기반해 금리가 상승하는 측면이 있고, 금리가 올라도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전·월세 부족이라는 집값 지지 요인도 있어 가격 하방 경직성이 강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역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지역이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상승세가 꺾이고, 일부 '오버슈팅'이 있는 지역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예전 같으면 가격이 확 꺾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은 전과 다르게 전·월세 물량이 너무 적어 '생존 매수'가 계속되고 있어 하락 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