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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지에 도청장치 숨겼다"…챗GPT 개발사 발칵 뒤집힌 이유
임원 전용 회의실 TV 뒤에 설치
챗봇에 녹음·실시간 청취 방법 질문
2만원짜리 초소형 장치 활용
챗봇에 녹음·실시간 청취 방법 질문
2만원짜리 초소형 장치 활용
14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와이어드와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오픈AI 엔지니어 압둘라흐만 알포잔을 불법 감청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알포잔은 지난해 7월 오픈AI에 입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에서 근무해왔다.
사건은 지난달 30일 오픈AI 보안팀이 사내 임원 전용 회의실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회의실 TV 뒷면의 USB 포트에 정체불명의 전자장치가 꽂혀 있었던 것이다. 장치는 화장지로 감춰져 있었으며, 내부 저장장치에는 암호화까지 적용돼 있었다.
문제의 회의실은 오픈AI 임원과 임원 비서만 예약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회사의 AI 연구개발 현황과 신제품 출시 계획, 사업 전략 등 핵심 기밀이 논의되는 장소다. 정부 관계자나 외부 사업 파트너와의 회의도 이곳에서 열렸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알포잔은 지난달 28일께 해당 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회의실 출입 권한이 없었지만, 사내 폐쇄회로TV(CCTV)에는 회의실 주변을 여러 차례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범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AI 챗봇을 활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알포잔은 회사 내부 도구를 이용해 건물 주소와 회의실 위치, 회의 일정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배우자와 연관된 챗봇 계정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녹음장치 제작과 설치 방법에 관한 질문이 잇따라 확인됐다.
질문에는 '연속으로 음성을 녹음하는 방법', '와이파이 연결을 설정하는 방법', '실시간 청취 기능을 개선하는 방법', 'SD카드를 암호화하는 방법' 등이 포함됐다. 실제 발견된 도청장치의 고유 식별 정보와 관련된 질문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도청장치의 정체도 눈길을 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해당 기기는 손가락 크기의 초소형 개발 보드다. 마이크와 저장장치 등을 연결할 수 있으며 시중 판매 가격은 13.99달러(약 2만원)에 불과하다.
알포잔의 수상한 행동은 도청장치가 발견된 이후에도 이어졌다. 지난 5일 그는 다시 임원 회의실에 들어가 장치가 설치돼 있던 TV 뒷면을 살펴보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같은 날 사무실 내 다른 공간에 놓인 그의 가방에서도 두 번째 녹음장치가 발견됐다. 가방 안에는 알포잔의 지갑과 신분증도 들어 있었다. 그는 이후 회사에 가방을 분실했다고 신고했지만, 가방에서 사라진 물품을 문의하면서도 두 번째 녹음장치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는 사건을 확인한 뒤 미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고, 알포잔은 지난 9일 체포됐다. 회사도 체포 당일 그를 해고했다.
다만 실제로 회사 기밀이 외부에 유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픈AI는 현재까지 AI 모델의 핵심 기술 정보인 모델 가중치나 소스코드, 고객 데이터에 부적절하게 접근하거나 이를 외부로 빼돌린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청장치에 녹음된 내용 역시 암호화돼 있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수사당국은 범행 동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유죄가 인정되면 알포잔은 최대 징역 5년과 벌금 25만달러(약 3억5000만원)에 처해질 수 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