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13일(현지시간) 뉴델리 총리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2032년까지 인도에 155억달러(약 20조8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13일(현지시간) 뉴델리 총리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2032년까지 인도에 155억달러(약 20조8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대차그룹 제공
“인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성장과 신흥국 시장 확대를 견인할 전략 국가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3일(현지시간) 뉴델리 총리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인도를 현대차그룹의 신성장 거점으로 지목한 것이다. 정 회장은 모디 총리와의 개별 면담에서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버스·지하철 같은 공공 교통수단, 에너지 인프라 협력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올해부터 인도에 7년간 155억달러(약 20조8000억원) 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인도에서의 안정적 생산을 바탕으로 현지 시장의 지속적 성장에 대응하고 신흥국 수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도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 시장에 차량을 수출하는 전진 기지로 삼겠다는 의미다.

◇현대차, 푸네 신공장 준공

모디 만난 정의선 "인도 생산 차량의 30% 해외 수출"
현대차그룹의 인도 투자 계획은 이튿날 열린 마하슈트라주 탈레가온 푸네 신공장 준공식에 맞춰 발표됐다. 준공식에 참석한 정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투자를 통해 현지화를 앞당기는 동시에 글로벌 판매 전략에서 인도의 역할을 키울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이제 ‘메이크 인 인디아’에서 ‘디자인 인 인디아’ ‘이노베이트 인 인디아’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푸네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인수한 뒤 설비를 개선했다. 1조원을 들여 완성한 푸네 신공장은 첸나이 1·2 공장에 이은 현대차의 인도 내 세 번째 생산 거점으로, 축구장 166개를 합친 크기(연면적 1만2000㎢)와 맞먹는다. 푸네 신공장 가동이 본격화함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인도 내 생산능력은 연 142만5000대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푸네 신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32만 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첫 양산 차종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베뉴’다. 현대차는 이 차량을 인도 현지에서 판매하는 동시에 멕시코와 칠레 등 30여 개국에 수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인도에서 생산한 차량의 30%를 인도 외 지역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차량을 생산하기 위해 설비도 개선한다. 현대차는 푸네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카(HEV)를, 첸나이 공장에서 전기차(EV)를 생산하는 등 ‘다차종 유연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당장 내년 1분기 인도 특화 소형 전기 SUV를 신규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왜 인도를 택했나

< 푸네 신공장 생산 차량에 사인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인도 푸네 신공장에서 생산하는 올 뉴 베뉴에 기념사인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 푸네 신공장 생산 차량에 사인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인도 푸네 신공장에서 생산하는 올 뉴 베뉴에 기념사인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이 인도를 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고 나선 것은 이곳이 중국 완성차 업체가 고전 중인 얼마 남지 않은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수입차에 최대 1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국경을 맞댄 국가 기업의 투자를 사전 승인 대상으로 묶었다. 그 결과 중국 완성차 업체는 최근 5년 연속 인도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기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높다. 업계에서는 인도 승용차 시장이 지난해 457만 대에서 올해 525만 대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낮은 제조 원가와 인건비, 중동과 아프리카 등 신흥 성장국과의 지리적 근접성 등도 이점으로 꼽힌다. 올해 1~3분기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47만1724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미국(69만7464대)에 이은 2위 규모다. 인도 시장이 더 커지면 판매량 1위 시장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준공식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30년간 인도에서 자동차 시장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에너지 인프라 등에서도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며 “인도와 함께 발전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인도 사업 확대가 국내 부품 협력사의 현지 시장 진출을 늘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올해 인도에 동반 진출한 협력사는 2011년 68곳에서 120곳으로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푸네=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