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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00조원어치 넘게 팔아치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행렬이 끝없이 지속되고 있다. ‘삼전닉스’에 집중된 한국 증시가 메모리 업황에 대한 의구심으로 속절없이 무너지는 사이 대만은 폭넓은 인공지능(AI) 공급망으로, 브라질은 신흥국 투자의 대안으로 부상해 글로벌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올해 200조 넘게 판 외국인…브라질로 갔다
14일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0조815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중 86%(약 173조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도분이었다.

이날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796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렸다. 장 초반 6190까지 뛰며 반등을 시도한 코스피지수는 결국 0.44% 하락한 6008.81로 거래를 마쳤다. 기관의 8085억원 규모 순매수도 지수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도 2140억원어치를 매도하며 코스닥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닥지수는 1.6% 내린 823.88에 마감했다.

JP모간은 “코스피지수는 이익과 완전히 괴리된 상태”라며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자들은 이익 전망치 상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보다 심리 변화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증시를 떠난 외국인 투자자는 ‘같은 AI라면 대만, 같은 신흥국이라면 브라질’로 향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미국 상장 국가별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을 보면 최근 한 달간 한국 ETF인 EWY에서 15억5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반면 같은 기간 브라질 EWZ에는 31억4000만달러, 대만 EWT에는 6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한 달간 12.5% 하락해 달러 기준 수익률이 최하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대만 자취안지수 수익률은 2.9%, 브라질 보베스파지수 수익률은 12.6%였다.

문제는 한국 증시의 과도한 ‘삼전닉스 쏠림’이다. 12일 기준 EWY의 상위 세 종목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SK스퀘어로 합산 비중이 50.55%였다. 미국 IVV(21.4%), 일본 EWJ(11.2%)는 물론 같은 신흥국 바스켓으로 묶이는 대만 EWT(32.1%), 브라질 EWZ(25%)와 비교해도 상위 종목 쏠림이 현저히 높다.

메모리 투자 심리가 꺾이면 한국 ETF는 물론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다. 반면 브라질은 금융·원자재 기업이, 대만은 파운드리와 팹리스, 냉각 솔루션 기업이 ‘톱3’에 포진해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외국인 자금은 메모리 투자의 수단으로 한국 시장을 사들였지만, 이젠 그 쏠림이 역풍이 됐다. UBS는 “현시점에선 더 완결적인 하드웨어 생태계를 갖춘 대만 주식을 통해 AI 투자 비중을 확보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신흥국 노출은 유지하되 AI·메모리 쏠림은 피하고 싶은 투자자는 브라질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JP모간은 이달 초 대선 1차 투표에서 우파 후보가 1위를 차지하자 시장 친화적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며 브라질 주식 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극심한 시장 불확실성에 주식 대신 고금리 채권 비중을 늘리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도 늘었다.

증권가는 외국인 투자자의 복귀를 위해선 메모리 이익 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확신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삼전닉스가 추가 주주환원에 나서는지, 레버리지 ETF 급락 이후 한국 증시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회복되는지도 관건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